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오(서울기계공고 교사 ·화학)](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8608/S198608N025_img_01.jpg)
'2000년대의 첨단과학기술과 우리의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너무 딱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염려는 곧 사라지고 말았다.
수출상품에 고도의 과학기술이 첨가되어 kg상품에서 g상품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지의 말씀이었으나 그 진행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넋이 빠질 지경이었다. 특히 소리나는 카드와 말을 알아듣는 시계, 로보트 등을 보여 주면서이야기할 때에는 거의 '약장수'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 강연회를 듣고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어렴풋한 정의라도 느끼게 하리라는 나의 바벨탑 같은 기대는 무너졌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오히려 과학을,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얻을 수 있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나 이룰 수 있는 '알라딘의 마술램프'로 착각하지나 않았는지 의심이 갔기 때문이다.과학의 발달이 인류사회의 큰 공헌을 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학이 누구를 위해 누구에 의해 어떠한 방향으로 발달하느냐에 따라 무시무시한 악이 가득찬 판도라의 상자를 우리에게 던져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낙관론자들은 기술에 의해 발생된 사회병리학적 제현상들은 발전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고 기술발전에 의해 충분히 극복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현재까지 과학은 정치와 경제권력에 예속되어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학의 신비화 현상은 과학적 탐구의 본질인 진리 탐구라는 측면보다 인류복지 구현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명목 하에 소수 엘리트에 의해 연구개발 계획의 많은 부분이 방향지워졌고 연구자금 지원이 결정되어 왔기 때문인것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과학교육의 많은 부분을 맡고있는 과학교사로서 지금까지 행해지고 있던 과학교육이 새롭게 변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각 학교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여러 분야에서 지적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고, 과학교육이 학교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 고려되어야 할 몇가지 요소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먼저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는 미국의 혁신적 교육과정을 본받아 만들어져 과학자가 되려고 하는 준비과정에 적합하게 학문중심적으로 짜여져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어느 수준 이상의 지적 능력과 학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과학이 일반시민의 교양으로 필요한 학생들에게는 어렵고 딱딱하기만 하다. 또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모든 학생을 과학자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게 한다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전문적인 과학교육은 원하는 적절한 학생들에게만 하고 일반 학생들에게는 과학사, 과학과 사회, 과학철학 등 폭넓은 과학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과학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소수 엘리트 학생을 기르기 위해 다수 학생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약점을 극복한다는 점이 있어서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도 학생들 스스로 흥미를 느껴서 공부할 수 있도록 실생활과 밀착된 과학교육이 되어야 하겠다. 그렇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면이 실천적 방안으로 고려되었으면 한다.
첫째, 학급에서의 지도는 더욱 학생중심으로 되어야 한다. 둘째, 어떤 개념을 발전시키는 데 반드시 환경적인 여건들이 사용되어야 한다. 셋째, 문제해결의 학습방식이 보다 많이 사용되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자연자원이나 인간자원이 수업에서 최대한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다섯째, 견학, 특수목적의 여행, 환경문제와 관련된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이 할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모든 학습활동에서 과정이 강조되어야 하고 또 생산적 능력의 획득을 위한 기도는 기회있을 때마다 격려되어야 한다. 일곱째, 새 교수학습 방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학생들이 학습하는 장은 교실공간에서 환경전체에 까지 확장되어져야 한다.
위에 열거한 일곱가지 요소들은 다른 나라에서 발표된 과학교육 정책개발의 참고자료로서 우리 교육현실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과학교육의 혁신이 몇마디의 제언으로 이루어 질 수는 없지만 이글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여러 선생님께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