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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강산댐 안전성 7대 의문점

장마철 전 남북 공동 실태조사 시급

지난 4월말 공개된 한장의 인공위성 사진은 금강산댐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랴부랴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어떤지 알아보자.


지난 5월 2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평화의댐. 80m 높이의 댐 아래쪽에서 굴삭기 4대와 덤프트럭 6대 등 중장비 10대가 굉음과 함께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굴삭기가 건너편 바닥의 흙과 바위를 파내면 덤프트럭이 쉬지 않고 날라 수백m 떨어진 댐 아래쪽 한 귀퉁이에 쏟아붓고 있었다.

인적도 드문 강원도 산골에 느닷없는 건설붐이 일어난 이유는 다름 아닌 평화의댐 보강공사 때문이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5월 3일 그동안 쉬쉬하던 금강산댐(북한에서는 임남댐) 문제의 실체를 공개했다. 사실 정부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부터 금강산댐을 둘러싼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아 ‘금강산댐에 문제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화천지역의 ‘때아닌 겨울 홍수’. 평상시 초당 2t인 금강산댐 하류 화천댐의 물 유입량이 지난 1월 17일부터 2월 4일까지 초당 최대 2백73t으로 급증하면서 총 3억5천만t이 유입됐다. 이 지역 주민들은 금강산댐에서 물을 방류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정부가 공식발표를 하게 된 직접적 계기는 한장의 인공위성 사진 때문이다. 지난 4월 24일 촬영된 미국 아이코노스 위성사진에 금강산댐 정상부에 폭 20m, 깊이 15m 정도의 함몰부분이 발견됐다. 이에 건설교통부는 금강산댐 붕괴에 따른 여러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우리쪽 대응댐인 평화의댐과 발전용인 화천댐을 비우고, 평화의댐 보강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여기서는 그동안 제기된 금강산댐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댐은 많은 물을 가둬두기 때문에 안전이 입증된 가장 확실한 공법만을 적용해 건설한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위성사진 속의 금강산댐은 댐 안전의 기본수칙에 어긋나보이는 몇몇 문제점을 나타내 금강산댐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사진은 중국의 양자강댐 안쪽에 형성된 호수 모습.



여전히 남는 의문들


정부는 위성사진 등 한정된 정보를 통해 댐의 안전성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데 한계가 있어 반드시 붕괴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대책을 마련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금강산댐은 75m 높이까지 물이 차 저수량은 6억-7억t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홍수시 수위 상승으로 물이 넘쳐흐르면 저수량은 약 12억t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평화의댐에서 5.9억t을, 수위를 낮춰 운영중인 화천댐에서 6.5억t을 담아냄으로써 하류지역이 침수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대규모 홍수 등과 겹쳐 평화의댐이 넘치게 되면 댐 바깥쪽 경사면이 파헤쳐질 것을 우려, 댐 정상부에 두께 70cm, 폭 12m의 콘크리트를 덧씌우고 댐 남쪽 하단에 큰 바윗덩어리 등 사석을 시루떡 얹듯 덧붙일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댐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런 ‘미온적’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위성사진과 그동안의 정보를 바탕으로 금강산댐에 나타난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보완해 ‘완벽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 차곡차곡 제대로 쌓았나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점은 금강산댐 시공방법에 대한 의문이다. 금강산댐은 흙과 돌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만든 사력댐이다. 사력댐에서는 물이 잘 빠져나가지 않도록 재료의 성질에 맞는 축조방법과 함께 전체를 고르게 쌓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보통 일반 사력댐은 하부에서 시루떡을 차곡차곡 쌓듯이 양 옆으로 흙과 자갈을 다지면서 건설한다. 그러나 금강산댐 사진을 보면 댐 중앙부분을 먼저 쌓고 양 옆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축조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댐의 안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진흙 다짐’이 부실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사력댐은 쌓으면서 자체 무게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침하돼 단단해진다. 하지만 서로 다른 높이와 속도로 쌓게 되면 이 경계면에 균열이 생기고 누수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지난 1월 금강산댐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많은 양의 흙탕물은 이런 짐작을 가능케 한다.

2. 16개월만에 어떻게 만들었나

1986년 착공된 금강산댐은 1999년 6월부터 건설사업이 본격화돼 16개월만인 지난 2000년 10월 높이 88m, 저수용량 9억1천만t 규모로 만들어졌다. 그 후 본격적으로 물을 저장하면서 2단계 증축공사(당초 계획 1백21.5m)를 벌였다.

하지만 지난 1월 1백5m까지 댐 공사가 진척됐을 때 댐 일부가 붕괴됐고, 이를 계기로 공사를 중단한 듯이 보인다. 연세대 토목공학과 조원철 교수는 “이런 규모의 댐이라면 국내 기술로 평균 2년 6개월 이상이 걸린다”며 “북한에서 1년 이상 단축 시공한 만큼 부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육안으로 바라본 북한의 금강산댐. 금강산댐은 북한의 부족한 전력량 을 채우기 위해 건설된 수력발전소용댐이다. 현재 높이 1백5m, 총저 수용량 12억t의 규모다.



3. 왜 완공 전에 물 담기 서둘렀나

댐은 많은 물을 가둬두기 때문에 안전에 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댐은 교량, 터널, 지하철 등의 사회간접자본 시설물과 달리 경험과 실험을 통해 안전이 확보된 공법만을 철저하게 적용하며 기본에 충실한 가장 보수적 방법에 의해 건설된다. 금강산댐 상공에서 인공위성이 촬영한 한장의 사진은 이런 댐 건설의 기본을 무시한 점들을 보여준다. 그 중 하나가 완공 전에 물을 채운 것이다.

금강산댐의 상층부 폭은 30m나 돼, 일반적인 댐 상층부의 폭 10m보다 훨씬 넓다. 따라서 아직 최소한 20m 이상은 댐을 더 건설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물 담기는 6년 전부터 시작했다. 이 또한 완공 후 1-3년 정도 안정기를 거쳐 댐 본체를 다지는 기간을 무시해 댐의 안전보다는 발전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지적이다.

4. 호우 때 물 빼줄 대체수로 있나

댐에는 홍수나 급작스런 사고에 대비해 언제라도 저수지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시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성사진의 확인 결과 금강산댐 어디에도 여수로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금강산댐 여수로는 댐 높이인 1백5m보다 5m 높은 1백10m 지점에서 시공중인 것이 확인됐다. 여수로는 저수지 수위가 높아졌을 때 물을 빼주는 역할을 하는 통로로, 집중호우 등 일시적으로 많은 양의 물이 유입될 경우 댐 수위를 유지하는 필수 수단이다.

댐 전문가들은 “금강산댐은 자갈과 모래, 흙으로 만들어진 사력댐이기 때문에 여수로가 없어 일단 넘치기 시작하면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충남대 토목공학과 임희대 교수는 “댐 본체에서 1-2km 떨어진 부분에 여수로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여수로의 존재 가능성을 추정했다. 하지만 1백m가 넘는 댐 높이에 물 담기까지 이미 돌입하면서도 아직 여수로를 완성하지 않은 것은 토목 상식에는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5. 아래 있어야 할 방류구 중상부에 위치

방류구의 위치도 정상적인 공법과는 어긋난다. 방류구는 일반적으로 댐 하단부에 위치해 댐 아래쪽의 용수 공급에 사용되는데, 불가피한 경우엔 배수로로도 쓰인다. 그러나 금강산댐은 방류구가 중상부에 있다. 위성사진 확인 결과, 방류구는 75m 이상 높이에 설치돼 있다. 즉 전체 댐높이가 1백5m인데 수위를 75m 이하로 낮출 수 없도록 잘못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수로와 방류구의 위치를 종합해볼 때 하루 3백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질 경우, 물이 넘쳐 댐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6. 상층부 균열은 왜 보수하지 않을까

댐 상층부 함몰 흔적에 대해선 공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흙을 파낸 흔적이라는 설, 물이 넘치면서 붕괴된 흔적이라는 설 등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댐 둑의 높이가 곳곳에서 일정하지 않고, 댐 중앙에 흙을 메워 이른바 ‘땜질’을 한 흔적마저 있어 북측의 부실 공사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함몰 부위에 대한 보수에 나서지 않아 또다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24일 공개된 금강산댐의 인공위성 사진. 댐 전문가들은 이 사진을 분석한 후, 금강산댐 정상부에 함몰부분과 누수흔적이 있음을 밝혀냈다.


7. 집중호우 때 정말 안전할까

정부는 금강산댐 상류에 하루 최대 3백mm의 호우가 내릴 때를 상정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최대 호우량을 너무 안이하게 잡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건설교통부는 “그런 호우는 50년에 1번 정도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기상청 통계를 보면 금강산댐 인근인 강원도 춘천·화천 일대는 우리나라 3대 다우지로, 하루 3백mm가 넘거나 그에 육박하는 집중폭우가 내린 적만 1984년 이후 17년 동안 5차례나 있었다.

그러나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댐 전문가는 “금강산댐이 무너지더라도 물이 퍼져 확산되게 돼 그 파괴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평화의댐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 공동조사팀 꾸려져야

지금까지의 의문들은 금강산댐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아 이에 따른 ‘오해’의 여지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금강산댐에 보통 댐과는 다른 ‘위험징후’가 있다고 보고, 하루 속히 정밀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한다. 금강산댐의 대응댐인 평화의댐 설계에 참여했던 강원대 토목공학과 최석범 교수는 “사력댐의 경우 댐의 누수는 안전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누수문제에 대한 정확한 현황파악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14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금강산댐의 남북한 공동 실태조사 제의를 받아 들였다”고 밝혔다. 남북한 당국의 실무담당자들은 하루빨리 공동 조사팀을 꾸려 장마철이 다가오기 전에 금강산댐의 실체를 파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200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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