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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안에 천문대를 완공해 많은 사람들과 하늘의 정서를 나눌 예정이다.
 

달분화구(위)가 조각된「띠끌」
 

별보는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연구원 의사 직장인 공무원 변호사 교사 등등. 그래서 이들을 프로페셔널이라 하지 않고 아마추어천문가라 부른다. 그렇지만 이들은 본업 못지않게 많은 시간과 정력을 별 보는 일에 투자한다. 개중에는 천체관측에서 얻은 영감을 직업전선에서 활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각가 김오성씨(46)는 작품에 '달과 여인' '봄하늘의 별자리' '반달' 등 천체와 관련된 이름들을 즐겨 붙인다. 김씨가 아마추어천문가이기 때문이다. '하잘 것 없이 작다'는 뜻을 가진 '티끌'이라는 대리석 조각 작품에는 달의 아페닌 산맥 부근의 분화구가 실제와 똑같이 조각돼 있다. 그렇다고 해서 김씨가 조각을 위해서 아마추어 천문에 입문한 것은 아니다. 천체에 애정을 갖다보니 자연히 직업속에 밤 하늘의 영상들이 스며들고 있을뿐이다.

김씨가 아마추어천문에 본격적으로 입문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 5, 6년전 별보는 기구(망원경, 쌍안경)를 구입하고 천문동호회인 '미리내'에 가입하면서 부터 달의 분화구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천체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김성수씨(전 한국일보 기자), 망원경 자작의 대가격인 나은선 할아버지와 이만성씨(신탁은행 근무), 어린이회관에서 육영천문회를 이끌어가던 변상식 씨 등을 만나면서 '별보는 눈'이 번쩍 뜨이게 됐다.

짧은 경력이지만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전수받은 별자리지식이 밑 바탕이 돼 지금은 어느 아마추어천문가 못지않은 '중견'이 돼있다. "열살 정도 됐을 때 별자리를 대여섯개 알고 있었을 겁니다. 아버님이 견우별과 직녀별을 구분해주셨는데 지금 와서 보니 아주 정확하더군요."

김씨가 갖추고 있는 별보는 장비는 우리나라에서 개인장비로는 최고수준급. 87년 미국 아스트로피직스사에 직접 제작 의뢰해 들여온 구경 1백78㎜ 아포크로매틱 망원경을 비롯해 80㎜ 아코매틱망원경, 10X14 대형쌍안경 등이 김씨집에 포진하고 있다. 이들 기구는 김씨의 고향인 전북 부안 변산에 세워질 조각공원내의 천문대(금년말 완공예정)의 주요 장비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천문대는 중학교 졸업 이후 줄곧 독학으로 공부해온 김씨가 고향의 어린학생들에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하나 만들어주기 위해서 사재를 털어 짓고 있다. 돌담을 쌓고 돔을 만드는데만 3,4천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여기에 핵심장비로 들어갈 1백78㎜ 망원경도 집한채값. 조각을 하기 위해 벽제쪽에 집을 얻으러 갔는데 가지고 있는 돈을 다주면 집을 살 수 있었음에도 반(1천만원)을 뚝떼어 망원경을 사고 나머지로 전세를 얻었다는 것. 지금 이 집값은 열배 가까이 뛰어 '망원경의 진가'를 높이고 있다고 김씨는 웃는다.

김오성씨가 다른 아미추어천문가들과 다른 독특한 점은 천체사진을 찍지 않는다는 점이다. 눈으로 보는 영상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다보면 직관력이 약해질 것 같아 주저하고 있습니다. 처음과는 달리 천체를 보는 시각이 점점 이론적으로 변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사진속에 빠지면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겠지요. 하지만 애매한 미화보다는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김씨의 말속에는 월척을 낚으면 자부터 갖다대는 낚시꾼이 되기보다는 세월을 낚는 태공쪽을 택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사실을 무시하는 예술가는 되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볼 수 있다.

김씨는 성운 성단보다는 달을 비롯한 태양계 가족들을 주로 관측한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를 네시간까지 계속해서 지켜봤다는 김씨는 목성이 마치 큰형님처럼 느껴질 정도로 친숙하다고한다. 한때 육영천문회에서 학생들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변산 천문대에서 어린이들의 자연 교육에 일조하겠다는 것이 김씨의 꿈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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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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