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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상 위에서 사용하는 슈퍼컴퓨터

반도체혁명 뛰어넘는 초전도 디지털소자

신비롭게만 여겨지던 초전도 현상이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초전도의 성질을 이용하면 초고속으로 스위칭을 하면서도 전력을 거의 소모하지 않는 디지털소자의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탁상용 슈퍼컴퓨터가 탄생할 수 있다.

 

7백70GHz의 동작 속도를 갖는 초전도 디지털 회로를 사용하면 현재의 슈퍼컴퓨터(사진)에 비 해 약 1천배의 성능을 갖는 초특급 슈퍼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정보통신 기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반도체의 발전은 인류의 과학기술 발달에 획기적인 선을 그었다. 반도체 회로의 집적도는 지난 30년 동안 기하학적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왔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개선돼 15년 후에는 현재보다 약 1천배, 즉 한개의 칩에 약 64조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정도의 집적도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반도체 회로의 작동 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반도체 소자(전자회로를 구성하기 위한 기본 단위)의 높은 전력 소모로 인해 10년 후에도 약 3-4GHz(1GHz=${10}^{9}$Hz)의 속도를 얻기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소자의 더 빠른 속도를 원할수록 이에 따라 소모되는 전력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전도 디지털소자를 사용할 경우 아주 적은 양의 전력을 소모하면서도 현재까지 인류가 개발해 온 집적회로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작동하는 집적회로를 제작할 수 있다.

최근의 성능평가에서 7백70GHz(1초당 진동수가 7.7x${10}^{11}$Hz로, 1초에 약 1조번 진동함을 나타낸다)의 동작 속도를 갖는 초전도 디지털 회로가 개발될 수 있음이 입증됐다. 이를 사용할 경우 현재 슈퍼컴퓨터에 비해 약 1천배의 성능을 갖는 초특급 슈퍼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하다.


전압을 걸지 않아도 전류가 흐른다

초전도체의 정보통신 산업에의 응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1962년 당시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대학원생이던 조셉슨이 초전도체를 초전도체가 아닌 원자 여러개 정도의 두께를 가진 얇은 물질을 사이에 두고 연결시키면 전압이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양쪽 초전도체의 위상차로 인해 전류가 흐를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했다.

1963년 당시 벨연구소에 있던 로웰은 조셉슨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해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는 가상 현상이 아니라 실제로 제작될 수 있는 구조에서 존재함을 보였다. 조셉슨 효과가 실제로 존재함이 증명됨에 따라 조셉슨은 1973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조셉슨 접합의 상업적인 이용은 주로 여러개의 조셉슨 접합을 사용한 형태로 이뤄져 왔다. 이러한 예로는 SQUID(Superconducting QUantum Interference Device, 조셉슨 접합 두개를 사용한 장치)를 사용한 생체자기 측정장치로, 뇌자도와 심자도의 측정에 사용되고 있다.

SQUID를 사용한 또하나의 상업적 응용으로는 전압표준장치가 있으며, 이 장치는 일정한 크기의 많은 조셉슨 접합을 직렬로 연결해 사용한다. SQUID를 사용한 전압표준장치는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전압측정장치 중 가장 정확하게 전압을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개의 조셉슨 접합을 사용한 응용 분야로는 밀리미터파 천체 망원경으로, 조셉슨 접합을 사용하여 제작된 믹서는 현재 모든 밀리미터파 천체 망원경에 사용되고 있다.


초전도 논리회로의 원리

그렇다면 정보통신에 응용되는 초전도 논리회로의 원리는 무엇일까. 조셉슨 접합에 조셉슨 임계전류라고 하는 전류양보다 적은 양의 전류를 흘려주면 조셉슨 접합의 양단 간에 걸리는 전압이 발생하지 않다가 이보다 많은 양의 전류가 흐르게 되면 급격히 전압이 걸리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전압이 0인 상태’와 ‘전압이 0이 아닌 상태’를 사용한 논리회로의 구성이 가능하며, 이를 ‘래칭회로’라고 부른다. 래칭회로는 기존의 반도체회로에 비해 열이 발생하지 않고 스위칭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래칭회로의 개발은 1980년부터 약 10년 동안 일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돼 왔으며, 래칭소자를 사용한 컴퓨터 핵심부품들의 개발을 이룩하는 개가를 이뤘으나, 래칭소자보다 성능이 우수한 단자속양자소자의 출현으로 개발이 중단됐다.

조셉슨 소자를 이용한 두번째 종류의 스위칭 소자는 단자속양자소자로 불린다. 자속은 자기장의 양을 말하고, 단자속은 양자화된 자기장의 가장 최소화된 양을 뜻한다. 단자속양자소자는 래칭소자보다 스위칭 속도가 1백배 정도 빠르게 일어난다. 래칭소자에서 ‘전압이 0인 상태’에서 ‘전압이 0이 아닌 상태’로의 전환은 빠르나, 그 반대의 경우에는 느린 단점이 있다. 단자속양자소자는 바로 이런 단점을 보안했다. 예를 들어 형광등을 끌 때는 바로 꺼지지만, 켤 때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처럼 래칭회로의 경우 한쪽 방향으로 속도가 오래 걸리지만, 단자속양자소자는 양방향의 속도가 일정하다. 따라서 단자속양자소자의 경우 ‘전압이 0인 상태’에서 ‘전압이 0이 아닌 상태’로의 전환 후 곧바로 그 반대의 전환이 이뤄짐으로써 전압 펄스가 생성되도록 조셉슨 접합의 상태를 설정한다.
 

초전도 논리회로의 원리



두뇌의 미세한 자기장 측정

따라서 단자속양자소자의 경우 ‘전압의 상태가 0인가, 아닌가’보다 ‘전압펄스가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논리회로의 작동이 이뤄지게 된다. 전압펄스를 생성하면 ‘1’의 출력이 얻어지는 것이고, 전압펄스를 생성하지 못하면 ‘0’의 출력이 얻어지는 것으로 논리회로가 이뤄지게 된다.

논리회로에의 입력 신호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전압펄스를 사용할 경우 전압펄스가 물 흘러가듯 계속 전파돼 가는 파이프라인 형태의 논리회로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 빠르게 작동하는 논리회로의 구성이 가능하다.

단자속양자소자에 의해 생성되는 전압펄스는 임의적인 값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양자화돼 있다. 이것은 마치 전자가 이동할 때 한개를 이동하는 것은 가능하나, 0.5개 또는 0.73개 등의 전자의 부분적인 양을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과 같다. 전자는 더 작은 것으로 쪼갤 수 없는 기본 입자이기 때문이다. 전하량의 경우 최소한도의 단위가 1.6019×${10}^{-19}$ 쿨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전도체로 둘러싸인 공간에서는 자속이 양자화돼 2.07×${10}^{-7}$ Gauss/cm2 값의 정수배 값만을 갖게 된다. 단자속양자소자의 경우 생성되는 전압펄스는 한개의 양자화된 자속에 해당하는 값만을 갖게 되는데, 전압펄스와 스위칭 시간의 곱이 정확히 2.07mV/psec(1mV는 1천분의 1볼트이며, 1psec는 1조분의 1초를 나타낸다)가 되는 값이 된다.

일반적으로 조셉슨 접합의 전압값은 제작 조건에 따라 약 1-2mV의 값을 가지며, 스위칭 시간은 약 1psec의 값을 갖는다. 한 조셉슨 접합에 의해 생성되는 전압값은 매우 정확하게 반복되는 값을 방출하게 된다. 따라서 반도체 회로에서의 0과 1의 상태에 비해 초전도 회로에서는 매우 정확한 0과 1의 상태를 갖게 돼 성능이 훨씬 더 우수한 논리회로의 제작이 가능하다. 실제로 조셉슨 접합의 이러한 정확성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전압의 표준을 정하는데 조셉슨 접합이 사용되고 있다. 또 두뇌에서 발생되는 매우 미세한 자기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데도 조셉슨 접합을 사용하고 있다. 현재 초전도 논리회로의 개발은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크게 아메리카지역, 동아시아지역, 유럽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기업체를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협력을 통한 초전도 논리회로의 개발과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과학기술청의 지원으로 테라급 네트워크 시스템에 탑재할 저온초전도 디지털회로를 이용한 패킷 스위치를 개발하는 대형 국책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01년 10월에는 고온초전도 디지털소자를 활용한 응용 시스템인 초당 40기가비트처리급 샘플러 시스템의 개발을 세계 최초로 성공해 발표했다.

유럽은 70여개의 초전도 연구팀이 연합해 조직한 공동연구망인 SCENET(European Network for Superconductivity)과 유럽 기업의 콘소시엄인 CONECTUS를 중심으로 인력교류, 기술교류, 정보공유 등의 협력을 통해 초전도 분야에서 유럽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을 의식하면서 경쟁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일본과 같이 대기업들이 초전도 기술의 연구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주로 벤처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탁상형 슈퍼컴퓨터 꿈꾼다

한편 국내의 경우 1997년부터 과학기술부에서 시행한 중점국가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초전도 디지털 전자소자 기술개발’ 과제가 시작되면서 이 분야 연구가 본격적으로 수행됐다. 이 연구에는 인천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동으로 참여해 세계적인 수준의 연산이나 메모리에 관여하는 고온초전도체 쉬프트 레지스터를 개발한 바 있다. 현재 인천대, 한국광기술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컴퓨터용 논리회로의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1980년대 말 러시아의 리하레프 교수팀은 단자속양자펄스를 이용한 디지털 전자회로의 기본요소들을 개발했으며, 1991년 뉴욕주립대와 뉴욕의 하이프러스사로 분산 이주해 이 분야의 연구를 주도했다. 단자속양자소자의 빠른 스위칭 속도를 이용한 많은 응용 분야에서 제품의 개발이 시도되고 있는 한편, 미국의 여러 연구 기관들에서 단자속양자회로를 사용한 페타 플롭 컴퓨터의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페타 플롭은 1초당 1천조번의 연산능력으로, 현재 사용되는 슈퍼컴퓨터보다 약 1천배의 성능이다.

최근 미국의 제트추진 연구소를 중심으로 페타 플롭 컴퓨터의 개발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초전도 전자회로들은 4-5K의 온도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주로 액체헬륨이 사용되고 있으며, 필요할 경우 냉각기를 사용할 수 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냉각기는 아직 가격이 비싼 편이고 중량도 무거우며 전력 소모도 많아 실제로 초전도 전자회로를 위해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하지만 냉각기 제작기술의 발전 속도로 볼 때 머지 않아 적절한 냉각기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에 발견된 고온 초전도체를 사용할 경우 약 20-30K의 온도에서 작동시키면 되므로 냉각기의 사용에 문제가 없다. 이러한 작동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며 가볍고 전력 소모도 적절한 냉각기를 구입해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고온 초전도체의 경우 신뢰할 만한 조셉슨 접합기술이 아직 연구 단계에 있어 논리회로의 개발에 사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초전도 기술을 사용해 테라 플롭(1초당 1조번의 연산능력) 데스크톱 컴퓨터(탁상형 수퍼컴퓨터)의 제작도 가능하다. 미국의 리하레프 교수는 대당 가격이 약 10만달러에 이르는 하드디스크의 사양을 갖는 탁상형 슈퍼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함을 예측했고, 연간 2백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전도의 조셉슨 접합기술을 논리회로 개발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면 탁상형 슈퍼컴퓨터가 탄생할 수 있다



속도 빠르고 열 손실 없어

반도체 기술에 비해 초전도 기술은 약 1백배의 속도를 갖고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며, 전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주도하에 일본과 유럽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저온초전도체를 사용할 경우 제작기술이 반도체 기술에 비해 훨씬 간단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가질 수 있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삼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 목표로는 초고속 스위치를 이용한 통신시스템의 개발, 디지털 신호처리를 이용한 레이더 시스템 등의 개발, 페타 플롭 규모의 빠른 계산시스템의 개발 등을 들 수있다. 초전도체가 냉각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를 보상할 정도의 뛰어난 성능을 보여야만 현재의 정보통신 산업에서 실용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반도체 전 분야를 대체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현재 반도체 기술의 취약한 부분을 대체, 또는 보상함으로서 가까운 시일 안에 상업화를 하기 위한 방향으로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현재 연구되고 있는 초전도체를 사용한 페타 플롭 컴퓨터의 개발은 인류 과학사에 획기적인 선을 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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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강준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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