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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화려하게 뿌려진 보석 잔치

오리온대성운에서 좀생이별까지

겨울밤에는 깨끗한 하늘 덕분인지 다른 계절에 비해 별빛도 유난히 밝다. 물론 밝은 빛을 발하는 보석들이 화려하게 뿌려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6개의 1등성이 만드는 다이아몬드를 길잡이 삼아 오리온대성운에서 좀생이별까지 아름다운 보석을 찾아보자.

긴 겨울밤을 먼저 만나려는 것일까. 별들의 발걸음도 빨라진다. 저녁 7시를 넘기며 어두워진 밤하늘 북동쪽 지평선 위로 밝은 별 하나가 환하게 떠오른다. 마차부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카펠라로 1등성 가운데 가장 먼저 떠올라 겨울이 왔음을 알려준다. 온하늘에서 여섯번째로 밝은 별이다. 북반구에서는 시리우스, 아크투루스, 직녀별 다음으로 밝다.

1등성이 만드는 다이아몬드

겨울 별자리를 찾는 길잡이는 오리온자리다. 남쪽하늘에 밝은 세 별이 나란히 빛나고 그 주위를 네 별이 사각형 꼴로 감싸면 오리온자리가 그려진다. 잘생기고 힘센 사냥꾼을 나타내는 별자리 모양은 방패연 같기도 하고 밤하늘을 밝히는 창문 같기도 하다.

오리온의 가운데 세 별을 이어 오른쪽 위로 올라가면 황소자리의 알데바란을 만난다. 붉은 빛을 띤 오렌지색 알데바란과 주위별을 V자 모양으로 이으면 오리온에게 달려드는 황소의 뿔이 된다. 황소자리에는 맨눈으로도 볼 수 있는 큰 산개성단이 두개나 있다. 히아데스 성단과 플레이아데스 성단이다. 이번엔 오리온의 세 별을 이어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 큰개자리의 시리우스가 있다. 시리우스는 온 밤하늘을 통틀어 가장 밝은 빛을 자랑한다.

오리온자리의 왼쪽 위 모서리의 베텔게우스와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은 겨울의 대삼각형을 만든다. 오리온의 리겔에서 베텔게우스로 이은 선을 따라 왼쪽 위로 비스듬히 올라가면 쌍둥이자리가 보인다. 형인 카스토르와 아우인 폴룩스의 머리에 해당하는 두 별이 사이좋게 빛나므로 금세 눈에 뜨인다. 시리우스, 프로키온, 폴룩스, 카펠라, 알데바란, 리겔은 모두 1등성으로 이 별들을 이으면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그려진다.

사냥꾼 주위에 모인 동물들

사냥꾼인 탓인지 오리온 주위에는 동물이 많다. 오른쪽에는 오리온에게 막 달려드는 황소, 발 아래는 토끼, 왼쪽에는 오리온을 뒤따르는 큰 개와 작은 개 그리고 외뿔소가 있다. 오리온의 가운데 세 별 아래쪽에 좀더 희미한 별 셋이 세로로 늘어서 있는데, 중간별을 보면 유난히 뿌옇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우주공간에 흩어진 가스와 먼지가 모여 만든 오리온대성운이다. 맨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커서 이름에 대(大)자가 들어간 유일한 성운이다. 오리온대성운의 중심부에서는 가스와 먼지가 뭉쳐 새 별이 탄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트라페지움이라는 갓 태어난 네 아기별을 볼 수 있다.

황소자리 알데바란 주위에는 유난히 많은 별이 모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히아데스라는 이름의 산개성단이다. 1백50광년 거리에 있는 성단으로 전체로는 V자 모양을 이룬다. 알데바란도 이 속에 섞여 한몫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성단보다 가까운 68광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성단에 속하는지는 않는다. 히아데스의 아름다운 별잔치는 쌍안경으로 보는 게 가장 좋다.

황소자리의 오른쪽 위, 어깨에 자리잡은 별무리가 플레이아데스성단이다. 온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산개성단이다. 여섯 별이 찻잔 모양으로 오밀조밀하게 모인 모습이 깜찍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생이별이라 불렀으며, 서양에서는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공주라 여겼다.

고개를 돌려 황소의 아래쪽 뿔을 나타내는 제타(ζ)별로 가보자. 황소자리 별 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별로 대략 1천광년 거리에 있다. 제타별 바로 오른쪽 위에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별이 폭발한 흔적이 남아 있다. 1054년 7월 이곳에서 낮에도 보일 정도로 밝은 별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고 한다. 지금은 망원경으로만 볼 수 있는 희뿌연 잔해가 초속 1천2백km라는 놀라운 속도로 우주공간으로 흩어지고 있다. 그 모양 때문에 게성운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쌍둥이형이 위신을 세운 이유

잎 떨구어낸 나뭇가지 사이로 찬바람 휘돌아도 외롭지 않은 별자리가 쌍둥이자리다. 쌍둥이의 머리를 나타내는 두 별이 사이좋게 빛나고 있어 시린 겨울밤에도 정겨움을 느끼게 한다. 1등성 둘이 머리를 만들고 오리온자리 쪽으로 나무젓가락처럼 생긴 몸이 뻗어 있다. 위쪽이 형인 카스토르이며 아래는 동생 폴룩스이다.

머리를 나타내는 두 별을 자세히 보면 동생의 머리가 더 밝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것을 두고 쌍둥이자리가 만들어질 때는 카스토르가 더 밝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폴룩스가 점차 더 밝아진 게 아닌가 짐작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카스토르는 1.6등급이고 폴룩스는 1.2등급이다. 하지만 같은 거리에 놓고 본다면 카스토르가 0.1등급 더 밝다. 실제 밝기에서는 카스토르가 형의 자리를 간신히 지킨 셈이다.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은하수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카스토르의 발끝 부분에는 M35라는 크고 아름다운 산개성단이 은하수 위에 떠있다. 크기가 보름달만 하고 밝아 맨눈으로도 보인다. 쌍안경으로 보면 흩뿌린 금싸라기 같은 밝은 빛의 무더기가 시야에 가득 찬다.
 

커다란 망원경으로 황소자리의 게 성운


온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큰개자리는 온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가 있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자신이 없다면 오리온자리를 찾아 그 왼쪽 아래에서 아주 밝은 별을 찾으면 된다. 시리우스를 개의 주둥이에 놓고 주위의 두 별과 함께 삼각형의 개의 머리를 만든 다음, 왼쪽 아래의 별을 이어 몸과 다리를 붙여주면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개의 모습이 그려진다.

시리우스는 8.7광년이라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1만도로 불타 오르며 태양보다 23배나 더 밝은 빛을 내는 바람에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의 자리에 올라섰다. 실제 시리우스를 쳐다보면 빛살이 워낙 강렬해 얼마나 밝은지를 느낄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은 이 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왜냐하면 해 뜨기 전에 동쪽에서 시리우스가 떠오르면 얼마 후 나일강에 홍수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시리우스와 태양이 함께 어울려 빛나는 7월에서 8월까지의 가장 더운 기간을 ‘개의 날’이라 불렀는데, 태양 빛과 시리우스 별빛이 겹쳐서 더욱 더워진다고 생각했다.

게자리는 겨울의 막바지에 떠올라 곧 봄이 올 것을 미리 알려주는 별자리다. 한쪽편의 다리들이 없는 게인데, 우연히 신화 속에서 헤라클레스의 발에 밟혀 죽은 게의 모습과 딱 들어맞는다. 희미한 별을 이어 만든 별자리라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쌍둥이자리와 사자자리를 알고 있다면 그 사이에서 게의 몸을 이루는 사각형의 별무리를 찾자. 여기서 아래위로 뻗어나간 별이 세개의 집게와 다리를 만든다. 게의 몸통 속에는 프레세페라는 이름의 성단이 아름답게 빛난다. 벌집성단이나 여물통으로 불리는 이 성단은 맨눈으로도 희미한 빛무리처럼 보인다.]
 

외뿔소자리의 장미성운


겨울밤에 숨은 보석들

ㅣ에리다누스자리ㅣ
이 별자리가 땅 밑으로 이어진 것을 보고는 저 세상으로 갈 때 건너는 강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오리온자리 리겔의 오른쪽 아래 람다(λ)별에서 시작한 강물은 땅 아래로 사라져 남반구의 하늘로 이어지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전체를 볼 수 없다. 에리다누스자리는 하늘의 남극 부근에 자리잡은 알파(α)별 아케르나르에서 끝난다. 그래서 남반구에 사는 사람은 에리다누스 강물줄기를 다 볼 수 있다. 희미한 별을 쫓아가며 이리저리 굽이치는 강의 모습을 그리다 보면 저승으로 가는 길도 그다지 쉽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남북으로 가장 길게 뻗은 별자리로 대략 60°의 넓은 하늘을 차지한다.

ㅣ토끼자리ㅣ
사냥꾼 오리온이 무섭지도 않은지, 그 발 바로 밑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별자리가 토끼자리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바로 위의 오리온은 황소 사냥에 정신없지만 사냥감을 발견한 큰 개가 뒤쪽에서 바싹 좇고 있다. 작고 귀여운 토끼를 떠올리고 토끼자리를 보면 생각 외로 큰 모습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토끼의 귀를 나타내는 두 별이 그나마 토끼의 모습을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길이가 좀 짧은 것이 진짜 토끼와 다른 점이다.

ㅣ작은개자리ㅣ
온 하늘에서 가장 단순한 모양을 하지만 겨울밤을 이끄는 밝은 별이 있어서 잘 알려진 별자리다. 작은 개는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사냥개다. 사실 눈에 띄는 두 별만으로 개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별 하나는 머리, 나머지 하나는 몸통을 나타낸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이해가 갈 것도 같다. 두 별을 이어서 개가 물고 있는 개뼈다귀쯤으로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알파(α)별 프로키온은 개에 앞선다는 뜻이다.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시리우스보다 일찍 떠올라 곧 시리우스가 나타날 것을 미리 알려주므로 붙은 이름이다.

ㅣ외뿔소자리ㅣ
겨울 은하수를 가볍게 건너며 오리온의 뒤를 따르는 동물은 전설에 나오는 유니콘이다. 17세기 초에 독일인 페트루스 플랑셔스가 은하수 속의 희미한 별로 만든 별자리이다. 베텔게우스와 프로키온, 시리우스가 만드는 겨울 대삼각형 속에 숨어있는데, 은하수에 묻혀있어 그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은 별자리다. 애써 찾아낸 별을 이어봐도 외뿔 달린 소 같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별자리 가운데로 은하수가 가로지르며 진기한 밤하늘의 보석을 뿌렸는데,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장미성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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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승철 외
  • 김지현 아마추어 천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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