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천문현상은? 바로 사자자리 유성우다. 이 유성우는 평균 33년마다 대규모로 유성을 뿌렸다. 역사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데, 1966년 한때 시간당 무려 10만개 이상의 유성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올해, 또다시 대규모 유성비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는 가끔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을 본다. 그리고 어김없이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빈다. 대개 유성은 매우 드물게 떨어져 밤새도록 하늘을 쳐다봐도 몇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유성이 비오듯 쏟아진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소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만 해도 즐거워진다.
유성우의 왕자 사자자리 유성우
사자자리 유성우는 매년 11월 중순 경에 유성을 뿌린다. 보통 때 사자자리 유성우는 시간당 10개 남짓 떨어질 정도로 평범하다. 이 유성우가 처음으로 그 모습을 화려하게 나타냈던 때가 바로 1833년 11월 13일이었다. 이날 밤 돌발적으로 시간당 수십만개의 유성비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이때부터 사람들의 관심이 커져 사자자리 유성우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33년 뒤인 1899년에도 많은 사람들이 대규모 유성우를 예측했으나 의외로 시간당 40여개에 불과한 유성이 떨어졌다. 예상보다 약 2년이 지난 1901년 시간당 3만개에 달하는 대규모 유성비를 뿌렸다. 그 다음 시기였던 1933년에는 시간당 수백개 정도로 신통치 않았다. 다시 33년이 지난 1966년 시간당 10만개에 이르는 엄청난 유성비를 퍼부었다. 그리고 1998년과 1999년 시간당 약 3천개의 대규모 유성비가 뿌려졌다.
그렇다면 사자자리 유성우는 왜 33년마다 특이한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템펠-터틀 혜성이 약 33년에 한번씩 태양에 접근하는 일과 연관된다. 이때마다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먼지들이 혜성의 궤도상에 흩뿌려지는데, 이것이 바로 사자자리 대유성우의 원인이 된다.
유성우의 예측은 대단히 어렵다. 가까운 예로 지난 1998년 우리나라에서 사자자리 유성우는 시간당 1만개 이상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실망스럽게도 시간당 약 3백개 가량에 불과했다. 또 의외로 예상보다 약 17시간이나 빨리 우리나라가 아닌 유럽 부근에 시간당 3천개 가량이 뿌려졌다.
올해의 경우 유명한 유성관련 천문학자인 에셔 박사는 11월 18일 19시 01분에 첫번째 극대(많이 떨어지는 때), 11월 19일 02시 31분에 두번째 극대, 11월 19일 03시 19분에 세번째 극대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했다. 시간당 약 1만3천개, 순간 최대는 약 3만5천개까지 예측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두번째와 세번째 극대기의 경우 최적의 관측조건을 보인다. 새벽 3시 무렵이면 사자자리가 동쪽하늘 높이 솟아오른 때이기 때문이다. 또 11월 19일 새벽에는 달이 지고 없어 관측하기 좋다. 최상의 조건에서 유성을 관측할 수 있다.
올해가 지나면 조건은 나빠진다. 내년 우리나라에서는 극대시각이 맞지 않는데다 보름달 때라 최악이다. 또 향후에도 약 33년마다 대규모의 유성비가 내리지만 올해에 비해서는 조건이 좋지 않다. 이후 가장 좋을 때는 2098년과 2132년 무렵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1백년 이후에나 대규모 유성우를 기대할 수 있다.
사자자리 유성우는 어느 방향에서 볼 수 있을까? 흔히 사자자리 부근에 집중돼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유성은 전하늘을 뒤덮듯이 떨어진다. 그래도 사자자리 유성우의 복사점(유성우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은 사자자리 머리쪽에 있다. 또 사자자리 유성우는 밝은 화구가 대단히 많고 유성 속도가 빠른 점이 특징이다.
수성이 금성을 만날 때
11월 3일 새벽 두 내행성 금성과 수성이 만난다. 두 행성이 만나는 일은 별로 특별하지 않지만, 상대가 수성이기 때문에 의미는 좀 다르다. 수성은 매우 보기 어려운 행성이다. 그런 행성이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금성 바로 옆에 있다면 얼마나 찾기 쉬울까.
이날 수성과 금성은 새벽 동쪽하늘에서 떠오른다. 수성의 고도는 매우 높아 관측하기 대단히 좋다. 수성은 금성의 약간 북쪽에 위치한다. 수성과 금성이 떨어진 거리는 달의 겉보기지름 정도다. 금성의 밝기는 -3.9등급, 수성은 -0.7등급으로 주변의 다른 별에 비해 대단히 밝다.
별이 몇개만 보이는 해뜨기 전 새벽 동쪽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을 찾으면 그것이 바로 금성이다. 그리고 금성 약간 북쪽에서 조금 어두운 별을 하나 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