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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꿈의 에너지 가로막는 난적을 공략하라

1억도 플라스마 가두는 첨단 진공 용기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1억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초고온 플라스마를 어디에, 어떻게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가둘 수 있을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초전도 자석 기술, 중성입자 빔 가열 기술 등 최첨단 기술이 힘을 합쳤다.

핵분열, 핵융합과 같은 핵반응에서는 막대한 열과 빛의 형태로 에너지가 방출된다. 반응 전후 질량의 차이가 아인슈타인의 질량 에너지 등가식(E=${mc}^{2}$)에 따라 에너지로 변신하는 것이다. 특히 별은 수소와 같은 가벼운 물질에서 시작해 헬륨, 탄소 등을 거쳐 안정된 원소인 철에 이르는 핵융합의 과정을 통해 진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핵융합 에너지는 수많은 별과 은하를 포함하는 우주에 무한히 존재하는 셈이다. 또 우주 생명의 근원이 된다. 특히 지구의 모든 생명은 수소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해 빛을 내는 태양의 에너지를 받아 살아간다.

태양은 대부분의 젊은 별과 마찬가지로 여러개의 양성자가 중수소의 원자핵인 중양자, 헬륨3을 거쳐 알파 입자라 일컫는 헬륨4를 생성하는 일련의 핵융합 과정을 통해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한다(그림 1). 현재의 원소 조성비가 70%의 수소와 28%의 헬륨, 기타 물질 2%로 구성돼 있으므로 태양은 앞으로 수십억년 동안 현재와 같은 상태로 에너지를 방출할 것이다.


(그림 1) 태양 중심부의 핵융합 방식^태양 중심부에서는 여러개의 양성자가 중수소의 원자핵인 중양자, 헬륨3을 거쳐 헬륨4(알파입자)를 생성하는 핵융합 과정이 일어난다. 이때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러나 이런 핵융합 반응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반응에 참여하는 원자핵은 중성자와 함께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로 구성돼 있어 쿨롬 힘이라는 전기력에 의해 서로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원자핵처럼 강한 핵력에 의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2×10-13cm 이내의 거리로 접근시켜야 한다. 물론 반응을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태양의 경우에는 커다란 자체 중력에 의해 중심부에서 높은 온도와 큰 양성자 밀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그렇다면 지구에서는 핵융합 반응이 어떻게 가능할까. 핵융합 반응은 확률이 대단히 낮고 굉장히 높은 온도가 요구된다. 때문에 지구에서는 태양에서와 같이 양성자에 의한 핵융합을 거의 이용할 수 없다. 대신 중수소 두개의 융합,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융합, 중수소와 헬륨3의 융합 등과 같이 큰 에너지를 방출하면서도 반응 확률이 높은 핵융합 반응이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이 가장 먼저 지구에서의 핵융합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2). 방출에너지가 상당히 크고(단위 반응 당 17.6MeV), 상대적으로 요구되는 온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림 2)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반응^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해 알파입자를 만들면서 17.6MeV의 에너지가 나온다. 이 반응이 가장 먼저 지구에 서 핵융합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반응의 경우에도 핵융합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약 1억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높은 온도 상태에서 핵융합 원료 기체는 원자 주위의 전자들이 전부 떨어져 나가 자유전자와 양이온으로 이온화돼 존재한다. 즉 고체, 액체, 기체 외에 물질의 제4의 상태인 플라스마 상태를 이루게 된다.

수소폭탄을 연달아 터트리는 방식

먼저 1억도 이상의 높은 온도를 갖는 플라스마를 어디에 가둬둘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태양은 별도의 용기가 없이 자체가 갖는 엄청난 중력에 의해 고온·고압 상태의 플라스마를 가둔다. 하지만 지구에 만들고자 하는 인공태양인 핵융합로의 경우에는 특수한 구속 방법이 필요하다. 이 구속 방법에는 크게 관성력과 자기력에 의한 두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관성 밀폐방식(inertial confinement)은 태양이 핵융합 반응 조건을 유지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이것은 태양의 중력이 제공하는 고온·고압의 상태를 작용·반작용과 관성을 이용해 얻는 방법이다. 큰 출력의 레이저나 고에너지 입자빔을 이용해 구슬 형태의 연료 표면을 균일하게 가열한다.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흡수한 연료구슬의 최외각층은 플라스마가 돼 급격하게 팽창한다. 이때 팽창의 관성에 대한 강한 반작용 때문에 반대쪽인 연료구슬 내부방향으로 압축되면서 충격파가 발생한다. 결국 이 충격파로 연료구슬 전체가 고온고압의 플라스마로 가열돼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 방식은 조그만 수소폭탄을 연속적으로 터트리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래서 꾸준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 발전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보다는 자기 밀폐방식(magnetic confinement)이 핵융합 에너지의 실용화에 유리하다. 현재 핵융합 연구를 주도하는 자기 밀폐방식은 플라스마의 운동을 자기장 속에 가두는 방법이다. 플라스마는 전자, 이온과 같이 전하를 띤 입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자기장 속에 놓이면 자기장 방향과 수직인 플라스마의 운동은 힘을 받아 꺾인다. 결국 플라스마는 자기장 주위로 원운동을 한다. 플라스마는 자기장의 수직 방향으로 이동이 제한받아 구속되는 셈이다. 자기 밀폐방식은 이 원리를 이용해 초고온 상태의 플라스마를 진공 용기 속에 가두는 방식이다.

초고온 플라스마 가두는데 도넛형 유리

자기 밀폐 용기는 크게 개방형과 폐쇄형이 있다. 개방형으로는 자기 거울이 대표적인 예다. 양끝이 뚫린 원통형의 진공 용기에 축 방향으로 자기장을 걸어준다. 반지름 방향의 플라스마 이동은 자기장 방향과 수직이기 때문에 억제된다. 원통의 중심보다 양쪽 끝에 더 강한 자기장을 걸어줌으로써 자기장과 나란한 축 방향으로 빠져나오는 플라스마 입자를 자기장 압력에 의해 반사시킨다. 이것은 열린 원통형 양쪽에 마치 거울을 둔 것처럼 플라스마 입자를 가두는 방법이다.

지구 대기권 바깥에 형성된 전리층인 반알렌대가 이런 방식의 대표적인 예다. 반알렌대에서는 극지방으로 갈수록 커지는 지구 자기장에 의해 플라스마가 구속된다. 하지만 자기 거울은 원통이 열려있는 양쪽으로 플라스마 입자의 일부가 빠져나가는 단점이 있다.
폐쇄형은 자기 거울과 같은 개방형 용기에서 발생하는 원통 양끝으로 입자가 손실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원통의 양끝을 서로 연결해 도넛 형태의 자기장 구조를 만들어 가두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가 토카막(tokamak)과 스텔라레이터(stellarator)다.

토카막은 도넛 형태로 초고온 플라스마를 가두는 장치다. 먼저 도넛 방향으로 강한 자기장(토로이달 자장)을 걸어준다. 토로이달 자장은 플라스마가 도넛 축 방향을 따라 나선형으로 움직이게 한다. 또 도넛을 안팎으로 감싸는 원형 구조로 자기장(폴로이달 자장)을 걸어준다. 폴로이달 자장은 플라스마의 위치나 모양을 제어한다. 도넛의 가운데 구멍 안쪽에는 솔레노이드 코일(원통형으로 길게 도선을 감은 코일)이 위치하는데, 변압기의 원리를 이용해 플라스마 자체에 전류가 흐르도록 한다. 즉 솔레노이드 코일에 1차전류가 흐르면 플라스마에 2차전류가 흐르는 것이다. 이때 플라스마 전류에 의해 자기장이 생기는데, 이 자기장도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토카막만의 자기장 구조다(그림 3). 특히 플라스마에 흐르는 전류가 안정적인 플라스마 평형 상태를 유지하게 할 뿐만 아니라 초기 플라스마의 온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역시 토카막의 특징이다.
 

(그림 3) 토카막의 자기장 구조^토로이달 전자석을 이용하면 토로이달 방향(도넛 방향)으로 자기 장이 생성되고(위), 플라스마의 전류는 폴로이달 방향으로 자기장 을 만든다(가운데). 결국 이 두 자기장이 합쳐져 실제 자기장이 토카막 안에 형성된다(아래).


반면에 스텔라레이터는 플라스마를 도넛 형태로 유지하기 위해 자기장을 외부 자석으로만 공급하므로 전자석의 구조가 대단히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까지는 어떤 형식보다 토카막이 효과적으로 플라스마를 붙잡아두었기 때문에 가장 선호돼 왔다. 그동안 토카막은 미국의 TFTR, 유럽연합의 JET, 일본의 JT-60U 등의 중대형 연구용 장치를 통해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는 밀폐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손익분기점 돌파 그후

그렇다면 핵융합 발전소가 어떻게 가능할까. 핵융합 반응을 발전 형태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가지의 중요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당연히 발전이라면 핵융합 반응에 들어간 에너지보다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더 많아야 한다. 하지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1억도 이상으로 플라스마를 가열하는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 먼저, 들어간 에너지와 나오는 에너지가 같아지는 조건인 임계(breakeven) 조건에 도달하는 일이 첫번째 목표다. 경제에 비유한다면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것이다. 임계 조건은 핵융합의 과학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조건이다.

두번째 목표는 한번 가열된 플라스마의 온도가 추가적인 가열없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계속 유지돼야 하는 점화(ignition) 조건에 도달하는 일이다. 점화 조건에 도달하면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에너지 가운데 일부는 에너지 손실을 보충해 핵융합 반응을 유지하는데 쓰이고 나머지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에 쓰일 수 있다. 더 나아가 핵융합 발전에서는 에너지 손실에 비해 훨씬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대형 토카막 핵융합 연구장치들은 어느 정도까지 도달했을까. 이들이 달성한 성과는 지난 50년 간의 연구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특히 최근 임계 조건에는 도달했다. 하지만 아직 핵융합 실현의 공학적 목표인 점화 조건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을 실현하기 위한 점화 조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크게 두가지 있다. 첫째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얻기 위한 가열 기술이고, 둘째는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충분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가둬두는 구속(confinement) 기술이다. 현재 가열 기술은 어느 정도 달성된 상태지만, 안정적인 구속 기술은 아직 미흡한 상태다. 이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중성입자 빔으로 1억도 가열

플라스마가 1억도 이상인 초고온 상태에 도달해야 핵융합 반응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현재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는 방식으로 자리잡은 장치인 토카막에서는 어떻게 1억도 이상으로 플라스마를 가열할까. 이를 위해서 플라스마를 자기장이 걸린 진공 용기 속에 가둔 채 여러 가지 가열 기술을 이용해 온도를 높인다.

토카막에서는 저항 가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현재까지 알려진 플라스마 가열 기술 중 가장 효율이 뛰어나다. 토카막에는 도넛 안쪽에 솔레노이드 코일(저항 가열 코일)이 있다. 토카막의 고유한 구동방식인 변압기 원리를 이용하면 저항 가열 코일에 전류가 흐를 때 플라스마에 전류가 흐른다. 이때 플라스마에 흐르는 전류가 플라스마의 저항 속에 흐르므로 플라스마가 가열되는 것이다. 이것이 저항 가열 기술이다.

하지만 플라스마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전류를 흐르게 하는 전자나 이온이 훨씬 원활하게 움직이고 저항도 감소한다. 즉 가열 효율이 감소한다. 따라서 저항 가열 기술 자체만으로는 핵융합로가 요구하는 1억도 이상의 고온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조 가열 기술이 개발돼 적용된다. 대표적인 것이 중성입자 빔 가열과 고출력 고주파 가열이라는 첨단 기술이다. 특히 중성입자 빔 가열법은 높은 에너지의 중성입자 빔을 주입해 플라스마 이온에 충돌시켜 플라스마를 가열하는 방법이다. 높은 에너지를 갖도록 입자를 가속하는데 이온 형태가 필요하기 때문에 처음엔 양이온으로 가속한다. 하지만 강한 자기장을 뚫기 위해서 이온보다 중성입자가 더 낫다. 때문에 가속된 이온을 가스를 통과시키면서 전자를 다시 얻게 해 중성입자로 바꿔 주입한다.

미국 프린스턴 플라스마물리연구소의 TFTR에서는 저항 가열과 중성입자 빔 가열을 통해 약 3억도의 플라스마를 얻는데 성공한 것을 비롯해 세계 여러 곳의 대형 토카막에서 핵융합 반응에 충분한 플라스마의 이온 에너지를 이런 방법으로 얻고 있다.

온도 낮추는 불안정성 극복하라

한편 이렇게 수억도로 가열된 플라스마를 진공용기에 어떻게 가둬둘까. 간단해 보이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핵융합 반응을 위한 플라스마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보다도 10만배 정도 밀도가 낮아 플라스마 복사열에 의해 진공 용기가 용해될 가능성은 적다. 대신 고온의 플라스마 입자가 용기 벽에 직접 접촉해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가 손실되는 일을 막으면 된다. 물론 이 일 역시 쉽지 않다.

토카막과 같은 자장 밀폐형 핵융합로는 플라스마가 갖는 전기적 특성을 살려 진공 용기 벽과의 접촉을 최소화한다. 도넛과 같이 밀폐구조의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면 높은 에너지를 갖는 플라스마의 전자와 이온들이 자기장 주위를 사이클로트론 운동이라 불리는 원운동을 하면서 나선형으로 움직인다. 이로써 플라스마의 높은 에너지가 오랫동안 가둬지도록 한다. 이때 플라스마가 안정적인 평형 상태를 유지하면서 핵융합 반응이 지속되기 위해서 토로이달 방향과 폴로이달 방향의 외부 자장과 함께 플라스마 전류에 의해 자체적으로 형성되는 자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토카막 방식 핵융합 장치의 큰 특징이다.

물론 플라스마의 안정성이 깨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주어진 자기장에서 플라스마의 에너지가 높아질수록 플라스마의 불안정성이 나타날 확률이 커진다. 플라스마가 불안정해지면 일부가 흐름에서 벗어나 진공 용기의 벽에 부딪치고 플라스마 온도는 내려간다. 그래서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즉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기존의 자석 기술에서 얻을 수 있는 자기장의 세기가 20T(테슬라, 자기장에 수직인 단면을 통과하는 자기력선 밀도의 단위, 1T는 지구자기장의 2만여배) 이내로 제한되는 것을 고려할 때 핵융합 반응이 점화 조건에 해당하는 고온, 고밀도 플라스마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자기장 세기를 증가시키는 일보다 플라스마의 구속 성능을 개선하는 일이 문제의 열쇠다. 플라스마의 구속 성능은 에너지 구속 시간으로 나타낸다. 에너지 구속 시간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토카막의 경우에는 디버터라는 장치를 부착해 플라스마와 진공 용기 벽의 접촉을 막아 플라스마의 온도를 높게 유지한다. 즉 구속 시간을 늘인다. 기존의 진공 용기 속에는 플라스마의 경계를 정하는 리미터라는 구조물이 존재한다. 이 경우 플라스마가 리미터에 직접적으로 접촉해 플라스마 입자가 손실되거나 불순물이 유입돼 플라스마의 온도를 낮춘다. 반면 디버터 장치는 고온의 플라스마 흐름과 용기 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고 이탈된 플라스마 입자를 진공 용기 바깥쪽으로 모아서 없애는 역할을 한다. 디버터 장치는 토카막의 단면이 D형인 경우 제 역할을 한다. 실제 D형 구조의 아래지점(또는 아래 위 모두)에 부착된다. 실제로 독일의 ASDEX-U 토카막에서 처음 적용되기 시작한 디버터 장치는 구속 시간을 이전보다 두배 이상 증가시키는 성과를 이뤄냈다.

플라스마의 구속을 깨뜨리는 중요한 요인은 복잡한 자기장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플라스마의 불안정성이다. 플라스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플라스마 내의 전기장, 플라스마의 압력과 전류 밀도 분포 등을 제어해야 한다. 특히 플라스마 전류 밀도를 제어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류 밀도가 최대인 지점이 도넛 단면 중심에서 벗어난 지역에 위치하는 역전 쉬어 모드는 높은 플라스마 압력으로 불안정을 해소한다. 이렇게 얻어진 플라스마의 구속 시간은 상당히 길어 점화 조건을 달성하기에 유리하나 아직 부족하다.

핵융합 반응 오래 유지하려면

핵융합 반응을 오랜 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안정적인 플라스마 평형이 장시간 유지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플라스마에 전류를 연속적으로 흘려주는 것은 물론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플라스마 전류 밀도 분포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토카막에서 플라스마에 전류가 흐르는 방식은 변압기 원리를 이용하는데 문제가 있다. 솔레노이드 코일에 흐르는 전류에 변화가 생겨야 플라스마에 전류가 흐르고, 이 전류는 단속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솔레노이드 코일을 이용하지 않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중성입자 빔이나 대출력 고주파를 이용해 전자를 한쪽 방향으로 가열해 전류를 흐르게 하는 첨단 기술이 개발돼 적용되고 있다. 이는 주로 전자를 가열해 플라스마의 전류를 한쪽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기술로 핵융합에 필요한 플라스마의 온도를 높이기 위한 이온 가열 방법과는 다르다. 물론 아직 핵융합로의 연속 운전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토카막의 큰 단점이다.

이런 결정적인 어려움 때문에 토카막 자체에서 벗어나 해결책을 찾고 있다. 플라스마 전류가 없이 외부 자기장만을 플라스마 구속에 이용하는 스텔라레이터가 다시 대안으로 떠오른다. 일본의 LHD(Large Helical Device)와 건설중인 독일의 W-7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또한 연속 운전을 위해서는 플라스마를 구속하는 강한 외부 자기장 역시 연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이는 초전도 자석을 이용해야 가능하다. 현재의 저온 초전도 기술로도 핵융합로에 필요한 15T 내외의 자기장은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5도 이하의 낮은 온도가 유지되도록 액체 헬륨으로 냉각돼야 한다. 이 상황에서는 1억도 이상의 고온 플라스마와 5도 이하의 극저온이 이웃한다. 현재의 핵융합로는 최첨단 기술의 종합적인 적용에 의해서만 구현 가능한 아주 특별하고 어려운 장치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근래 활발히 개발되는 고온 초전도체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고온 초전도체를 이용한 고자기장의 대형 자석을 제작하는 기술의 개발은 핵융합 발전의 실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핵융합 발전을 위한 연구는 이제 점화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플라스마를 구속하는 성능을 개선하고, 효과적으로 플라스마를 가열하며, 원하는 플라스마 분포를 연속적으로 얻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최첨단 플라스마 기술 연구가 중심이 된다. 특히 안정된 상태에서 연속적인 운전이 가능한 고등 토카막의 운전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한국의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장치(KSTAR)를 비롯한 여러 연구장치에서 계속되고 있다. 21세기 중반에는 에너지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이 될 꿈의 에너지 상업적인 핵융합 발전을 성취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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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황용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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