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는 시력이 거의 상실돼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깜깜한 땅속을 헤쳐 엄지공주를 찾을 수 있을까. 궁하면 통한다고 두더지에게는 지구 자기장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탈리 킴치 박사와 스위스 제네바대 조셉 테켈 박사는 눈먼 두더지(Spalax ehrenbergi) 암컷이 집을 찾아갈 때나 미로를 빠져나갈 때 자기장을 변화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조사했다.
첫 실험은 중앙에 일종의 홀이 있고 거기서 방사상으로 길이 나있는 미로에서 실시했다. 두더지는 집으로 돌아갈 때는 홀 중앙에서 집으로 난 직선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자기장을 변화시키자 딴 길로 접어들었다가 옆길로 새기도 하는 등 혼란스러워했다.
두번째 실험에서는 바둑판형 미로를 만들어두고 빠져나가게 했다. 자연상태에서는 금방 최단 코스를 찾아냈지만 역시 자기장을 변화시키자 헤매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 27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두더지처럼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쥐나 개, 사람을 대상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길을 찾는 실험이 여러번 이뤄졌다. 이들은 몸의 균형을 잡는 전정기관이나 반사작용을 이용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이동거리가 짧을 때 가능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