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각형, 육각형으로 이뤄진 축구공. 여기에 최근 신물질로 떠오른 분자모형이 숨어있다. 풍선을 이용해 축구공을 만들어보고 신물질의 구조를 알아보자.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달아오른 축구 열기. 요즘 모험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틈만 나면 축구를 즐긴다. 그날도 모험이는 점심 시간이 끝나는 줄도 모르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5교시 수업에 10분이나 늦게 들어가고 말았다. 5교시는 때마침 과학을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의 시간. 대학 다닐 때 과 친구들이‘물리교육과의 마라도나’로 불렀다고 늘 자랑하시던 선생님.
선생님은 모험이와 친구들에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숙제를 내줬다.
“너희들이 그렇게 축구를 좋아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축구공에 대해서도 잘 알겠군. 내일까 지 축구공의 모형을 만들어 와. 그러면 오늘 수업에 늦은 것을 용서해주지.”
“아니! 축구공의 모형을 어떻게 만들지?” 과연 모험이는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왜 그럴까?!
축구공은 구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오각형과 정육각형의 가죽을 이어 붙인 형태다. 자세히 보면 축구공은 12개의 오각형과 20개의 육각형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바람을 넣어 부풀리지 않았다면 다면체가 된다.
이러한 축구공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정답은 ‘정이십면체로부터’라는 것. 모든 면이 정삼각형 만으로 이뤄진 정이십면체로부터 정오각형과 정육각형 면을 가진 축구공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정이십면체의 각 모서리를 삼등분하고, 각 꼭지점을 중심으로 잘라낸다. 그러면 각 꼭지점에는 5개의 면이 모이므로 꼭지점의 개수만큼 12개의 정오각형면이 새로 생긴다. 그리고 원래의 20개 정삼각형 면은 정육각형이 된다. 이것이 바로 꼭지점이 60개이고 모서리가 90개인 삼십이면체이다. 가죽으로 이런 다면체를 만들고 내부에 바람을 넣으면 축구공이 완성된다.
이 실험은 특별한 과학원리를 이용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재료로 이와 같이 복잡한 다면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근의 과학계에서 축구공 모양이 신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탄소분자로 이뤄진 풀러렌(${C}_{60}$)이 그주인공. 1985년에 미국의 화학자 리처드 스몰리와 영국의 해롤드 크로토는 60개의 탄소 원자가 뭉쳐진 덩어리 모양의 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분자의 구조를밝히기 위해서 며칠 동안 고민하던 스몰리는 어느날 점심 식사 후에 식탁 위에서 종이를 잘라 이리저리 맞춰보다가 바로 축구공의 꼭지점이 60개임을 깨닫고, 탄성을 질렀다고 한다.
그러니까 ${C}_{60}$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축구공인 셈이었다. 이 합성물을 발견한 리처드 스몰리와 로버트 컬, 해롤드 크로토는 이 공로로 199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축구공이 무수히 많은 발길질에도 끄떡없듯이 이 합성물도 대단히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안정된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윤활제, 공업용 촉매제, 초전도체, 축전지, 약품 전달 매체 등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안정된 구조 때문에 쉽게 이용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물질로서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 실험은 일본인 과학교사 고토 미치오의‘축구공 만들기’ 실험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