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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엔진 소음 없는 비행기 실현

“텐, 나인 … 쓰리, 투, 원, 지로, 발사!”아나운서의 격앙된 목소리를 뒤로하고 우주왕복선 챌린호는 지구를 떠났다. 그러나 잠시 뒤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에 몰려있던 세계인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발사 74초 뒤 챌린저호가 공중에서 폭발했기 때문이다. 1986년 1월 28일, 7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10번째 우주비행을 떠났던 챌린저호의 꿈은 그렇게 허망하게 끝나고 말았다.


소음 예측 시뮬레이션과 무음 풍 동장치를 이용해 소음 없는 비행 체를 개발하고 있는 이덕주 교수 (사진 가운데)와 연구원들.


속도 8제곱에 비례하는 소음에너지

왜 폭발했을까. 과학자들은 챌린저호의 실패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연료계통의 점화 이상으로 결론지어졌으나 연료계통에 왜 이상이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많은 주장들이 제기됐지만 그 중에서도 많은 과학자가 인정하는 원인은 제트엔진의 소음이다. 챌린저호는 본체의 주엔진 3개와 외부에 붙여놓은 2개의 고체연료로켓 양쪽에서 나오는 추진력으로 발사됐다. 주엔진에서 사용하는 액체연료는 고체연료로켓의 탱크에서 파이프를 통해 보내졌다. 그런데 발사 당시의 제트엔진 소음으로 인해 연료 파이프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 그깟 소음이 크면 얼마나 클까’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제트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에너지는 속도의 8제곱에 비례해 커진다. 우주왕복선이 대기권을 벗어나는데 필요한 속도는 초속 11.2km이다. 더욱이 발사 초기에는 속도가 무섭게 빨라지므로 소음에너지의 증가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과학자는 제트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비행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제트엔진, 항공기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원인을 규명하고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공력음향학이다. 국내에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의 공력음향학연구실이 단연 그 선두에 있다.

비행체의 소음을 줄이는 연구는 우주발사체뿐아니라 민간항공기의 개발에도 중요하다. 최근의 민간항공기는 공항주변의 소음 환경규제를 만족시켜야 하고 장시간 비행시 고객의 편안함을 최우선적으로 설계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항공기의 소음은 크게 터빈엔진의 팬에서 나오는 소음과 비행기의 날개가 공기 속을 지날 때 나오는 소음으로 구분된다. 그 중 비행기 소음의 주된 원인은 팬에서 나오는 소음이다. 항공기의 속도는 터빈엔진에 있는 팬의 수와 크기에 비례해 증가하는데, 팬의 크기가 클수록 소음도 커진다. 연구실에서는 항공기의 속도와 소음이 최상의 조합을 이루는 팬의 크기와 모양을 찾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항공기 소음원인을 좀더 정확 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수치 계산이 필 수다.


주변의 모든 소음이 연구 대상

저소음 항공기와 엔진 개발을 위한 연구방법은 풍동 실험과 컴퓨터를 이용한 수치 시뮬레이션을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한다.

풍동 장치는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공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장치다. 말 그대로 바람이 일어나는 동굴이다. 비행기가 날아갈 때의 환경을 지상에서 재연해 기체 주변의 공기 흐름을 측정하는 것이다. 날개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공기의 흐름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축소한 비행기 모델을 시험부에 넣고, 바람을 불어넣어 실제 비행과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준다. 각 부위의 바람 속도는 레이저를 쏘아 돌아오는 데이터를 분석해 얻는다. 실험 데이터들을 모으면 어느 속도에서는 어떤 모양의 비행기가 돼야 하고 날개는 어떤 모양이 가장 소음을 적게 발생시키는지 알 수 있다. 공력음향학은 비단 비행기뿐만 아니라 모든 물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다루는 과학이다. 헬리콥터의 날개(로터)에서 발생하는 소음, CD를 읽어들일 때 발생하는 소리, 컴퓨터 쿨링 팬과 냉장고의 팬 소리 등이 모두 공력음향학의 연구대상이다.

제트엔진의 소음 규제는 최첨단 전투기에서도 중요하다. 약간의 충격에도 쉽게 파손되는 각종 첨단장치와 전자장치로 이뤄진 최신예 전투기에게 제트엔진의 소음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기라 하더라도 엄청난 소음과 함께 나타난다면 그 존재를 감추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래의 최첨단 전투기의 중요한 요건은 스텔스기능 외에 소리없이 다가오는 저소음 기능도 필수다.

하지만 마하 2(음속의 2배) 이상의 초음속으로 움직이는 전투기의 소음 원인을 일반적인 풍동에서 재현하기는 힘들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수치적인 계산을 통해 상황을 재현하고 계산해낸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속도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매우 복잡한 요소들이 개입돼 수치계산이 더욱 어렵다. 공력음향학연구실이 밤마다 컴퓨터와 씨름하는 이유는 이 복잡한 계산을 단순화하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최근 연구실은 항공기와 로터에서 발생하는 소음 예측기법을 이용해 일반 팬에서 발생하는 소음 예측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항공우주공학과 이덕주 교수가 이끄는 공력음향학 연구실에서는 현재 11명의 석∙박사과정 연구생들이 풍동실험과 수치해석에 매달리며 우리나라 항공공학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200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대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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