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경우 약 10만개의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다.그런데 어떤 이는 그 수가 마냥 꿈만 같다.나날이 훤해지는 자신의 머리 때문이다.도대체 대머리는 왜 만들어지는 것일까.
흔히 대머리로 불리는 탈모증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머리의 형태가 개인의 이미지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머리에 대한 메커니즘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대머리와 관련해 떠도는 속설들이 많다. 사실 머리가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일까.
유전적인 소인과 남성호르몬 두가지 필수 요소
대머리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남성형 탈모증으로 불린다. 그렇다고 대머리인 사람들이 정상인 사람들에 비해 남성호르몬이 더 많은 것은 아니다. 두피의 유전자가 안드로겐과 만나면서 특정 부위의 머리털을 빠지게 할 때만 대머리가 생긴다. 즉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물론 유전적인 소인이 있더라도 남성호르몬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남성호르몬이 없는 사람에게 남성호르몬을 투여했을 때 그 전까지 잘 자라던 모발이 빠지기 시작함으로써 밝혀졌다. 남성 호르몬은 대머리가 되는 사람의 모발의 성장은 억제하지만 반대로 턱수염, 몸의 털의 성장은 촉진시킨다. 안드로겐의 효과가 모낭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머리인 사람들의 경우 신체의 다른 부위의 털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환관들은 턱수염이 나지 않는데, 이는 남성호르몬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대머리는 성염색체가 아닌 상염색체를 통해 유전된다. 많은 사람들이 대머리는 남자에게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여자에게도 발생한다는 말이다. 즉 아버지가 대머리라면 아들과 딸 모두가 대머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남성호르몬의 양이 적어 대머리가 될 가능성이 적다. 여성에게서 대머리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아버지가 대머리일 때 대개 직계가족 중의 약 50%가 대머리로 나타난다.
아예 안나는 것이 아니라 가늘어져 금방 빠지는 현상
흔히 대머리하면 머리가 빠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모발생성주기가 비정상적으로 짧아지면서 모발이 가늘어지는 현상 때문에 대머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발의 굵기는 어떻게 조절될까. 모발의 굵기는 주로 모유두의 크기에 따라 조절된다. 모유두는 머리를 잡아 당겼을때 모발의 끝 부분에 하얗게 묻어 있는 부분보다 더 안쪽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모발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하며, 수명이 다하면 빠지도록 조절하며, 다시 그 자리에서 새로운 모발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 즉 대머리가 진행되면 모근에 있는 모유두가 작아져 모발이 가늘어진다. 이렇게 가늘어진 모발은 생장기가 짧아져 자라자마자 빠진다.
모발은 계속 자라지 않고 성장과 빠짐을 반복한다.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생장기라 하는데 성인의 모발에서는 약 5년으로 알려져 있다. 모발의 자라는 속도는 하루에 0.3 mm, 한 달에 약 1cm 정도. 생장기인 5년이 지나면 이론적으로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빠진다. 간혹 신문 등에 머리를 자르지 않아 자기 키 보다 더 길게 자란 머리를 갖고 있는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머리털의 성장 속도와 생장기 지속 기간이 사람에 따라 일정치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즉 성장 속도가 빠르고, 생장기 지속 기간이 길어서 일어난 이례적인 일이다. 생장기가 끝나면 약 3주의 퇴행기, 약 3개월의 휴지기를 거치면서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빠진다.
약 10만개로 알려진 사람의 모발은 전체의 85% 정도가 생장기이며 퇴행기는 2%, 휴지기는 14% 정도이다.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당겼을 때 잘 뽑히지 않는 것은 모발이 대부분 생장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때 뽑히는 모발은 생장기를 지난 모발들이므로 가만히 놔두어도 얼마가지 않아 자연히 빠질 것들이다.
사춘기 이후 천천히 진행
대머리하면 나이가 지긋한 아저씨를 떠올린다. 그러나 대머리는 사춘기 이후에 남성 호르몬이 빠르게 증가되면서 진행된다. 즉 탈모는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과정이다. 면역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원형탈모증과는 다른 점이다. 한마디로 원형탈모증은 인체의 면역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머리카락 세포를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로 판단해 공격해서 생기는 것으로 대머리와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대개 남자의 경우 양쪽 이마 끝에서 탈모가 발생하기 시작해 M자형으로 발전하면서 윗부분으로 진행된다. 심한 경우에는 윗부분의 모발이 모두 탈모되고 뒷부분의 모발만 남는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는 대개 이마의 경계에 있는 모발은 그대로 유지되고 윗부분의 모발이 빠져 두피가 들여다보이는 상태가 된다. 이것은 윗부분의 모발이 뒷부분에 비해 가늘어지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위쪽과 뒤쪽의 모발 성분이 다른데 위쪽의 모발이 안드로겐과 만나 보다 쉽게 빠진다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머리인 경우 머리가 빠진 부위를 잘 관찰해보면 짧은 모발이거나 얇고 부드러운 모발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모발들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계속 같은 길이를 유지한다. 머리가 자라는 기간인 생장기가 짧아져 조금 자라다 빠지고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모발이 나와 또 짧은 기간만 자라고 빠지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떤 음식도 효과 없어
머리가 많이 빠지고 있거나 이미 많이 빠져버린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에 더 이상의 탈모를 막으려고 한다. 그러면서 신경쓰는 것이 음식물이다. 검은 콩, 깨, 다시마 등 수 없이 많은 식품이 탈모증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복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음식물로는 탈모증을 치료할 수도 예방할 수도 없다. 또 특별한 샴푸 용품을 찾거나 두피마사지 등을 떠올리는데 이들도 모두 대머리를 억제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머리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약품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현재까지 발모제로 인정된 것은 두가지다. FDA(미식약품안정청)에서 공인된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과 먹는 약제인 피나스테라이드(프로페치아)가 그것이다. 미녹시딜은 처음에는 고혈압 약으로 개발됐는데 복용한 환자에서 몸에 털이 많이 자라나는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 계기가 돼 개발됐다. 피나스테라이드는 탈모를 일으키는 남성호르몬 중 강력한 호르몬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생산을 억제하는 약제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약은 여성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임신했을 경우 태아의 여성화를 초래하거나 기형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약이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머리가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효과가 없다. 탈모가 발생하기 시작했을 때 6 개월 이상 사용했을 때 모발이 덜 빠지고 굵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용을 중단하면 한달 안에 원래의 상태로 돌아온다.
이미 많이 진행된 탈모증의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뒷부분의 모발을 떼어내어 탈모된 부분에 이식하는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이때 이식하는 것은 머리털만이 아니라 모근과 모유두를 포함한다. 이식한 머리카락은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수술 후 2-4주 사이에 거의 다 빠진다. 그렇다라도 모유두와 모근은 남아 있으므로 그 후 3개월이 지나면 모낭에서 털이 자라나와 머리카락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