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인구증가에 의한 식량문제와 환경문제, 그리고 석유와 같은 자원의 고갈은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이런 현안에 맞추어 BT(Bio-Technology, 생명공학기술)산업이 대처해 가는 모습을 10년 후의 미래로 가서 직접 만나보자.
석유 고갈 해결하는 생물산업
때는 2012년 1월 1일. 석유수출기구(OPEC)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1일 세계석유생산량이 1억 배럴을 초과하면서 새로운 생산기록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반기는 기색보다는 우려와 대책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다. 최근 중국과 인도에 산업화 바람이 불어 석유 소비가 크게 늘면서, 전세계 석유사용량이 채굴능력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첨단 석유탐사기술의 도입으로 지구에 남아있던 유전도 모두 찾았고, 고도의 석유채굴기술의 가동으로 세계 석유매장량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 석유수출기구는 올해 원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까지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의 상용화 이래 최고의 가격으로 석유 대파동이 예견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선진국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와 특별대책을 연달아 발표하고 있다. 석유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울산과 여천의 석유화학공단의 주요 공장들이 채산성 악화로 조만간 가동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다음달부터 석유정유공장도 휘발유의 생산량을 50% 축소할 예정이다. 정부는 석유를 사용하던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고, 대신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자동차 사용제한과 석유배급제를 3월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모든 것이 암울해보이는 상황에서 한줄기 서광이 비치고 있다. 바로 휘발유 대신 알코올로 만들어진 대체연료인 ‘가스홀’(gashol)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업계는 지속적인 투자로 가스홀을 사용하는 자동차 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유회사들은 5년 전부터 알코올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합작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알코올생산공장의 준공식을 다음 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가질 예정이다. 국내 알코올 소모량의 40%를 공급할 알코올생산공장은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사탕수수의 찌꺼기를 효소로 분해하고 발효시켜 알코올을 생산한다. 첨단 효소공학과 발효공학이 접목해 탄생한 차세대 탄수화물 효소공학기술 덕분이다.
더욱이 이 기술을 응용하면 사탕수수의 찌꺼기에서 고품질의 산업소재와 다양한 의약품 소재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합성수지와 아크릴 섬유의 생산기술은 환경친화적인 효소공학기술의 대표적인 예다. 결과적으로 대체에너지 개발은 물론 식품과 의약, 산업 소재의 생산까지도 가능해 경제에 큰 보탬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생물산업이 석유화학산업을 대체하리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생물산업에 필요한 천연생물자원(바이오매스)의 확보가 관건이다. 산업의 원료가 되는 탄수화물자원과 바이오매스를 안정적으로 대규모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국내 정유회사들은 중국과 캐나다, 아르헨티나와 제휴해 대규모 협동농장을 조성해 1백년 간 운영할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산업소재와 의약소재를 생산하는 형질전환 식물을 꾸준히 개발했다. 식물은 식량뿐만 아니라 특정 의약품과 산업소재를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바이오공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강원도에서 지역특화사업으로 산악지대에 대규모 옻나무농장을 조성했다. 옻칠은 우리 민족이 오래 전부터 목재의 표면처리에 사용했던 전통기술이다. 특히 고려 팔만대장경은 옻칠을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보존이 가능했던 것이다. 근래에 개발된 형질전환 옻나무를 이용하면 고급 품질의 옻을 기존 옻나무보다 1백배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이 옻나무로부터 얻어진 수액을 가공하면 고품질의 가구와 생활용품의 표면처리제로 바뀌는데, 이는 기존 정밀화학산업의 합성수지 표면처리제를 전량 대체할 것이다.
1백여종 오염물질 정화하는 효소
제주도의 숙원사업도 해결됐다. 농업진흥청에서 비타민C를 생산하는 감귤나무의 개발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신품종의 감귤은 기존 감귤보다 1백배 많은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어서, 식용뿐만 아니라 정제하면 대규모 비타민C의 생산이 가능하다. 이 신품종의 감귤나무는 제주도 현지 농장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 감귤나무가 성장하면 제주도는 세계적인 비타민C의 생산기지로 바뀌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비타민류와 산업소재를 생산하는 수목개발의 연구가 활발해 조만간 고품질의 의약제재와 산업소재가 형질전환 식물로부터 생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석유를 대체할 기름을 생산하는 아주까리, 차세대 섬유를 생산하는 기능성 목화 등이 등장할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산업폐기물처리장과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의 유전체의 응용연구를 지난 10여년 간 꾸준히 진행해 왔다. 그 결과 1백여종의 환경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새로운 효소들을 찾았다. 이는 차세대 환경정화기술의 핵심으로 플라스틱과 나이론 등 다양한 고분자폐기물을 분해시켜 토양오염을 방지할 수 있고, 또 페놀과 다이옥신과 같은 방향성 오염물질을 산업원료로 전환시킨다. 이 효소들을 이용한 환경효소공학기술은 세계 최초로서 환경정화뿐만 아니라 정밀화학대체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유엔 인구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세계인구가 1%씩 꾸준히 증가해 현재 72억 명에 도달했다. 21세기 접어들어 8억명이나 추가로 증가한 셈이다. 그런데 주요 원인을 보면 인도와 중국의 인구가 매년 21%와 17%씩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결과 중국과 인도가 대규모 식량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지난 10년 간 국제 곡류의 가격이 4배나 올랐으며 올해 들어서 추가로 2배나 폭등하고 있다. 정부는 비상대책으로 국내 보유 농산물을 모두 방출하고 휴농지의 재활용문제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다행히 2002년 벼 유전체 정보가 밝혀진 이후 영양가가 많고 수확이 많은 슈퍼벼 개발이 완성단계에 있어서 올해부터 이 종자를 농촌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비타민이 보강된 쌀, 섬유질을 보강한 다이어트용 쌀, 당뇨병 환자용 쌀, 성장기 어린이용 쌀, 산모용 쌀, 노인용 쌀 등이 내년부터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1조원을 들여 쌀 생산의 전진기지인 ‘인공섬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인공섬’은 여의도 만한 크기의 배로서 태평양에 띄워진 전천후 농산물 이동생산기지다. 인공섬에는 농사는 물론 농산물의 가공과 효소공정시설, 발효소시설, 대체에너지 생산공장을 추가적으로 갖추게 된다. 또한 인공섬 사이에 대규모 이동 양식장을 만들어 국내 어류 수요의 20%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암과 심장병, 당뇨병 등 체질과 관련있는 성인질환은 감소 추세라는 보고가 나왔다. 인간 유전체 정보가 규명된 이후 개인별 단일염기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의 비교조사가 지난 10년 간 꾸준히 진행되면서, 성인병의 유전자 요인을 정확히 정립해 개인별 맞춤진단과 그에 따른 맞춤처방이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개인별 SNP자료가 국민건강관리에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전 국민의 SNP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이 SNP 조사는 혈액 한방울에서 추출한 DNA 시료를 DNA칩으로 분석하는데, 최근에는 올리고 DNA칩이 등장해 하루에도 수만명의 개인별 유전자 요인을 분석할 수 있다.
밥을 먹고 달리는 자동차
지난 2001년 인간 유전체 정보가 정립된 이후 세계 생명과학계와 바이오산업체들의 꾸준한 연구노력으로 사람의 모든 생체분자들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사람의 생체부품을 개별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인터페론이나 성장호르몬, 인슐린과 같은 수많은 인체 생체분자들이 의약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생체분자뿐만 아니라 생체세포치환기술이 발달해 간세포나 뇌세포가 손상된 경우 새로운 세포로 바꾸는 일이 가능해져서 성인병이나 노인병 치유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생체세포치환기술은 21세기 초 인간복제 연구를 진행하다가 부수적으로 발생된 기술이다. 당시 인간복제는 장기확보와 장기이식차원에서 기술선진국에서 경쟁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복제인간은 태어났으나 유전체 DNA의 이식과정에서 거대 유전체 DNA의 손상으로 말미암아 기형아가 태어나자 복제연구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됐다. 그런데 복제연구의 부차적인 결과로 줄기세포와 인공장기의 확보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결국 복제연구는 생체세포치환기술을 등장시킨 셈이다.
한편 국가유전자치료센터가 2월에 개원된다. 최근 DNA칩을 이용해 개인별 결핍유전자의 선별 분석이 가능해지고 결핍된 유전자의 대체기술이 실용화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런 유전자치료는 유전병을 일으킨 결핍유전자 대신 정상적인 유전자를 도입함으로써 체질에 따른 질환에서 인류를 해방시킨 혁명적인 의술이라 할 수 있다. 현재 20여종의 유전병은 완전히 치유할 수 있고, 10년 내에 모든 유전병을 완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삼성전자와 함께 10년 동안 15조원을 투입해 차세대 분자반도체와 바이오컴퓨터를 개발할 ‘인공지능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고집적도의 분자반도체와 1만배 빠른 연산속도를 갖춘 바이오컴퓨터의 개발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두뇌작용의 원리를 기초로 해 대체기억장치와 바이오 중앙연산장치를 개발하는 연구사업으로 차세대 컴퓨터와 생활가전기기에 혁명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의 근육은 전기화학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생체동력기관이다. 이런 근육활동으로 심장이 작동되고 동물이 걸어다닐 수가 있다.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현대자동차는 인공근육장치를 개발해 자동차의 새로운 동력원을 개발했다. 현재 이 근육동력장치는 10마력을 가진 소규모 엔진으로 소형자동차에 부착해 시험가동하고 있다. 머지않아 대형 근육엔진이 등장해 포도당을 연료로 하는 자동차가 등장할 전망이다. 밥을 먹고 달리는 자동차가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