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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인간복제 반대ㅣ 인간존엄성 정면 도전하는 인간복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시민들이 인 간복제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최근 외국에서 인간복제 연구가 진행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들은 불임부부와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부각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인간복제가 갖고 있는 문제들 때문에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불임부부는 자식을 얻기 위한 대안으로,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는 먼저 아이를 대체하기 위해 인간복제를 선택했다. 인간복제가 이미 태어난 개체의 이익을 위한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복제가 인간의 존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적이며 불완전한 정체성

인간복제 과정을 살펴보면 체세포를 추출해 사용한다. 그런데 신체에서 뽑아낸 체세포는 분화가 이미 끝난 후 몸의 일부를 구성하는 세포이기 때문에 인간복제에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체세포가 신체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전체 유전 정보를 준비하도록 분화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역분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역분화를 위해 일반적으로 영양분이 극히 적은 용액에서 배양해 체세포를 굶긴다. 기아 상태를 거쳐 준비된 체세포에서 핵을 뽑은 후, 이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해 융합시켜 수정란을 만든다. 이 수정란을 다시 분화시켜 복제인간이 만들어진다.

인간을 복제하는 체세포복제 방법에는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인위적으로 역분화시키고, 다시 재분화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불안정한 역분화와 재분화를 통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은 정상적인 인간과 유전적으로 다르고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복제인간이 근본적으로 인공적이며 유전적으로 불완전한 정체성을 갖는 이유다.

인간복제 과정 중에 생기는 문제의 한 예가 텔로미어다. 텔로미어는 노화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어지는 염색체의 끝부분으로 체세포가 분열하면서 길이가 점점 줄어든다. 즉 나이가 든 개체를 복제할 경우, 원본의 텔로미어 길이가 짧기 때문에 이를 복제한 개체도 텔로미어가 비정상적으로 짧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어느 정도 짧아지면 그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는다. 따라서 태어났을 때부터 길이가 짧은 텔로미어를 갖고 있는 개체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일찍 죽을 수 있다. 6살 어미의 체세포로부터 복제된 돌리의 경우도 실제 나이는 6살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불임부부 선택문제 아니다

인간복제는 불완전하고 비정상적인 임신이기 때문에 태어날 아이가 기형아로 탄생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이는 동물복제를 통해서도 명확히 증명됐다. 그런데 인간복제를 찬성하는 사람 중에는 기형아 탄생 문제만 어떻게든 해결하면 허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인간복제는 과학으로 결코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성공적인 인간복제의 경우라 하더라도 핵의 유전체는 체세포를 제공한 개체와 동일하다. 일반적인 수정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부모 한쪽의 유전체만 물려받는 단성생식이다. 단성생식이 인간에게 어떤 문제를 안겨줄 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태어날 개체가 부모의 생식세포가 분열하고 결합하면서 유전체가 선택적으로 진화할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하고 정체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불임부부의 경우 체세포복제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유전체를 다음세대에 전달하려는 종족번식의 본능이 충족될 수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유전체의 다양성이 정체되고,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퇴행적인 유전체 발현의 특성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인간복제는 불임부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또 인간복제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유전체 조작기술과 맞물릴 가능성도 크다. 이미 장단점이 확인된 개체 세포의 유전자조작을 통해 뛰어난 인간을 만들겠다는 우생학적인 목적으로 인간복제가 널리 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서는 인간복제 연구가 잠재적 생명체인 배아를 조작해 무뇌아를 만들어 장기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복제가 인간존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도덕 체계를 붕괴시킨다는 사실이다. 인간복제는 이를 선택한 개체에 대해서는 어떤 이익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로 볼 때 인간이 될 수 있는 난자와 같은 세포를 조작해 새로운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인간이란 생명의 존엄성을 약화시킨다. 윤리적·과학적·사회적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복제는 결코 개인의 선택 문제로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난자에 핵을 넣는 장면. 동물 복제 과정 사진으로 인간의 경 우도 똑같은 방법이 적용된다.


엄청난 사회 혼란 초래

일부 인간개체복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를 금지하면 비밀리에 이뤄지고, 오히려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인된 기관에서 연구를 허용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궤변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윤리적·사회적·생물학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인간복제는 현재 보편적 인류 정서를 감안할 때 이와 관련된 연구 활동을 모두 법률로 금지해야 한다.

인간복제 연구는 다수의 발생학분야 연구자와 불임전문 의사의 협동체계가 필요하며 많은 대리난자의 반복적인 시술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산모관리와 태아상태의 점검을 위해 산부인과 의사의 개입이 필요하다. 즉 인간복제 연구는 개인에 의한 음성적인 단독 연구와 시술이 완전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복제 연구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경우, 인간복제 연구 가능성이 있는 일부의 사람과 시술기관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면, 비밀리에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복제인간이 탄생한다면, 그들은 법률적·생물학적으로 인간임에 틀림없지만 그 본질은 보통 인간과 다르다. 그들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기존의 다른 독립된 개체의 선택이나 욕구에 의해 대안으로 만들어졌다. 또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 세포조작이 가해진 인공적인 생명체이며 유전적으로도 정체해 있고 불완전하다. 이 때문에 독립된 인간으로써 인정받기 어려워 차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치료적∙영생적∙종교적 목적으로 복제인간이 탄생할 경우, 복제에 개입한 집단과 복제인간의 관계가 신분적 상하 또는 종속된 관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기존 사회나 생명 윤리체계의 심각한 혼란을 초래하면서 엄청난 사회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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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권혁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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