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시간이란 기준을 정해 사용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시간의 모든 것을 살펴보자.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간은 어떻게 정해진 것일까.
또 우리 나라가 오전 11시 24분일 때 파리는 오전 3시 24분인데, 이처럼 세계 여러 도시에서 사용하는 시간이 서로 다른 것은 어떤 이유인가.
시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 인류가 지구상에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주기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 즉 밤낮이 교대로 되풀이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시간의 측정은 바로 지구의 자전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밤낮의 교대 주기가 하루이고 이 하루를 더 짧은 시간 간격으로 나눈 것이 시(時)이며, 더욱 긴 시간 단위로 정한 것이 주일(週日) 순(旬) 월(月) 년(年) 등이다.
기원전 3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수메르인들의 기수법은 점토판에 갈대를 이용해 숫자를 표시했다. 10까지의 숫자는 비스듬히 필요한 수만큼 찍었으며 10자리의 수와 10의 배수를 나타내는 숫자는 갈대를 수직으로 놓아 나타냈다. 이때 이미 10진법과 60이라는 수를 바탕으로 한 기수법이 쓰인 것이다(그림1).
B.C.2천년에 등장한 달력
또한 기원전 2000년 무렵 바빌로니아인의 1년은 3백60일이었으며 3백60일은 각각 30일로 된 12개월로 나누어졌다. 바빌로니아인은 달(月) 이외에도 이미 태양이나 5행성의 이름을 사용한 시간 단위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하루를 2시간씩 12단위로 나누어 1시간을 60분으로, 다시 1분을 60초로 나누어 사용한 것도 그들이었다.
동양에서는 기원전 1400년 경의 갑골문에서 이미 간지(干支)를 사용하고 있었다. 간지(干支)란 10간 12지를 말하는 것으로서 갑 을 병… 자 축 인… 등을 일컫는 것이다.
이는 수학의 발달과 견주어 보면 10간은 10진법에 해당하며 12지는 12진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함께 사용하면 60진법이 된다. 이는 현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간, 즉 하루는 24시간, 1시간은 60분, 1분은 60초 등에서 사용하는 60진법과 1년 12달의 달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대 수메르인이나 바빌로니아인들은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을 관측해 1년의 길이가 3백65일 정도임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에 대응하여 36개의 별자리를 고안하며 사용했다. 이는 고대 이집트로 이어졌다. 기원전 2000년경의 고대 이집트인들은 3백65일이라는 1년의 길이를 3백60일과 5일로 구분하여 3백60을 하늘의 분할과 각도를 재는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1년의 마지막에 5일을 첨가하여 축제일로 하였는데, 60진법의 기원은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그들은 당시의 밤의 길이가 8시간 정도였으므로 별자리로는 하룻밤 동안에 12개가 보이게 되는데, 어느 별자리가 남중하느냐를 이용하여 밤을 12등분하여 짧은 시간 단위인 시(時)로 사용했다. 한편 낮동안에도 이를 연장해 12등분하여 사용했는데, 시간의 등분에는 해시계를 이용했다. 이로부터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는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결국 고대인들은 밤낮으로 길이가 다른 시간단위를 사용한 것이나 그 당시에는 시간에 그렇게 구애받지 않는 시대였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기원전 1000년경의 메소포타미아인들의 관측기록은 보다 정밀해졌다. 이로 미루어 관측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알 수 있다.
관측의 정밀성이 높아지면서 하루의 길이가 더욱 정확하게 측정됐다. 하루를 더 짧은 시간 단위로 나누기 위해서 해시계나 물시계 등의 관측기기를 더욱 발전시킨 것이다. (그림2)는 고대 이집트인이 사용한 해시계다.
그들은 우선 하루의 길이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하여 해시계나 그림자 막대를 이용하여 하루 중 그림자의 길이가 가장 짧은 때부터 다음날 가장 짧은 때까지의 길이를 측정하여 하루를 정하고, 그림자의 방향을 이용하여 더 짧은 시간 단위로 나누었다. 여기서 그림자의 길이가 가장 짧아질 때는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을 때를 말한다. 이는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태양이 정남에 왔을 때가 되는데, 이를 태양이 남중했다고 한다(그림3).
태양시와 항성시
그런데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면서 자전하고 있으므로 지구의 자전 주기인 하루의 길이는 (그림4)에서 보는 것처럼 태양을 기준으로 측정할 때와 항성을 기준으로 할 때 서로 다르게 된다.
이때 태양을 기준으로 한 지구의 자전주기를 1태양일(synodic day)이라고 하며, 항성을 기준으로 한 지구의 자전 주기를 1항성일(sidereal day)이라고 한다. 1태양일을 더욱 짧은 시간 단위로 나누어 사용하는 시간 체계를 태양시(synodic time)라고 하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시간이다. 1항성일은 (그림4)에서 보는 것처럼 그 길이는 1태양일보다 4분 짧아서 23시간 56분이 되는데, 1항성일을 기준으로 하는 시간체계를 항성시(sidereal time)라고 한다.
태양시는 태양이 남중했을 때를 12시로 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태양이 남중했을 때를 0시로 한다면 날짜가 인간이 한참 활동하고 있을 때인 정오에 바뀌게 되는 불편이 있으므로 태양이 남중했을 때를 12시로 정하여 하루를 24등분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태양의 남중시각에 대하여 좀더 살펴보기로 하자. 태양시는 태양일을 기준으로 태양이 남중했을 때를 12시로 하였으므로 매일 12시에 태양이 남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1993년 역서를 살펴보면 태양의 남중시각은 (표1)에서 보는 것처럼 매일 일정하지 않으며, 더구나 여름의 하루는 짧고 겨울의 하루는 길게 나타나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태양일은 실제의 태양을 기준으로 하는 시태양일과 평균태양일로 구분되고 있다. 역서에 나타난 태양의 남중시각은 시태양의 남중시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시태양일은 이처럼 1년 내 고르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정밀한 시간을 정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시태양일을 1년에 걸쳐 평균하여 정한 평균태양일을 기준으로 한 평균태양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태양일에 차이가 나는 것은 (그림5)에서 보는 것처럼 하루동안의 지구 공전은 엄밀하게는 꼭 1°가 아니며 매일 조금씩 그 크기가 변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북반구에서는 여름철에 태양에서 가장 멀고, 겨울철에 가장 가깝게 되므로 1태양일의 길이는 여름철에 짧고 겨울철에 길다. 이외에도 지구 자전축의 경사로 1년중 태양이 지나는 길(황도)이 경사져 있으므로 이의 영향도 첨가되어 연중 시태양일의 길이는 고르지 않다. 평균태양시(mean solar time)와 시태양시의 이러한 차이를 균시차라고 한다.
시태양일을 기준으로 시간을 정한다면 1년중 날마다 1시간의 길이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것이 되므로 이를 연중 평균한 평균태양일을 시간을 정하는 하루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잃어버린 생일날
현재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시간체계가 평균태양시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는 시간이 서로 다른 것은 어떤 이유일까. 평균 태양시는 결국 가상적인 평균태양이 남중한 시각을 12시로 정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여러 도시에서 태양이 남중하는 시각은 서로 다르게 된다.
그러나 어떤 지역에서 평균태양이 남중했을 때를 12시로 정할 때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즉 서울에서 태양이 남중했을 때 강릉에서는 이미 태양이 남중했을 것이며(서울에서 볼 때 동쪽이므로) 각각 태양이 남중했을 때를 12시로 한다면 서울과 강릉이 서로 다른 시간체계를 사용하게 돼 불편할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 구역으로 나누어 동일한 시간체계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는데, 이것이 표준시이다. 이렇게 구역을 나눌 때 그리니치 경선(경도 0°)을 기준으로 시간 차이가 정수로 떨어지는 지점, 즉 경도차이 15° 마다 지역에서의 평균태양시를 표준시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표준시(Korean Standard Time, KST)는 동경 1백35°에서의 평균태양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서울에 태양이 남중하는 시각이 12시 30분경이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라. 아울러 우리 나라보다 서쪽에 있는 중국이나 필리핀 등의 나라에서 사용하는 표준시는 KST와 비교할 때 빠른지 또는 느린지 생각해 보라.
한편 경도 15°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난다면 경도차이 1백80°도 되는 지점은 12시간 차이가 나게 된다. 즉 우리 나라에서 5월 5일 낮 12시일 때 우리 나라와 1백80°정도 차이가 나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서경60°)는 0시, 곧 자정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5월 6일 자정인가? 또는 5월 5일 자정인가?
이제 서울에서 목요일 오전 9시에 다음과 같은 세계 도시에 전화로 시각을 물었더니 그 답은 (표2)와 같았다.
(표2)에 나타난 도시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 고루 분포돼 있다. 그런데 표에는 수요일 오전 시간은 찾을 수 없다. 이것은 어떤 이유인가?
여기서 재미있는 가정을 하나 하기로 하자. 영심이는 비행기로 세계일주를 하는데 지구가 동쪽으로 도는 것과 같은 속도로 서쪽으로 여행을 한다고 하자. 수요일 정오에 출발하여 1시간 후 마닐라에 도착하였다. 지구자전의 속도와 같이 반대 방향으로 여행하였으니 영심이의 머리 위에는 태양이 남중하고 있고 시간은 여전히 정오가 된다. 6시간을 더 여행하여 카이로에 도착하였다면 영심이는 총 7시간을 여행하였지만 여전히 정오가 될 것이다.
그러면 지구를 일주하여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면 영심이의 머리 위에는 여전이 태양이 남중하고 있으니 시간으로는 정오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면 수요일 정오인가? 목요일 정오인가?
24시간 여행했으니 목요일 정오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면 영심이가 여행할 때 날짜가 변경된 것은 어디서 일까.
19세기 이후 국제적 협약에 의하여 약속된 시간대(time zone)와 날짜변경선을 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날짜변경선은 대체로 경도 1백80°선을 따르고 있다.
즉 날짜 변경선 바로 동쪽의 수요일 오후 1시는 이 선을 넘을 때 목요일 오후 1시로 되는 것이다.
뉴욕에서 공부하고 있는 영심이는 수요일이 생일이다. 생일을 지내려고 서울로 올 때 날짜변경선을 동에서 서쪽으로 넘게 되므로 하루가 더해져 서울에 도착하면 목요일이 되어 생일날은 이미 지나가 버린 것이 되며, 반대로 서울에서 수요일에 생일잔치를 끝내고 뉴욕으로 간다면 화요일이 되어 다시 수요일을 맞아 두번 생일잔치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