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미 NC와 NC 다이노스, 연결고리는 공룡?

“드디어 첫 번째 배트 플립(bat flip)이 나왔습니다!”


5월 5일, 한국프로야구(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 NC의 타자 모창민 선수가 홈런을 치고 야구 방망이를 멀리 던지는 소위 ‘빠던(‘빠따’ 던지기의 줄임말)’을 선보이자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 중계진이 큰소리로 환호했습니다. 한국 팬들에겐 조금 의아한 일이었습니다. KBO리그에선 배트 플립이 익숙한 일이니까요. 

 

 

 

NC 다이노스의 인기는 공룡 때문?


배트 플립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은 한국 야구가 미국 메이저리그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올해 KBO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중 없이 개막했지만, 미국 전역에 생중계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NC) 주민들의 NC 다이노스 사랑이 뜨겁습니다. 실제 미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서 ‘NC dinosaurs’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많은 응원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당연히 실력일 겁니다. NC는 2011년 창단, 2013년 1군에 진입한 신생 프로야구팀임에도 KBO리그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1군 진입 첫해에는 정규시즌에서 9개 팀 중 7위에 그쳤지만, 2014년엔 3위, 10개 팀으로 운영된 2015년, 2016년 시즌엔 2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인기 비결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NC 다이노스라는 이름에서 NC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나타내는 약자이고, 노스캐롤라이나주가 공룡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미국 내에서 가장 앞선 공룡 연구가 진행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참고로 노스캐롤라이나주는 NBA 전설 마이클 조던을 배출한, 미국 내에서 스포츠를 각별히 사랑하는 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NC 다이노스는 팀의 마스코트로 공룡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자를 상징하는 ‘단디’는 거대한 수각류 육식공룡인 알로사우루스를, 투수를 상징하는 ‘쎄리’는 목이 길고 거대한 초식성 공룡인 브라키오사우루스를 모티브로 제작됐습니다. 

 

 

 

NC 출신 공룡 캐릭터를 만든다면…


노스캐롤라이나주가 NC 다이노스에 열광하는 이유가 정말 공룡 때문일까요? 과학적으로 팩트체크 해보고 싶은 고질적 직업병이 도졌습니다. 곧바로 컴퓨터로 고생물학데이터베이스(PBDB)에 접속해 미국의 공룡 화석 발굴 현황을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공룡 화석이 거의 발굴되지 않았습니다. 좀 더 정확한 취재를 위해 공룡 화석 연구자인 매리 슈바이처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생명과학과 교수에게 e메일을 보냈습니다. 다음날 슈바이처 교수의 e메일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슈바이처 교수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수행하는 공룡 연구의 대부분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이외의 지역에서 발굴된 화석을 바탕으로 한다”며 “미국에서 공룡 화석이 주로 발견되는 지역은 몬태나주, 노스다코타주, 사우스다코타주 등 서부지역과 노스캐롤라이나주보다 북쪽에 있는 뉴저지주로 한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주가 공룡과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공룡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슈바이처 교수를 비롯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미국 몬태나주에서 발견된 하드로사우르스류 공룡의 유아기 두개골 화석에서 연골의 특징을 밝히고, DNA 분석을 통해 연골 생산 세포의 DNA가 화석으로 보존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국립과학리뷰(NSR)’ 1월 12일자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093/nsr/nwz206


사실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상징하는 고생물 화석은 공룡이 아닌 메갈로돈(Otodus megalodon)입니다. 고대 상어의 한 종인 메갈로돈은 신생대 아이오세 초기부터 플라이오세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공룡과 다른 시기에 지구에 살았던 거죠. 


그래서일까요. 슈바이처 교수에게 트리케라톱스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만들어 NC 다이노스의 세 번째 마스코트로 사용해달라고 제안한 미국 네티즌의 트윗을 보여줬더니 “트리케라톱스는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전혀 연관이 없는 공룡”이라며 “차라리 메갈로돈 캐릭터를 제작한다면 과학적인 사실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야구 중계로)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팀의 공룡 연구가 한국 대중에게 갑작스럽게 관심을 끌게 된 점이 매우 흥미롭다”고 덧붙였습니다. 

 

 

202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 진로 추천

  • 지구과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