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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컴퓨터창의성대회 시상식 거행

3명의 친구가 머리 맞대고 푸는 과학문제

각종 경시대회가 활발히 열리는 요즘. 대개의 학생에게는 경시대회의 벽이 너무 높다.그러나 친구 3명이 모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있다. 어떤 대회일까.


제 4회 컴퓨터 창의성 대회 시상식 거행


"전문가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학교 교육의 상당 부분이 가상공간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면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실제 공간에서는 누가 누구인지를 파악할 수 있지만, 가상공간에서는 익명성 때문에 욕설이나 남을 음해하는 문구가 쉽게 등장한다. 따라서 가상교실에서 비인격적인 행동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규제할 것이며 다른 학생에게 악영향이 미칠까가 걱정인 것이다. 이것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가상공간에 가상의 객체, 즉 아바타를 만들어 학생 개개인의 인격체를 대신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학생을 대신하는 가상공간의 개체, 즉 아바타가 어떤 특성을 가져야 가상교육의 한계인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만약 이같은 문제를 풀라면 어떨까. 그것도 7시간만에 이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로 제작해서 제출해야 한다면? 또한 보고서 안에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표현돼야 한다면 어떨까.

실제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 9월 15일 서울 광양고와 자양고 학생 3명이 머리를 맞댔다. 미래의 천문학도 복병준, 기계공학도 지망생 김현중, 그리고 컴퓨터공학도를 꿈꾸는 한학년 어린 권오현이 주인공.

아바타에 인성을 표현하려면?

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론을 벌였다.“가상공간에서 일탈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가상공간에서는 체벌이 불가능해. 따라서 일탈행동을 막을 수 있는 물리적 체벌을 대신할만한 인성교육 방안이 필요해.”“만약 누군가가 욕을 하면 기술적으로 다른 학생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차단하고, 욕을 한 친구에게만 채팅창에 계속 남아있는 거야.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되돌아오도록 해서 심리적 위축감을 제공하는 거야”"하지만 욕설을 막는다는 것만으로 인성교육을 한다고 하기에는 부족해.”

“선생님이 학생들의 인성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직접 볼 수 없잖아.”“인성검사를 이용하는 거야. 인성검사 프로그램이 학생들이 공부중이거나 쉴 때에도 계속 학생 아바타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체크하는 거야. 그 결과는 선생님만 볼 수 있게 학생 개개인의 아바타에 표현이 되면 돼. 예를 들어 인성정도에 따라 아바타의 색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어떨까. 그리고 만약 학생에게 문제가 생기면 부모에게 연락이 가도록 취해놓는 거야.”

“그러니까 아바타가 학생의 행동과 언행에 따라 변할 수 있는 특성을 가져야겠군.”
이같은 토의를 거쳐 인터넷 자료를 검색하고 자료를 수집한 후 3명의 고등학생은 멋진 그래픽을 보여주는 홈페이지 형식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우주·해저·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일

이들은 대체 왜 이 문제를 풀고 있을까. 이들의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자 3명씩 이뤄진 학생 2백여명이 컴퓨터 앞에 모여있었다. 여기가 바로 제4회 컴퓨터창의성대회 본선이 열리는 현장. 2백여명의 학생은 지난 6월에 인터넷을 통한 예선대회를 거치고 약 2개월간 본선대회를 준비한 이들이었다.

컴퓨터창의성대회는 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영재학회와 한국과학기술원 과학영재교육연구소에서 주관하며, 동아사이언스, 교육인적지원부, 삼성 SDA, EBS가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고등부, 중등부, 초등 고학년부(5-6학년), 그리고 초등 저학년부(1-4학년)로 나눠 진행된다.
이 대회는 참가자들에게 정답이 없는 문제를 제시하는데, 참가 학생들은 3명이 팀을 이뤄 자신의 컴퓨터 실력과 풍부한 지식을 토대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 즉 문제해결능력을 겨룰 수 있다.

이들에게 올해는 어떤 문제가 제시됐을까. 고등부의 경우 가상공간에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가상공간에서 학생을 대표하는 아바타가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할지를 생각해보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가상공간의 특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우선 필요했다. 중등부의 경우 지구표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 속에 농장을 만든다고 가정하고 사람을 포함해서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 공기의 제공방법 등을 제시하는 문제였다. 즉 각 팀마다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바다농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초등 고학년부에는 기상변화에 대한 문제가 제시됐다. 만약 우리나라 기후가 여름과 겨울이 각각 4개월로 1개월씩 더 길어지고, 여름의 온도는 10。C 정도 더 높아지고, 반대로 겨울에는 10。C 정도 더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기상변화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문제였다. 초등 저학년부의 경우 별자리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보고 자신들만의 별자리와 전설을 만들어보는 문제였다.

과학동아 구독이 도움

천문, 기상, 해저, 그리고 가상공간까지 컴퓨터창의성대회에서 제시되는 문제는 다양하다. 이 점이 여느 다른 경시대회와 다른 점 중 하나다. 가령 수학, 물리, 화학, 정보 등의 경시대회는 각 분야에 대해 학교진도보다 훨씬 앞서있는 높은 학년의 지식을 평가한다. 고등학생이 출전하는 물리경시대회라면 대학생 수준의 물리적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출전학생에게 높은 학년의 교육을 해줄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경시대회를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학원을 다녀야 한다.

하지만 컴퓨터창의성대회는 컴퓨터 실력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학원을 다녀서 준비하는 경우가 드물다. 고등부 금상을 수상한 복병준 군은 “상식을 쌓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과학동아를 구독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일반 경시대회와 컴퓨터창의성대회는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최근 경시대회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이 무척 높다. 경시대회 입상이 대학입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개 경시대회는 컴퓨터창의성대회보다 넘어야할 산이 높다. 학교마다 1-2명만으로 참가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학교 예선대회를 거친다. 또한 각 지역별 예선과정을 거쳐야 전국 본선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창의성대회는 인터넷을 통해 예선대회가 전국적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학교차원이나 지역별 예선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학교마다 참가 학생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어떤 학교에서는 예선대회에만 30여개 팀이 참여하기도 한다. 뜻이 맞는 친구 3명이 팀을 이루기만 하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중등부 금상을 수상한 인천 서운중의 박성렬군은 이에 대해 “학업성적이 낮은 학생이 컴퓨터실력이 있으면, 지식이 풍부한 친구와 팀을 이뤄 출전할 수 있어요. 컴퓨터창의성대회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대회예요” 라고 말했다.

동상 이상 입상자에게 겨울캠프 교육

그러나 이 대회에 대해 오해를 하는 학생이 있다. 심사위원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컴퓨터 실력은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컴퓨터 실력은 전문가 못지 않다. 그래픽 툴인 포토샵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뿐 아니라 졸라맨, 엽기토기로 유명한 동영상 제작프로그램 플래시로 상당수 학생들이 동영상 보고서를 제작했다. 보고서 홈페이지에 멀티미디어 효과를 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그런데 대회 수상작을 살펴보면 우수한 컴퓨터 실력만으로 수상하지 않았다. 단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이들을 멋지게 꾸미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컴퓨터창의성대회가 가장 주목하는 점은 컴퓨터실력이 아니라 창의성이다. 이때 창의성이란 허무맹랑한 상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도출할 줄 알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자세가 아닐까.

컴퓨터창의성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년간 이 대회 출전 학생을 지도해온 대구 계성초등학교 정금현 교사는 “1회 대회에는 자신이 직접 출전할 학생을 선발해 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대회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올해는 아예 학생 스스로 팀을 구성한 후에 대회출전 지도를 해달라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교외활동 중 하나인 전산반이 중심이 되고 있다.

한편 몇해에 걸쳐 대회에 출전하는 학생도 종종 눈에 띈다. 고등부 은상을 수상한 서울 석관고의 정용민 군은 지난해 출전했다가 본선까지 진출했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이를 아쉬워한 정군은 올해 다시 재무장해서 은상을 거머줬다. 초등 고학년부 금상을 수상한 최효은 양은 이번 출전이 3번째다. 현재 컴퓨터창의성대회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상인 금상을 수상하면 한국과학기술대학에 1차 전형을 면제하는 등 국내 주요 대학에서 이 대회 수상자들에게 입학의 특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동상 이상 수상자에게 한국과학기술대학 과학영재교육센터 에서 주관하는 겨울캠프에 참가하는 특혜가 주어진다. 겨울캠프 프로그램은 대학의 전문가의 정보통신기술 관련 강의와 함께 직접적인 실습을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좀더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gifted. kaist.ac.kr 참조).

200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이창호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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