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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 잘 익은 수박 만드는 유전공학 비법

바야흐로 수박과 참외의 계절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온식구가 둘러앉아 먹는 수박 한조각 맛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수박이 달고 어느 수박이 덜 익었는지를 골라내기는 쉽지 않다. 만약 어느 수박을 고르든지 모두 단맛을 낸다면, 꿈같은 얘기일까.

꿈이 아니다. 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에서 바로 이 연구를 실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대사제어에 의한 과일의 당도 증진’연구다.
 

현재의 과일보다 단맛이 더한 꿈 의 과일을 실현시키고 있는 정원 일 교수(앞줄 가운데)와 연구 원들.


과일 단맛의 비밀

과일은 성숙 후기에 포도당이 결합해 자당(sucrose)이나과당(fructose)으로변한뒤, 식물내의AGPase 라는 효소에 의해 탄수화물의 일종인 전분 형태로 식물 내에 축적된다. 그런데 과일의 단맛은 수용성 당인 자당이나 과당이 얼마나 함유됐는냐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과일의 단맛을 증진시키려면 AGPase 효소를 차단해 자당이나 과당을 식물 내에 많이 남기면 된다.

AGPase 효소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AGPase효소와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anti-sense mRNA)를수박의유전자에끼워넣으면 될 것이다.

이 부분부터는 형질전환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연구분야다. 형질전환식물체 연구란 원하는 유전자(target gene)를 해당하는 식물 유전자에 끼워 넣는 연구다. 보통은 아그로박테리움 이라는 미생물에 원하는 유전자를 식물유전자에 삽입한다. 그런데 제대로 삽입될 확률은 10-3-10-6 정도다. 운이 좋아도 1천개 당 1개 정도가 들어간다는 말이다. 이래서야 수많은 수박세포 중 어느 세포에 원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들어갔는지를 알 수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선발표지유전자(marker gene)를 이용한 방법을 고안했다. 선발표지유전자란 수많은 세포 중 원하는 세포만 선별적으로 가려내기 위해 사용되는 특정유전자를 말한다. 보통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와 제초제 내성 유전자를 많이 이용한다.

수박의 예를 생각해보자. AGPase의 anti-sensemRNA를 아그로박테리움을 이용해 수박 유전자에 끼워 넣을 때 항생제 내성 유전자도 바로 옆에 붙여 함께 넣는다. 그런 뒤 수박유전자를 항생제를 포함한 배지에서 키우면 원하는 유전자가 들어간 수박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도 지니고 있으므로 배지에서 살수 있다. 하지만 원하는 유전자가 들어가지 않은 수박은 항생제 내성이 없으므로 죽을 것이다. 이런 원리로 원하는 유전자가 삽입된 수박세포를 선별해낼수 있다.

환경과 인체에 무해한 선발표지유전자
 

원하는 유전자가 삽입된 수박 세포가 항생제 배지에서 자라 고 있다.


그런데 이들 선발표지유전자로 사용된 항생제 내성 유전자나 제초제 내성 유전자는 형질전환식물의 산업화에 큰 장애요인이 돼왔다. 왜냐하면 이들 유전자와 유전자 산물 때문에 식품으로서의 안전성과 생태계에의 전파로 인한 생태계 교란 또는 항생제내성 수퍼미생물의 출현 가능성 등 잠재적 위해성이 제기된 탓이다. 그 결과 형질전환식물의 개발과 실용화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잠재적 위해성이 없거나 또는 그 위해성이 적은 선발표지유전자의 개발은 형질전환식물의 실용화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스위스의 다국적 종자회사인 노바티스를 비롯한 서구 생명공학 기업들에서 성공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에서도 항생제나 제초제 내성 유전자를 이용하지 않고도 식물에 외래 유전자를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연구의 주역은 바로 정원일 교수의 식물분자생물학 연구실이다. 정교수 팀은 마니톨(mannitol) 분해 효소 유전자를 이용해 형질전환식물(담배)을 얻는데 성공했다.

마니톨 분해 효소 유전자는 마니톨이라는 희귀당을 분해하는 효소로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동물은 갖고 있지만 식물은 없다. 원하는 유전자를 마니톨 분해 효소 유전자와 함께 식물세포에 넣은 후, 마니톨이 포함된 배지 위에서 세포를 키운다. 그러면 마니톨 분해 효소 유전자가 있는 세포는 마니톨을 분해해 살수있지만 그렇지 않은 세포는 죽을것이다. 바로원하는 세포만 선별적으로 증식시키는 방법이다.

또한 연구실은 마니톨뿐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선발표지유전자를 갖지 않는 형질전환식물을 개발하고 있다. 선별된 식물세포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만 특수한 화학물질로 제거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실은 과일의 당도를 증진시키는 연구에서부터 선발표지유전자를 갖지 않는 형질전환식물 연구까지 식물에 관한 최첨단 생명공학을 이끌고 있다. 정원일 교수를 중심으로 박사 2명과 6명의 박사과정, 3명의 석사과정, 연구원 2명 등 모두 13명의 연구원은 오늘도 식물 유전자공학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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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대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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