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병원에 입원해 오랜 기간 동안 치료를 해야 하던 병이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요즘에는 짧은 시간에 치료를 마치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백내장 수술의 경우 예전에는 한달 정도나 입원 기간이 필요했으나, 요즘은 20분 정도 수술한 후 몇시간 만에 퇴원해도 된다.
신장 결석(돌) 수술도 마찬가지다. 신장 결석은 신장 내부나 요도에 생기는 모래알부터 골프공까지 매우 다양한 크기의 돌덩어리를 말한다. 과거에 이를 제거하려면 절개수술을 해야 했다. 이때 일주일 정도의 입원과 전신마취가 요구됐고, 수술 후 수개월간 통증이 뒤따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체외 충격파 쇄석기(extracorporeal shock wave lithotripsy, ESWL)라는 새로운 기기가 개발돼 수술하지 않고도 결석을 제거할 수 있다. 이 의료기기는 1980년 독일에서 처음 개발됐는데, 신장결석 환자는 이 기기 덕분에 1시간 정도 통증없이 치료받은 후 퇴원할 수 있게 됐다.
체외 충격파 쇄석기는 어떻게 몸속 돌을 수술하지 않고도 제거하는 것일까. 이 기기의 시술법은 몸속 결석에 총을 쏘는 것과 같다. 다만 총과 다른 점은 총알 대신 충격파를 이용해 우리 몸의 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통과시킨다는 것이다. 신장 결석에 엄청난 충격파를 전달하면 결석은 아주 작게 분쇄된다. 그러면 소변을 통해 빠져나오게 되는 것이다.
한 초점에 충격파, 다른 초점에 결석
체외 충격파 쇄석기의 원리는 간단하다. 타원의 반사 성질을 이용한다. 타원은 두점에서 거리의 합이 일정한 점으로 이뤄진 도형이다. 여기에서 두점을 초점이라고 한다. 만약 두 초점을 F, F'라고 한다면, 초점 F'에서 나간 빛은 타원에 부딪혀 반사돼 또다른 초점 F를 지나게 된다. 마찰이 없다면 이 과정을 끝없이 되풀이할 수 있다. 바로 이 원리가 체외 충격파 쇄석기에 이용된 것이다.
체외 충격파 쇄석기는 원기둥 모양으로 생겼다. 그 까닭은 원기둥을 비스듬하게 자르면 그 단면이 타원이 되기 때문이다. 원기둥 모양의 컵에 물을 넣고 기울여보면 물의 표면은 타원이 됨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체외 충격파 쇄석기는 아주 높은 주파수를 갖는 충격파를 물을 통해 보내 결석을 부수는 기계다. 우선 X선을 이용해 신장 안에 결석의 위치와 크기를 확인한다. 그런 후 타원 모양의 튜브 안쪽 면에 충격파를 반사시켜 돌을 깨뜨리는 것이다. 즉 타원의 한 초점에서 충격파를 발생시키고, 다른 초점에는 신장 결석을 위치시켜 신장결석을 깨뜨린다. 바로 타원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때 사람이 숨쉬기 때문에 결석이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국부마취를 한다.
타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정육면체의 부피를 2배로 만드는 작도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당시 타원은 단지 수학자들의 지적인 유희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케플러가 행성의 궤도가 타원임을 발견하면서부터 점차 인간의 생활에 유용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타원은 건물의 모양을 타원으로 짓는 미적 도구로, 이제는 의료 기계를 통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