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기는 지구촌의 인간가족이 체력단련을 겨루며 친목을 두텁게 하려는 것이다. 이런 경기에서 기록을 올리려고 약물을 복용하는 예가 많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규제하기 위한 방법에 첨단과학이 동원되어 복용사실이 적발되었을 때는 경기를 무효화하고 메달을 몰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에서도 약물복용검사가 철저히 시행된다.
서울 아시안 게임에서 약물 검사 실시
9월 20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0회아시아경기대회의 약물검사는 올림픽대회와 같은 수준과 방법으로 실시된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무위원장인 김집박사는 "약물검사에 대한 시설을 완비하고 충분한 기술자를 양성, 올림픽대회와 같은 수준의 도핑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경기대회사상 약물검사를 공식화 하는것은 서울아시아경기가 최초다.
도핑검사를 할 기구는 '도핑컨트롤센터'로 서울강남구삼성동에 있다.
한국과학기술원이 88서울올림픽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 이센터는 아시아경기때부터 활용키로 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곳에 비치한 장치는 개스분획장치 질량검출장치 질량분석장치 고압액 체분획장치등과 부속 최신컴퓨터시스템등이다.
도핑컨트롤시스템요원은 해외 연수를 마친 박사 7명과 연구원 30명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마련하기위해 한국과학 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등은 4년반동안 1백억여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아시아경기때는 약 7백명가량에 대해 약물검사를 실시 할 예정이다.
약물검사 실무책임자인 한국과학기술원 유전공학센터 박종세박사는 "모든 약물을 모두 검출 할수 있도록 시스템을 짜놓았다"고 말하고 로스엔젤레스올림픽때 보다 정밀검출이 능가 할것" 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박종세 박사는 또 "6개월전 복용한 약물까지 검출해 낼 자신이 있다"며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약물복용에 대해 엄격히 따질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의 도핑테스트는 88서울올림픽에서의 도핑테스트에 시금석이 될것이라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닐것 같다.
약물복용 대책에 강경론 대두
운동경기에서의 약물복용이 문제되기시작한지는 꽤 오래되며 요즘은 문제제기 방향도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커미셔너인 '피터 위베로스'는 선수들의 약물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무력을 동원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군대를 동원, 마약 생산지나 마약밀반입지를 소탕해야 된다고 했다. 위베로스는 근년들어 스타플레이어들이 약물남용으로 잇달아 희생되자 마약을 박멸해야 한다고 격분했다.
얼마전 미국대통령 부인 낸시여사는 워싱턴포스트지에 특별기고,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해서 마약루트를 뿌리뽑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레이건대통령은 선수들이 주로 복용하는 코카인 원산지인 볼리비아의 한 고원에 특공대를 투입, 코카인 생산지를 소탕했다.
그리고서는 마약에 대한 새로운 전쟁을 선언했다.
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 여자육상 3관왕인 흑인주부선수 '브리스코 훅스'는 약물남용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 일시적으로 기록의 향상을 꾀하는것보다 땀흘려 기록을 향상시키는 기쁨이야 말로 참된 보람" 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소련선수 59명이 사망
84년 8월 로스엔젤레스올림픽이 한창이던 어느날 프레스센터에 유인물이 배포되었다.
'소련올림픽 메달리스트들, 영광뒤에 약물복용 사신(死神)이 기다린다'는 제목이 눈에 띠었다.
소련에서 입수된 이 유인물은 약물복용으로 사그러지는 스테이트아마튜어리즘의 실태를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즉, 소련에서 우수선수로 발탁된다는것은 바로 죽음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소련에서 스타플레이어의 죽음은 국가기밀이 된다.
그런데 국가기밀이 된 사망선수가 59명에 이른것이다.
모두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거나 상위입상한 선수등이었다.
이들은 경기력향상이라는 소련국책에 따라 어쩔수없이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이었고 결국 약물복용후유증으로 생명을 앗기기에 이른것이다.
소련은 약물복용증거를 없애는 약물을 개발, 약물복용을 교묘히 감추어 왔다는 것이다.
타임지 조사결과에 나타난 놀라운 사실
84년 6월 25일자 시사주간지 타임은 의약페이지에서 약물복용에 대한 선수들의 의식을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했다.
타임은 세계일류선수 1백98명으로 부터 "약의 부작용으로 5년이내에 죽는다하더라도 그 약으로 인해 금메달을 딸수있다면 복용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결과는 놀랄만한 것 이었다.
절반이상인 103명이 "복용하겠다"고 답한것이었다. 이 조사에서 나타난 선수들의 자세는 오늘날 스포츠에서 약물복용의 문제가 왜 그처럼 중대사가 되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스포츠에서 경기력향상을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길은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단순히 뛰고 달리는 원시적인 훈련에 물리적법칙과 생리의학적 분석이 가해지고 첨단의 과학기재를 동원하는 스포츠과학적 트레이닝이 개발되는 바탕도 거기에 있다.
약물복용이 실제 경기력에 작용하는 효과와 함께 늘 제기되는 문제는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약물이 과연 의학적으로 안전한 것인가 하는것이다.
최초의 약물복용 케이스
스포츠에 있어서 약물로 인한 최초의 사망케이스는 1866년에 보고 됐다.
영국의 한 사이클선수가 흥분제를 복용, 레이스에 나섰다가 그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흔히 도핑(Doping)이라 불리우는 약물사용의 역사는 무척 오래다.
아프리카 원주민은 콜라(Cola)종을 강장제로 사용했고 남미의 원주민은 코카(CoCa)잎을 산행(山行)이나 수렵 할때 사용했다.
그중에는 오늘날 도핑으로 문제되는 물질이 함유 돼있다.
1865년 네덜란드에서는 운하건설 노동자들의 작업능률을 높이기위해 노동자의 피로감을 없애고 의욕을 높이는 물질인 도프(Dope)를 먹였다고 한다. '도핑' 이란말은 여기서 비롯됐다.
20세기 들어 늘어난 사례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약물복용사례가 크게 늘어났으며 약물종류도 다양해졌다.
조사에 따르면 1960년대에만 약물남용으로 1백명에 가까운 선수가 희생됐다.
1956년 멜번올림픽 투해머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할 코널리'가 1973년 미상원법사위원회에서 한 증언은 당시만해도 충격적인것이었다.
"68년 멕시코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가운데는 등에 더이상 주사를 놓을수 없을 정도로 바늘자국이 무수한 사람이 꽤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수준급의 육상선수들은 경기력향상때문에 스스로를 죽이는 무언가를 자행하고 있다" 고 증언했던 것이다.
미식축구선수였던 '데이브 맥퍼시'는 내셔널풋볼리그에서 은퇴한뒤 '리그를 벗어나서'라는 책을 통해 프로풋볼팀의 일부트레이너가 선수들의 플레이를 고무하기 위해 약물을 복용시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아마튜어경기사상 최대의 약물스캔들은 83년 8월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9회팬암대회. 역도에서 금메달 3개를 딴 미국의 '제프 미첼'과 세계기록을 세운 쿠바의 역도선수 '다니엘 누데스'가 약물복용으로 금메달을 몰수당하는 등 모두 11개의 금메달이 취소됐고 미국의 육상선수 12명은 도핑테스트를 거부하고 대회출전을 포기해 버렸다.
1964년 토쿄올림픽때 최초로 공식 대책 거론
1964년 토쿄올림픽때 개최된 국제스포츠과학회의에서 도핑에 관한 정의가 내려진데 이어 6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학위원회에서는 약물리스트를 작성하고 도핑검사의 규칙을 확립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헌장 제 29조는 의무사항(醫務事項)이다.
이 의무사항의 주요골자는 '흥분제 복용은 금지 한다' '모든 올림픽경기자는 IOC 의무분과위원회의 규칙에 따라 의무통제 및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의무통제나 검사를 거절하거나 흥분제를 복용한 사실이 판명되는 올림픽경기자는 실격된다' 등이었다.
IOC 도핑검사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부터 정식으로 실시됐다.
최초의 올림픽도핑검사 결과 근대 5종 단체종목에서 3위를 한 스웨덴팀의 약물사용혐의가 밝혀져 실격이 선언되었다.
이 사건이래 올림픽에서의 도핑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1971년 IOC 의학위원회가 정한 약물리스트는 4가지 성분에 30종이었지만 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에서는 7가지 성분에 무려 1백50종으로 늘어났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선수들이 복용하는 약물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 규제방법은 그대로 과학적인 데이타에 기초를 둔것이며 이 기초가 갈수록 발달되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