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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언제 시작됐다고 말하면 그럼 그 이전은 어떠했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질문은 성립되지 않는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There is no north direction at the north pole”이라는 멋진 비유로 이를 강의했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북쪽으로, 북쪽으로 가면 언젠가는 북극에 도달한다. 하지만 북극에 도달하는 순간 우리는 더이상 북쪽으로 갈 수가 없다. 북극에서는 오직 남쪽 방향밖에 없으며, 북극에 서있는 사람은 어느 쪽으로 넘어져도 남쪽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태초에 도달하지만 더 이상 과거는 없고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점을 호킹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동서남북 방향을 다루다보면 이렇게 쉽지 않은 개념과 만나게 된다.

★ 맞으면 ○, 틀리면 × 하시오.

(1) 달에서 봐도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 )
(2) 만일 금성인이 존재한다면 그가 볼 때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진다. ( )
(3) 태양계의 동쪽 방향은 태양계의 서쪽 방향과 정반대다. ( )

|정답 해설|
 

 

(그림1) 천체에서 북쪽을 결정하는 법


천체가 자전하는 방향을 따라서 (그림1)과 같이 오른손 네 손가락을 구부릴 때 곧게 편 엄지의 방향이 북쪽이 된다(이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각속도 벡터의 방향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면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질 수밖에 없다. 지구나 달이나 금성이나 북쪽 방향에 대한 정의는 같다. 따라서 사람이 달에 가서 보거나 금성인이 봐도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게 된다. 따라서 문제(1)의 정답은 ○이고 문제(2)의 정답은 ×다.
 

(그림2) 지구의 남·북극


금성의 자전축 방향은 지구와 달라 금성에 대해 어설프게 알고 있는 독자들을 헛갈리게 만든다. 자전축 방향이란 곧 북극 방향을 말하는데, 우리 지구의 경우 (그림2)와 같이 공전 궤도면에 수직인 선으로부터 23.5°기울어져 있다. 천문학에서는 행성의 경우뿐 아니라 별의 경우에도 자전축 기울기를 이렇게 정의하고 영어 inclination (기울기)을 의미하는 기호 i로 나타낸다.
 

(그림3) 금성의 남·북극


이런 식으로 정의하면 금성의 자전축은 (그림3)처럼 기울어져 있으므로 i=178°가 된다. 즉 지구의 북극이 ‘태양계 위’를 향하고 있다면 금성의 북극은 ‘태양계 아래’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성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다시 한번 유의하자. ‘동쪽에서 서쪽으로 자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같이 표현하면 틀리다고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참고로 어느 행성에서나 나침반의 N극이 북쪽을 가리킬 것이라고 믿어서도 안된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지구의 북극에는 S극이 있어 나침반의 N극이 북쪽을 가리키지만 다른 행성들의 경우는 꼭 그렇지 않다는 점에 조심하자.

문제(3)의 정답은 ×다. 왜냐하면 동서남북 방향은 자전하는 천체의 표면에서만 정의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양계의 동쪽’ 같은 방향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은 ‘태양계 위’, ‘태양계 아래’ 같은 개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앞에서 위, 아래에 인용 부호를 계속 붙였던 것이다.
 

200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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