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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에 목욕시킨 애완견을 넣는다면?

전자레인지에 목욕시킨 애완견을 넣는다면?


요즘 사람들은 전자제품을 구입할 때 제품이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청소하다가 우연히 TV 위에 올려놓은 꽃병이 넘어져 물이 TV 속으로 들어간다면 어떨까. 또는 어린 아이가 가늘고 긴 철사를 TV 뒷면 환기구에 찔러 넣는다면?

이처럼 뜻밖에 벌어지는 일은 화재나 감전사고를 일으키고, 더 나아가 사람이 다치는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항상 이런 상황이 일어날까 조바심내며 전자제품을 써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현대의 기계문명이 가져다준 편리함을 우리는 아마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제품 고장나도 사람에게 피해 없어야

우리가 현재 이런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까닭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등장하기 전에 미리 안전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 안전 테스트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는 제품이 고장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제품이 고장나는 최악의 상황이 되더라도 사람에게만은 위험을 주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안전 테스트를 거쳐야 할까. 이는 제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사고가 뭔지를 생각하면 쉽게 답할 수 있다. 바로 감전과 화재다. 감전과 화재는 제품이 노후됐거나, 번개, 그리고 비정상적인 사용에 의해서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벼락이 집에 내려쳤다고 하자. 번개의 전기에너지는 피뢰침을 통해 대부분 땅으로 흘러 들어간다. 하지만 일부 전기에너지가 집안의 전선으로 흐를 수 있다. 때문에 번개가 집에 내려치면 고압에 의해 TV와 같은 전기제품은 고장나고 만다.

감전과 화재에 대한 안전 테스트는 일정한 규격을 따라야 한다. 제품의 내부회로들이 안전규격에 따라 제대로 만들어지면 사람에게 감전이 일어나거나 제품에 불이 나 화재로 번지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제품은 내부회로의 배치규격이 제대로 됐는지를 시험받는다. 또는 화재가 일어날 만한 제품 내 회로에 일부러 물방울을 떨어뜨려 보거나 제품의 외장에 일부러 불을 내서 큰 화재로 번지는지를 시험해보기도 한다. 이같은 안전 테스트는 1백여년 전에 미국의 보험회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당시 전기제품이 등장하면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화재사고로 보험회사가 애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7월부터 제조업체 배상책임 강화

한편 제품이 일정한 조건의 안전규격을 만족했다고 해서 안전에 대한 대비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사용할 때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상황을 예상하고 이를 시험해야 한다. 만약 예상치 못한 경우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으면 가전회사는 소비자에게 배상책임을 해야 한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에서 일어났던 사례가 있다. 한 노파가 자신의 애완견을 목욕시킨 후 털을 빨리 말리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넣은 사건이 있었다. 이때 노파는 전자레인지 제조사에 소송을 걸었다. 자신에게 개를 넣지 말라는 주의사항을 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제조사는 우리나라 가전업체였는데, 결국 노파에게 배상하고 그 뒤 제품의 설명서에 ‘살아있는 생물체를 넣지 말라’는 조항을 삽입했다.

이처럼 사용자의 비정상적인 사용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조업체가 배상해야 한다는 제도를 우리나라에서도 올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최근 관련 업계는 소비자와의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안전규격을 강화하고 있다.

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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