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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최대규모 감마선폭발의 정체 벗기다

죽음 앞둔 무거운 별이 붕괴되며 뿜어내

하루 한번씩 하늘의 어디선가 감마선이 짧은 순간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바로 감마선폭발(Gamma-Ray Burst, GRB)이다. 이 현상은 1960년대 미국방성에서 옛소련의 핵무기실험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처음 발견됐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발견 직후 몇년 동안 군사기밀에 붙여졌다.

사실 감마선폭발은 보통 0.1-1백초 동안 1047J이라는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다. 태양 같은 별 1백억개가 일생 동안 내는 에너지를 순식간에 뿜어내는 규모로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현상이다. 여태껏 감마선폭발이 전하늘에 걸쳐서 수없이 관측됐지만 우주 먼 곳에서 거대한 에너지를 낸다는 점 외에는 밝혀진 사실이 별로 없었다. 특히 그 정체는 몇가지 이론적인 추정만 됐을 뿐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 따르면 감마선폭발의 정체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상망원경과 우주망원경을 동원한 국제 연구팀의 관측·연구 결과, 감마선폭발 가운데 일부가 무거운 별이 붕괴되는 과정인 초신성 폭발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감마선폭발 가운데 일부의 정체가 무거운 별이 붕괴되는 초신성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 됐다. 사진은 감마선폭발과 관련된 초신성(transient)의 밝기가 시간에 따라 어두워지는 모습.



우주망원경과 지상망원경의 합작품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쿨카르니 교수(천문학 및 행성과학)가 주도한 이번 관측과정은 감마선폭발이라는 ‘범행’을 현장에서 덮치려는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문제의 감마선폭발현상은 2001년 11월 21일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합작위성 베포-색스(Beppo-SAX)에 의해 남반구의 카멜레온자리에서 처음 발견됐다. GRB 011121(감마선폭발체는 발견된 연월일의 각각 두자리 숫자로 명명된다)이라 명명된 이 감마선폭발체는 10시간 후 칠레에 있는 광학망원경을 통해 가시광선으로 관측됐다. 폭발현상 후 점차 어두워지는 ‘잔광’(afterglow)을 포착한 것. 또 GRB 011121이 지구에서 50억광년 떨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50억광년의 거리라면 감마선폭발체치곤 꽤 가까운 거리. 그래서 GRB 011121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이 폭발체를 계속 관측하기로 결정했다. 감마선이 초신성으로부터 나온다면, 감마선폭발에서 나온 잔광이 시간에 따라 어두워질 때 초신성으로부터 나온 빛(가시광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GRB 011121의 감마선폭발 후 1주 이상이 지나며 이 폭발체의 잔광으로부터 나오는 가시광선이 점차 약해져갈 때 드디어 허블우주망원경은 갑작스런 빛의 증가현상을 잡아냈다. 이 섬광은 바로 GRB 011121의 정체가 초신성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현상이었다. 처음으로 감마선폭발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이자, ‘길고 약한’ 감마선폭발이 무거운 별의 붕괴인 초신성으로부터 나올 것이라는 이론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길고 약한가, 짧고 강한가

이번에 정체가 확인된 길고 약한 감마선폭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알려져 있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의 경우 죽음에 다다른 순간 핵 지역이 붕괴될 때, 초신성 폭발 현상이 일어나며 핵 지역은 물질이 밀집된 고리에 의해 둘러쌓인 채 빠르게 회전하는 블랙홀이 된다. 이 물질의 고리와 블랙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별로부터 폭이 좁고 강력한 광선이 두 방향으로 뻗어나가는데, 이 방향 중 하나가 지구 쪽이면 관측 가능하다. 처음에 이 광선이 나오는 현상이 바로 감마선폭발이라고 한다. 나중에 이 광선은 X선, 가시광선, 전파로 방출된다.

이번 성과는 최신 우주망원경이 감마선폭발체의 위치를 정확히 집어내고, 다른 망원경과 협력해 다양한 파장에서 이 폭발체를 관측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 과학자들은 감마선폭발의 또 다른 종류도 확인하려고 한다. ‘ 짧고 강한 ’특징을 지니는 이 감마선폭발은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인 두 별이 서로 도는 쌍성계가 합병할 때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쌍성계의 합병할 경우가 무거운 별의 핵이 붕괴될 경우(초신성)보다 더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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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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