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셔야 할 공기나 물에 유독한 오염물질들이 들어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첨단 환경공학인 환경보전기술을 만나보자.
“우리 동네 하천에 고기가 살고 있나봐!” 강에 고기가 사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이런 소식을 TV 뉴스로 보면서 크게 놀랐던 적이 있다. 1960년대 시작된 산업화 바람은 우리나라의 곳곳을 공장지대로 만들었다. 공장들은 쉬지 않고 제품을 생산하면서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을 만들었다. 금수강산이라 불리던 국토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몇몇 강의 경우 완전히 썩었는지 고약한 냄새만 풍기며 흐를 뿐이다. 본래의 색을 다시 찾는다는 것은 정말 꿈에서나 가능한 일 같았다.
그런데 이런 강물에 물고기가 다시 생기고, 한동안 사라졌던 철새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 TV에서 떠들만큼 놀라운 뉴스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와 같은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오염된 강이 깨끗해진 이유는 발생한 오염물질을 줄이고 처리하는 기술 덕분이다. 이와 같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깨끗하고 쾌적하게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첨단 환경공학 기술이 있다. 환경오염물질과 직접 싸우는 환경오염문제의 해결사, 바로 ‘환경보전기술’이다.
오염으로부터 인간 지키는 파수꾼
환경보전기술이 상대할 환경오염물질은 발생 장소도 다르고 종류도 다양하다. 따라서 환경보전기술도 그만큼 광범위하다. 우선 사람들이 마실 수 있도록 강물을 깨끗하게 만들거나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오염된 물을 처리하는 수질분야가 있다. 마음껏 숨쉴 수 있도록 공기를 정화하거나 산업현장의 굴뚝에서 오염물질을 직접 제거하는 대기분야도 있다. 또 먹고 마신 후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처럼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처리하거나, 공장에서 발생한 유독한 폐기물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처리하는 폐기물분야도 있다.
계속 사용한 농약에 의해 오염된 지역이나 급작스런 사고로 인해 새어나온 기름이 오염시킨 토양을 정화하는 일도 환경보전기술의 몫이다. 아직은 청정한 지역이지만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해양을 오염으로부터 보호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또 공사장이나 도로변에서 발생하는 시끄러운 소음을 줄이는 일에도 환경보전기술은 적용된다.
최근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기술 외에도 오염물질 발생 자체를 줄이는 환경보전기술이 선보이고 있다. 공장에서 효율을 높여 필요한 에너지나 원료의 양을 줄이거나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지 않는 물질로 원료를 대체하는 방법이 그 예다. 이와 같이 환경오염이 발생하는 곳이면 어디나 쫓아가 활약하는 전천후 기술이 바로 환경보전기술이다.
환경보전기술은 우리 주변을 둘러싼 모든 환경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중요하다. 인간은 마실 물이 오염되거나 공기가 더러우면 살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생존문제와 직접 연결된다. 따라서 환경보전기술은 오염으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환경의 파수꾼인 셈이다.
물리·화학·생물이 근간
우리 주변에서 실제 활약하는 환경보전기술을 직접 만나보자. 환경오염물질의 종류에 따라 실제 적용되는 방식이 다양하지만, 유해 물질을 무해 물질로 바꾸는 환경보전기술의 밑바탕은 서로 같다. 가정에서 머리를 감으면서, 또는 세탁을 하면서 발생한 오염된 물을 처리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오염된 물을 처리하는 첫단계는 물 속의 오염물질을 여과기를 사용해 물리적 방법으로 거르는 일이다. 그런데 오염물질이 걸러진 후에도 물 속에는 여러 유해한 화학물질이 녹아있을 수 있다. 따라서 화학약품을 사용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화학적 처리방법이 그 다음 적용된다.
하지만 화학반응을 통해 모든 유해한 물질이 무해한 물질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화학반응 결과 우리가 원치 않던 또다른 오염물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오염물질들을 제거하기 위해서 마지막 단계에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나 식물이 동원된다. 생물을 이용해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생물학적 처리방법이다. 오염된 물을 처리하는 경우처럼 대기오염이나 토양오염, 해양오염을 처리하는 환경보전기술은 모두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에 근간을 두고 있다.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황석환 교수는 “산업체에서 발생한 폐수는 물리·화학적 처리방법으로 약 20%, 생물학적 처리방법으로 약 80%가 처리된다”면서 “앞으로 생물을 근간으로 둔 기술 개발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수처리 방법이 물리분야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대규모로 처리하던 화학분야의 성과를 거쳐 현재 생물학분야에서 연구가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생물학적 방법은 물리적 방법이나 화학적 방법처럼 에너지나 특별한 화학약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처리되지 않던 곤란한 폐수들을 생물학적 방법으로 처리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선보이고 있다.
폐수에서 에너지 만든다
최근 환경보전기술 연구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 환경보전기술은 발생한 환경오염물질을 무해하게 처리하는 분야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환경보전기술은 제품(product)을 생산하지 않는 유일한 공학 분야란 말을 들어야 했다. 다른 분야와는 달리 환경보전기술의 결과는 결국 제로였다. 그런데 만약 쓰레기에서 에너지나 자원과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환경보전기술의 결과가 제로가 아닌 플러스가 되고 고부가가치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상 생활에서 친숙한 음식물쓰레기 경우를 생각해보자. 음식물쓰레기를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2000년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음식물쓰레기는 하루 평균 1만1천5백t이 발생하는데, 생활쓰레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쓰레기는 수거해 땅에 매립한다. 그러면 토양에 존재하는 미생물이 음식물쓰레기를 분해한다. 그런데 매립한 후 침출수라는 썩은 물이 발생해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나 인근 하천을 오염시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젖어있기 때문에 직접 태우는 것도 만만치 않다.
처치 곤란한 음식물쓰레기를 약간의 처리과정을 거치면 가축의 사료나 비료가 된다. 또 메탄가스를 만드는 일도 가능하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만들어진 메탄가스는 기존의 화석연료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도 적은 훌륭한 에너지자원이다. 쓰레기가 소중한 자원으로 다시 태어난 한가지 예다.
쓰레기뿐만 아니라 폐수의 경우에도 자원이나 에너지를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황석환 교수는 식품공장에서 나온 폐수를 이용해 버섯을 키우고, 폐수 속의 오염물질을 천연가스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황교수는 “지금까지 환경시설은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할 대상이었지만, 자원을 생산해 이익이 발생한다면 산업체에서도 자발적으로 찾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공짜로 일하는 광촉매
다양한 환경보전기술 중에서 눈에 띄는 새로운 기술이 있다. 바로 빛에 의해 반응하는 ‘광촉매’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다. 광촉매는 빛에너지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일으켜 오염물질을 직접 분해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
기존의 환경보전기술의 경우 오염물질을 처리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런데 에너지는 주로 오염을 발생시키는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므로 환경친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태양에너지를 직접 이용하는 광촉매가 주목받는 이유다.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최원용 교수는 광촉매를 수질분야에 응용하면 폐수가 수로를 따라 흐르면서 오염물질이 저절로 분해된다고 설명한다. 태양의 빛에너지를 이용해 오염물질을 없애는 자연의 자정작용이 광촉매에 의해 빠른 시간 동안 이뤄진 것이다. 최교수는 “다이옥신과 같이 기존의 방법으로는 거의 분해되지 않는 오염물질도 광촉매 위에 올려놓으면 분해된다”면서 이와 관련된 연구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체뿐 아니라 광촉매는 가정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광촉매를 커튼에 코팅한다면, 빛을 자주 받는 커튼 속의 광촉매는 먼지나 세균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1년 내내 세탁 한번 하지 않아도, 오히려 매일 세탁하는 커튼보다도 더 위생적이란 얘기다. 광촉매를 벽을 칠하는 페인트에 사용할 수도 있고, 비누나 치약 같은 위생용품에 적용하는 일도 상상할 수 있다.
화석연료의 대안을 찾는 대체에너지 연구 분야에서도 광촉매가 주목받고 있다. 태양력을 이용하는 태양전지의 경우 현재 실리콘 박막을 이용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보급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리콘 대신 광촉매인 이산화티타늄을 이용하면 대규모로 저렴한 태양전지를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한편 대체에너지 중 주목받는 차세대 주자가 수소다. 이 수소를 만드는 일에도 광촉매가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소는 조건에 따라 폭발적인 연소반응을 보이는데, 적절한 조건에서 통제하면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 오염물질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수소를 주목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 때문이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해 수소와 산소를 화학반응시키면 물이 만들어지면서 열과 함께 전기가 발생하는데, 이때 오염물질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연료전지의 원료 중 산소는 자연에 풍부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수소는 에너지를 사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최근 광촉매를 사용해 물에서 수소를 공짜로 만드는 기술이 선보였다. 수소를 원료로 연료전지가 전기를 만들고, 이때 발생하는 물을 이용해 광촉매가 다시 원료인 수소를 만든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꿈의 테크놀로지’다.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이재성 교수는 “현재 자외선을 이용해 광촉매가 수소를 만드는 일까지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자외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성은 의문이다. 이교수는 태양광을 이용해 수소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되는 두가지 길
2000년대를 이끌 3대 핵심분야로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과 함께 환경공학기술(ET)이 지목돼 주목받고 있다. 미래를 이끌 환경공학의 핵심 분야인 환경보전기술은 어느 한가지 학문만으론 이룰 수 없는 복합 분야다. 예를 들어 오염물질 처리시설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토목공학이 바탕이 되고, 폐수처리를 위해서 전자공학이나 금속공학이 필요할 수 있다. 자동차배기가스를 처리하는 장비일 경우에는 기계공학이 뒷받침한다. 이 외에도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수학, 건축학 등 다양한 학문들이 모두 환경보전기술의 바탕이 된다.
환경보전기술에 관심 있는 학생은 우리나라에서는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환경공학과가 학부에 있는 대학도 있고, 대학원 과정에만 있는 대학도 있기 때문이다. 학부에서 환경공학을 배우면 수질, 대기, 폐기물 등 환경보전기술이 적용되는 전분야를 알 수 있지만 아무래도 깊이 알지는 못한다. 반대로 학부에서 한 분야를 전공한 후 대학원 과정에서 선택하면 전분야를 알지는 못하지만 전문 분야에서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환경보전기술 연구가 기존의 학문과 달리 여러 분야가 접목되는 학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무래도 학부 때 자신의 분야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 선택하는 길을 추천해준다. 환경보전기술의 주요 연구가 전문화돼 심도 있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재성 교수는 “학부 때 환경공학을 전공해 쌓은 대략적인 지식은 오히려 시야를 좁게 만들기도 한다”면서, “이런 학생들은 전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옛소련의 체르노빌원전 사건이나 우리나라의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환경오염이 광범위하게 피해를 준 안타까운 경우들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환경보전기술은 지금도 오염물질과 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