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해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지난해 5월 코엑스에서 열린 KAIST 개원 30주년기념행사에서 한 도우미가 김대중 대통령을 맞이하면서 건넨 말이다. 키 크고 늘씬한 보통의 도우미와는 달리, 이 도우미는 키 1백55cm, 몸무게 1백kg으로 상당히 작고 뚱뚱한 편이다.
이처럼 용모미달인데도 도우미로 선정된 이는 과연 누구일까. 사실 이 도우미는 사람이 아니라 휴먼로봇이다. 이름은 아미인데, 불어로‘친구’라는 의미를 갖는다. 친구같이 사람과 가까운 로봇인 것이다.
아미와 같은 휴먼로봇은 기존 로봇과는 달리 사람이 모델이 된다. 마네킹처럼 단순히 생김새가 사람과 비슷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사람처럼 행동하고, 사람처럼 주위환경에 반응하며, 사람처럼 사물을 인식하고, 사람처럼 생각하며, 사람처럼 느끼는 그런 로봇이다.
아미의 경우 비록 하체가 두다리가 아닌 원통형이지만 머리, 몸통, 팔, 하체로 구성되고, 사람처럼 보고 말을 알아듣기까지 한다. 만약 “인사해”하고 아미에게 명령을 내리면, 아미는“안녕하세요”라고 답한다. “앞으로 걸어가”하면 아미는 앞으로 걸어가고, 장애물을 만나면“앗! 장애물이다 라고 말하면서 멈춘다.스스로 생각하는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똑똑한 로봇인 것이다. 또한 감정을 표현할 줄도 안다. 아미에게“잘했어”라고 말하면, 아미는 몸통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밝은표정을보여주고, “못했어”라고말하면, 고개를 푹 숙이면서 모니터에 슬픈 표정을 짓는다.
다양한 연구 진행되는 백화점식 연구실
이처럼 멋진 아미는 한국과학기술원 전자전산학과 양현승 교수 연구실에서 개발됐다. 양교수는 1990년부터 지능형 이동로봇을 연구해 왔고, 1993년 대전 엑스포 행사에서 전시돼 인기를 얻은 꿈돌이와 꿈순이를 개발했다. 그리고 그 동안의 연구결과는 아미에 결집돼 있다.
아미에 대한 양교수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휴먼로봇이 무엇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아미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휴먼로봇이 가져야 할 인간적인 면을 가장 골고루 갖춘 로봇은 세상에서 아미뿐이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두발로 걷고 춤도 추는 일본의 아시모는 단지 걷기만 잘할 뿐이라고 한다.
아미가 여러 기능을 갖추기 위해 연구실은 실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로봇연구의 가장 대표적인분야인 인공지능뿐 아니라 가상현실 시스템 개발, 뇌과학 연구까지 어떻게 한 연구실에서 이토록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는지 의아할 정도다. 이에 대해 양교수는“세상이 급변하는 것처럼 새로운 연구분야가 빠른 속도로 생겨나고 있다. 첨단분야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분야들 중에서 재미있는 연구가 너무 많은데, 그중에 몇개만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말한다.‘ 인공지능 및 멀티미디어 연구실’이라는 연구실 이름에서도 그의 관심사가 얼마나 방대한지를 알 수 있다.
양교수의 연구실은 인공지능 분야 중 컴퓨터비전에 중점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컴퓨터비전 분야는 인간의 시각인지 기능을 컴퓨터를 사용해 인공적으로 구현하는 기술로, 지난 10여년 동안 지식기반 3차원장면이해시스템, 자동목표물인식 및 추적시스템, 지능형로봇시각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한편 양교수가 관심을 기울이는 가상현실 분야는 컴퓨터비전, 그래픽스, 인공지능, 네트워크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현실감이 넘치는 가상환경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가상환경은 전적으로 컴퓨터에 의해 합성되기 때문에 사실성이 결여돼 있다. 양교수의 연구실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실제 환경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활용하는 가상환경을 실제 환경 속으로 끌어들여 몰입감을 증대시키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박사과정 학생이 많은 편
연구실에서 최근 새로 시작한 분야는 뇌과학이다. KAIST 뇌과학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연구 중 인공시 각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뇌과학 연구는 인공지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최근의 인공지능 연구는 뇌의 정보처리 원리에 기반해 인간의 뇌와 유사한 인지, 사고, 판단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뇌과학 연구를 통해 개발한 첨단 인공시청각 기술을 아미에게 시험해볼 예정이다.
이처럼‘백화점식 연구실’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각종 분야에 대해 공부하게 되기 마련이다. 이것은 연구실을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한 후 어떤 일을 하든 성공할 수 있는 적응력을 키워준다.
인공지능 및 멀티미디어 연구실에는 현재 박사과정 학생 10명, 석사과정 학생 5명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다른연구실과달리박사과정학생이많은것이특징이다. 로봇처럼 장기간 진척시켜야 제대로 된 연구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