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에 얽힌 수수께끼
빅뱅이란 무한히 작은 점에서 폭발적으로 우주가 탄생하는 현상이다. 무한히 작은 점이 가당키나 할까. 이 점에서 현재 우리가 아는 물리법칙은 소용없다. 그래서 이 점은 특이점이라 불린다. 1970년 호킹과 펜로즈는 일반상대론이 옳고 우주가 우리가 아는 만큼 물질을 갖기만 한다면 이같은 빅뱅 특이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후 호킹은 이 사실이 일반상대론의 불완전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하면 일반상대론은 우주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최근 빅뱅 초기를 설명하기 위해 일반상대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양자중력 이론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가장 강력한 후보가 끈이론이다. 끈이론은 우주의 기본을 점이 아닌 끈으로 본다. 아무리 작아져도 기본인 끈보다 작아질 수 없다. 결국 빅뱅 특이점과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빅뱅 이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빅뱅우주론에 따르면 의미없는 질문이다. 빅뱅이란 공간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시간의 시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빅뱅 이전에는 시간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빅뱅 이전이란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호킹이 든 예처럼 북극점에서 더 북쪽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과 같다. 북극점에서 움직일 수 있는 곳은 남쪽뿐이다. 또 빅뱅이 어디에서 일어났냐고 묻는 질문도 마찬가지로 잘못된 것이다. 공간도 빅뱅과 함께 탄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전체우주 안에서 우리우주를 막으로 보는 이론에서는 다른 공간을 생각할 수 있고 빅뱅 이전을 설명하려는 노력도 있다. 빅뱅은 또다른 형태의 상태변화가 아닐까.
빅뱅의 해결사 인플레이션
빅뱅우주론은 우주가 팽창하고, 초기에 만들어진 가벼운 원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태초의 빛인 우주배경복사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잘 설명한다. 반면에 문제점이 있었다.
하나는 지평선 문제다. 약 1백50억년 전에 탄생했던 우주에서 가장 먼 물체는 1백50억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한쪽 끝과 그 정반대편은 3백억광년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가장 빠른 빛조차 1백50억년 동안 3백억광년을 움직일 수 없는 일이다. 이들은 어떤 수단으로도 내통할 수 없다. 하지만 왜 밤하늘에서는 정반대편의 모습이 서로 똑같아 보일까.
또 하나는 평탄성 문제다. 현재 우주는 매우 평탄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주 초기에 평탄함에서 조금만 벗어났다면 오랫동안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이 차이는 급속하게 증폭되기 때문에 현재 우주는 결코 평탄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렇게 평탄하기 위해서 우주는 초기에 ${10}^{60}$분의 1 오차로 평탄해야 한다. 왜 초기의 우주가 이 정도로 평탄했을까.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바로 1980년 미국의 구스가 제안한 급팽창(인플레이션)이론이다. 빅뱅 후 ${10}^{-35}$초 지났을 때 우주는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이 급팽창이라는 상태변화를 일으키는데, 이때 나온 에너지가 우주를${10}^{30}$배 이상 커지게 한다. 현재 우리가 보는 우주 전체는 초기에 아주 작았기 때문에 급팽창으로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쉽게 퍼져갈 것이고, 콩알이 지구만큼 커져도 표면을 보면 평탄해지듯이 초기에 우주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당연히 평탄할 수밖에 없다.
빅뱅의 해결사 급팽창은 또다른 장점을 가진다. 나중에 은하들로 자랄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 우주 초기에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생긴 양자 요동으로부터 초기 밀도의 불균일함이 나타났다.
놀랍게도 이런 사실은 우주배경복사에서 보이는 온도의 미세한 불균일함으로 실제 관측됐다. 물질의 밀도가 우주배경복사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초기 밀도의 이런 불균일함은 후에 은하나 은하단으로 자라났다.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어디에서나 서로 간의 거리가 멀어지고 특정한 중심이 없다. 또 빅뱅 이후 ${10}^{-35}$ 초 후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우주가 ${10}^{30}$ 배 이상 커졌기 때문에 우주의 곡률은 없어지고 평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