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란 인체 일부를 절제하는 방법이다. 질병이 발생한 부위를 없애버린다는 점에서 수술은 아주 좋은 치료법이기는 하지만 한번 잘려나간 조직이나 장기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생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현대에는 수술이 약과 더불어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수술시 발생하는 통증을 없애기 위한 마취제와 2차감염 예방을 위한 항생제가 개발되기 전에는 수술의 효과가 아주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수술은 선사시대부터 행해지고 있었으며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위라 할 수 있는 뇌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도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머리뼈 조각 부적으로 이용
역사 기록을 남겨놓지 않는 선사시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유물을 토대로 증거를 찾아야 한다. 선사시대에 의사라는 직업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했는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지금 알 길이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당시에도 뇌수술이 행해졌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선사시대 두개골 중에는 의문의 구멍이 뚫린 것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으며, 페루의 고대 문명지에서도 구멍 뚫린 두개골이 발견됐다. 이같은 두개골이 처음 발견된 것은 1870년의 일이다. 수술에 익숙치 않았던 당시의 의사들이 얼마나 놀랐을지를 상상해보라.
현대의 환자들은 대부분 정신없이 수술방에 들어갔다가 마취된 상태로 수술방을 나오게 되므로 수술 기구를 볼 수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
하지만 인간의 두개골은 무척 단단하므로(그래야만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두개골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뇌조직을 보호할 수 있다) 두개골을 절개하기 위해서는 톱과 같은 아주 날카로운 도구와 큰 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선사시대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두개골에 구멍을 뚫었을까.
아마도 두통이나 간질병 환자의 뇌에 들어 있다고 믿었던 악령을 몰아내기 위해 구멍을 냈을 것이다. 뚫려진 구멍은 대부분 둥근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이때 생긴 뼈조각은 부적으로 이용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머리에 골절을 일으킬 수 있는 무기가 사용된 지역에서 구멍뚫린 두개골이 흔히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상처입은 두개골의 뼈조각을 제거하고, 두개골압을 조절하기 위해 수술이 행해진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됐건 분명한 것은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수술이 선사시대에 행해졌다는 사실이다. 통증과 2차감염을 해소한 방법은 확실치 않으나 수술받은 사람들이 꽤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수술이 성공적이었다.
정치가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1949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모니즈(Egas Moniz, 1874-1955)의 업적은 정신병 치료시 전두엽 절제술을 도입한 것이었다.
포르투갈의 의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모니즈는 자신의 반대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정계를 떠나 뇌신경과학 연구에 정진했다. 그는 뇌종양, 뇌동맥류와 같은 뇌질환 진단을 위해 혈관조영술이 효과적임을 발표했고 이 방법은 오늘날에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그는 정신병이 뇌의 전두엽에 존재하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결합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 판단하고 이상부위를 수술로 절제하면 호전될 것이라 생각했다. 모니즈는 자신이 수술한 20여 결과를 묶어 ‘정신병 치료에 있어서 수술적 치료법’이라는 책을 1936년에 발간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분야를 정신외과(psychosurgery)라 이름 붙였고, 이 방법이 보편화되면서 그 업적을 인정받아 194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수술법이 정신장애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체를 지배하고 관할하는 대뇌 일부를 함부로 절제해 대뇌가 가진 고도의 기능을 못하게 하는 일이 과연 올바른 치료법인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