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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저녁은 금성 관측 최적기

대낮에도 찾을 수 있을 정도

저 밝은 별은 뭘까. 밤하늘에 관심없는 사람도 도심 속에서 꿋꿋하게 빛나는 밝은 별을 만나면 품는 의문이다. 요즘 서쪽하늘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빛나는 별이 바로 미의 여신 금성이다. 대낮에도 보이는 금성을 찾아보자.

 

태양 주위를 도는 금성과 지구의 모습. 태양과 금성, 그리고 지구의 상대 적인 위치에 따라 지구에서 볼 때 태양에서부터 금성이 떨어진 각거리가 달라진다. 8월 22일 금성은 태양을 기준으로 해 동쪽으로 가장 멀리 떨 어지는 때인 동방최대이각에 위치한다.



비가 내리고 점차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이 개면, 저물어가는 노을 뒤편으로 밝은 별 하나가 보인다. 해가 진 뒤 서쪽하늘에 높이 떠오른 이 별은 다른 별보다 유달리 밝은 노란색 빛을 뿜어내며 어두워가는 하늘을 밝히고 있다. 이 밝은 별은 일반적인 별과는 달리 태양계 내에 위치한 행성이다. 태양에 두번째로 가깝고 지구에는 가장 가까운 금성이다.

금성은 밝은 만큼 오랜 옛날부터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해뜨기 전 동쪽하늘에서 빛나는 이 별을 보고 샛별, 명성(明星), 해진 후 서쪽하늘에서는 태백성(太白星), 개밥바라기라 불렀다. 또 서양에서는 미와 사랑을 주관하는 여신의 이름을 따 비너스라 불러왔다.

왜 금성은 서쪽하늘과 동쪽하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구보다 안쪽 궤도에서 태양 주위를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봤을 때 항상 태양 근처를 맴돌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금성이 태양 바로 옆에 있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태양에서부터 멀리 떨어질 때에는 매우 잘 보인다. 요즘이 바로 그런 때다.

올해 중 해가 진 후 서쪽하늘에서 금성이 가장 높이 솟아오르는 때는 6월 22일 무렵이었다. 사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금성 시즌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지구에서 봤을 때 금성이 태양에서 가장 멀어지는 때를 최대이각이라 하는데, 이번 시즌에는 금성이 태양을 기준으로 해 동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지는 때인 동방최대이각이 찾아온다. 오는 8월 22일 금성은 동방최대이각에 위치한다. 이때 금성은 초저녁 서쪽하늘에서 가장 잘 보인다. 또 금성은 9월말 경 -4.7등급으로 가장 밝아진다.

6월말부터 9월말 사이가 올해 금성을 관측하기에는 최적기인 셈이다.


1등성보다 1백배 밝아

금성을 찾기는 의외로 쉽다. 해가 진 뒤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밤 9시 경 서쪽하늘을 쳐다보기만 하면 된다. 대단히 밝은 별 하나가 눈에 띄는데, 이 밝은 별이 바로 우리의 목표인 금성이다. 금성의 밝기는 다른 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밝다.

사실 너무나 밝기 때문에 찾기 어려운 점도 없고, 다른 별과 혼동될 일도 없다. 하늘에서 금성보다 밝은 대상은 태양과 달 이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금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울 하늘에서조차 다른 별이 안보여도 금성만은 보인다.

날마다 같은 시간에 금성을 쳐다보면 저녁하늘에서 금성의 위치가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지금까지 금성의 위치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3월초부터 금성은 저녁 하늘 지평선 낮은 곳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4월이 되면서 금성의 모습은 점점더 뚜렷해졌다. 점차 하늘 높이 떠오르고 밝기도 점차 밝아졌던 것이다. 5월부터는 지평선에서 한뼘 이상 벗어날 만큼 꽤 높이 떠올라 서쪽하늘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기 시작했으며, 6월이 되면서부터는 저녁 늦은 밤에도 금성이 서쪽하늘 높이 빛났다.

7월과 8월에도 여전히 금성은 하늘 높이 빛난다. 이 무렵 금성의 밝기는 -4등급대다. 보통 밝다고 알려진 1등급의 별보다 무려 1백배나 더 밝은 정도다. 이렇게 빛나던 금성은 9월말 이후부턴 다시 지평선 아래로 천천히 사라져간다.

날이 갠 저녁 무렵이라면 금성을 찾아보고 그 위치를 매일 같은 시간에 기록해보자. 금성의 위치가 지평선에서 조금씩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6월 22일 이후 금성은 점차 고도가 낮아진다. 10월초까지 꾸준히 살펴본다면 내행성의 일반적인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오후 3시 정남쪽 하늘서 보여

대낮에도 별이 보일까. 길을 가다가 전봇대에 부딪치면 눈앞에서 핑핑 돌 때 보이는 ‘별’ 얘기가 아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금성은 대낮에도 볼 수 있다. 금성이 그만큼 밝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옛 역사서에도 금성을 낮에 관측했다는 내용인 태백주현(太白晝見)의 기록이 여러번 나온다. 지금부터 금성을 대낮에 보는 방법을 알아보자.

물론 금성이 보인다 하더라도 대낮에 무작정 하늘을 쳐다본다고 쉽게 보이지는 않는다. 맑게 갠 하늘에서는 태양빛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에 다른 별이 아무리 밝다고 해도 쉽게 볼 수 없다. 더구나 금성은 내행성이므로 태양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금성을 보기란 생각보다 어려우며 설사 보이더라도 매우 희미하게 보인다. 파란 하늘에 매우 작은 흰 점 하나로 말이다.

금성을 대낮에 찾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 대개 밤하늘의 대상이라면 어느 별자리에 있는가, 어느 별 주변에 있는가를 아는 점이 그 대상을 찾는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하지만 대낮에는 별자리를 이루는 어떤 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금성을 찾는데는 별과의 상대적 위치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성 탐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금성과 태양의 상대적 위치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 3시 경 정남쪽 하늘을 바라보자. 이때쯤이면 태양이 점차 서쪽으로 향한다. 당연히 하늘에서 동서남북의 방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이제 태양 근처에서 금성을 찾으면 된다.


태양에서 40° 떨어진 곳 노려라

요즘 금성은 태양이 진 후에 서쪽하늘에서 보인다. 즉 금성은 하늘 쪽에서 보면 태양보다 동쪽에 위치해 있다는 얘기다. 태양과 행성이 떨어진 겉보기 각거리를 이각이라 한다. 올해 여름 무렵 태양과 금성의 이각은 약 40°다. 즉 금성은 태양으로부터 약 40° 가량 동쪽에 있다.

하늘에서 각거리인 40°는 어느 정도일까. 밤하늘에서라면 북두칠성의 경우 국자 머리부터 자루까지의 거리가 약 25°이고, 오리온자리에서는 사각형의 긴 변 길이가 약 20° 가량 된다. 또 팔을 쭉 뻗고 손을 자연스럽게 펼쳤을 때 손바닥 한뼘이 보이는 만큼의 거리가 약 20°다. 이같은 거리 척도를 이용해 태양에서부터 40° 떨어진 위치를 대략적으로 찾는다.

이번 7월과 8월 오후 3시는 금성이 남중하는 시간이다. 즉 금성은 정남에 위치한다. 정남 방향이면서 태양에서 약 40° 떨어진 곳, 그곳에 금성이 자리잡고 있다.

목표하는 위치를 찾았다고 해도 바로 금성을 볼 수는 없다.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보기가 어려울 것이다. 태양빛을 오래 바라보면 눈에서 눈물도 난다.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큰 건물 아래 그늘로 들어가서 일단 건물의 꼭대기가 태양을 가리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정남 방향의 하늘은 트여야 한다. 이런 상태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훨씬 더 금성을 찾기가 편리할 것이다. 소형 쌍안경을 활용하면 좀더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쌍안경을 사용할 경우에는 태양쪽으로 쌍안경이 향하지 않도록 절대 주의해야 한다.

대낮에 금성을 찾는 일에는 비교적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매우 흐릿하게 보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한번 확인하고 나면 의외로 쉽게 보인다. 이제 여러분도 대낮에 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달 옆에 깜찍하게 보이는 금성. 달과 금성의 위상을 비교해보 면, 놀랍게도 금성의 모양이 달 과 꽤나 일치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달처럼 차고 기우는 모습

금성과 같은 내행성에는 또다른 특징이 있다. 지구와 내행성, 그리고 태양과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은 위상변화라 불린다. 실제로 금성의 모습은 밤하늘의 여왕 달처럼 모습이 계속 변한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금성의 겉보기 크기마저 상당하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지구와 금성 사이의 거리가 태양 주위의 궤도를 돌면서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 무렵 금성을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그 모습의 변화가 실로 드라마틱하다. 7월초에는 아직 크기도 작고 모양도 원형에 가깝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차 크기가 커지면서 모양도 반달을 닮아간다. 8월 하순이 되면 금성은 완전한 반달 모양이 된다. 그리고 9월이 되면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초승달 모양으로 바뀐다.

금성의 모양과 크기는 일정한 규칙을 가지면서 변해간다. 이같은 변화는 7월에서부터 시작해 9월말까지 계속된다. 그러므로 대략 10일 정도의 간격으로 계속해서 금성을 천체망원경으로 관측할 필요가 있다.

날이 갈수록 천체망원경에서 크기와 모양이 달라지는 금성의 모습은 끈기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흥밋거리가 될 것이다.

200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 진행

    강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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