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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극고진공상태를 얻으려 하나

식품 냉동건조부터 우주선 개발까지

1600년대 토리첼리는 진공상태를 처음 만들었다. 이때 그가 만든 공간에는 기체가 하나도 없었을까. 아니다. 단지 기체분자가 대기 중보다 더 적게 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과학자들은 진공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가 숨쉬는 대기는 질소 약 78%, 산소 약 21%, 그리고 미량의 수분, 탄산가스, 헬륨, 아르곤 등 여러 기체가 섞여있는 상태다. 그리고 기체분자 수는 1㎤공간 안에 2.5×${10}^{19}$개나 있다. 손가락 한마디에 지구 전인구 42억배의 기체분자가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진공은 기체분자가 전혀 없는 공간을 의미할까. 우선 그 뜻을 살펴보면, 한문으로는 ‘아무 것도 없이 비어 있는 공간’(眞空)이다. 영어 표현은 vacuum인데 이 말도 역시 ‘비어있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vacua로부터 유래했다.

소리보다 빠르게 이동하는 기체분자

그러나 실제로 인간이 만든 진공상태는 여태까지 그렇지 못하다. 입자가 전혀 없는 절대진공을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지 점점 기체분자의 수를 줄여가고 있을 뿐이다.

대기 중의 기체분자들은 상온에서 소리(음속은 3백40m/초)보다 더 빠르게(평균속도 4백40m/초) 미친 듯이 팔방으로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분자끼리 또는 물체의 표면과 충돌한다. 이때 기체분자는 엄청난 압력을 가한다. 예를 들어 대기 1기압은 1㎠당 1kg의 무게가 누르는 상황이다. 손바닥에 성인 두사람이 올라있는 것과 같다.

만약 용기 안에 들어있는 기체를 뽑아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지상에서 진공을 얻는 방법은 밀폐된 용기 안에 기체분자를 진공펌프라는 배기장치를 이용해 밖으로 내보내는 것. 그러면 기체분자 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압력은 낮아진다. 만약 기체가 한개도 없는 상황에 도달한다면 압력은 0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우선 현재까지 밀폐된 용기로부터 모두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용기 내 기체분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어느 순간에 이르면 진공용기 표면에서 기체분자가 떨어져 나와 용기 속의 진공도를 떨어뜨리고 만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점점 기체분자의 수를 줄여가고 있다. 진공의 정도는 용기 속에 남아있는 기체분자 수에 의해 결정되고, 이를 압력의 단위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현재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최저 압력인 {$10}^{-11}$Pa(파스칼, 1기압=1.013×${10}^{5}$Pa) 상태의 극고진공에는 1㎤당 2천5백여개의 기체분자가 있다. 이때 기체분자는 다른 분자와 충돌 없이 5만km를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갓 쪼갠 물체의 표면을 이 공간 속에 넣으면 기체분자가 표면을 다 덮는데 30일이 걸린다.

이 말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숨쉬는 대기는 어떤지 살펴보자. 대기는 기체분자가 충돌 없이 이동하는 거리가 평균 6nm(나노미터, 1nm=${10}^{-9}$m)에 불과하고, 10억분의 4초만에 물체의 표면이 기체분자로 완전히 덮인다.

인간은 언제부터 진공에 관심을 가졌을까. 기원전 4백20년경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투스가 처음으로 진공에 대한 개념을 소개했다. 소크라테스와 동시대인인 그는 ‘만물은 더이상 쪼개질 수 없고 창조도 파괴도 할 수 없는 미립자인 원자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원자란 여러 기하학적 모양을 하고 있는데 크기, 모양, 무게가 모두 다르며 무한한 수의 원자는 무한한 진공 속에서 계속해서 기계적으로 운동한다’고 말하면서 진공개념을 도입했다.


가속기의 가속관은 진공상태가 필수적이다. 입 자가 가속될 때 다른 입자가 있으면, 충돌해 사 라지고 만다.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기원전 3백84 - 기원전 3백22)는 ‘만물은 불, 공기, 물, 흙의 4원소로 구성돼 있고, 천상계 물질은 지상계의 물질과 다른 제5원소 에테르로 이뤄진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이상 쪼개지지 않는 알갱이 따위는 존재하지 않고 전우주는 연속적인 물질로 차있으며 자연에 진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그리스의 사상을 지배해서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는 명제가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한 그릇된 사고는 무려 2천년 동안 유지됐다. 이를 깬 역사적인 사건은 1643년에 일어났다. 토리첼리의 유명한 수은주 실험이 그것. 토리첼리는 유리관을 수은이 담긴 큰 통에 넣고 가득 채운 뒤 거꾸로 뒤집어 보았다. 이때 그는 유리관 위쪽에 진공이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보일, 샤를, 랑그뮈아 등의 과학자들이 기체분자의 운동이론에 근거한 진공이론을 확립했다. 하지만 진공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유리용기와 수은을 이용해 만드는 정도에 불과하며 용량도 적었다. 또한 수은의 독성 때문에 다루기가 몹시 까다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공기술은 현대 과학기술의 태동에 크게 이바지했다.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일도 진공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전구의 발명도 마찬가지다.

20세기 들어서는 산업분야에서 실제적으로 진공이 응용되기 시작한다. 독일의 물리학자 게데(1878-1945)는 금속의 표면에 관한 연구를 위해 진공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1905년에 용기 내에 기체분자를 밖으로 뽑아내는 진공펌프의 한 종류인 회전펌프를 개발했다. 이제 진공은 실험실에서 벗어나 산업으로의 응용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그는 이후 차례로 분자펌프, 확산펌프 등을 발명해 진공기술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그가 발명한 펌프는 현재까지도 수정, 이용되고 있을 정도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진공기술은 급격히 향상된다. 레이더에 사용되는 진공관의 대량생산을 위해 고진공 기술이 발전됐다. 그리고 1946년에 개발된 컴퓨터 애니악이 탄생되는데, 진공관이 무려 1만8천개가 들어가는 거대 진공장치였다.

밥이 설익는 현상도 관련

미소 냉전시대에는 초고진공 기술이 개발됐다. 미소간의 경쟁으로 우주개발, 가속기, 핵융합 등 기초과학에 대한 대형 투자가 이뤄졌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들 대형 기초과학 프로젝트와 진공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우선 우주를 생각해보자. 우주는 진공상태다. 물론 완전한 진공상태는 아니다. 우주도 지구 대기압의 약 1017분의 1 정도의 미약한 압력이 작용하는 입자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대기에서 잘 작용되는 장치가 우주에서 작용된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 고산 등반가가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할 때 정신이 혼미한 상태를 맞는 것처럼 보통의 대기압과 진공상태는 다른 환경이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밥이 설익는 것도 진공현상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구에서 만들어진 우주선이 실제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면 지구에서와는 다르게 작동될 수 있다. 때문에 진공상태에서 우주선의 부품이 어떻게 작동될지를 알아야 한다.

가속기와 핵융합에서는 더욱 진공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가속기 안은 진공상태를 필요로 한다. 가령 소립자가 가속기에서 가속하는 경우, 그 공간 안에 기체분자와 충돌하면 원하는 실험결과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가속기 가속장치는 그야말로 진공상태를 필요로 한다.

핵융합의 경우는 어떨까.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를 만들어야 하는 핵융합로에 불순물이 있으면, 불순물로 인해 열 손실이 발생한다. 때문에 핵융합반응에 필요한 온도에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핵융합반응에 필요한 플라스마는 초진공 용기 안에 가둬야 한다.

이처럼 우주개발, 가속기, 핵융합에 필수적인 진공기술은 미소간의 대립 시기에 대용량의 높은 진공도를 이뤘다.

곧이어 진공기술은 반도체 산업에 응용됐다. 반도체는 기판에 갈륨이나 실리콘 등의 분자빔을 쏘여 결정을 성장시키는 제조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때 작업실 내 기체분자의 밀도가 충분히 낮지 않으면 기판에 기체분자가 덮이게 돼 결정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불량반도체가 생산되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높은 수준의 진공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는 반도체관련 산업과 연구가 진공기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현재의 메가비트급 D램에는 고진공-초고진공 상태가 요구되지만, 기가비트급 D램의 경우에는 극고진공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재의 반도체 기술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나노소자의 경우는 더욱 높은 수준의 진공도가 요구된다. 기체분자 자체가 나노미터 크기이기 때문에 진공 시스템에 잔류하는 기체 분자 한개 한개가 불순물로 작용한다. 나노소자 개발을 위해서는 극고진공에 대한 연구도 필수적인 것이다

커피, 의약품, TV, 청소기에서

현재 진공은 단순히 기체가 없는 공간을 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있다. 화학이나 플라스마 같은 반응을 진공 중에서 일으킬 필요성이 생겨나면서 진공 중에서 다양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

물체의 표면에 얇게 막을 입히는 박막기술이 대표적이다. 진공에서는 원하는 화학반응만을 선택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기체분자나 증발된 금속분자가 다른 입자와 충돌하지 않고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플라스마 기술을 적용하면 원하는 표면에 원하는 박막을 입힐 수 있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을 유리 면에 증착시키면 거울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의 반사경이 된다. 또한 티타늄과 질소를 적당히 조절해 증착시키면 단단하면서도 아름다운 금빛 도금을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고급시계, 안경테, 기타 장식품에 현재 많이 쓰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 진공기술이 적용된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진공청소기는 한쪽 부분을 진공으로 만들어서 밖의 대기가 미는 힘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진공포장으로 식품을 오래 저장할 수 있다. 내부 공기가 제거됐기 때문에 미생물에 의한 부패를 막는다.

커피나 페니실린 같은 의약품을 만들 때에도 진공상태에서 냉동건조를 한다. 이는 압력이 낮을 때, 물의 끊는 점이 낮아지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물은 1기압에서 1백℃에 끊는다. 그러나 압력을 대기압의 40분의 1까지 낮춘다면 물은 실온에서 끊는다. 더 압력을 낮춘다면 영하에서도 수분은 증발되고 만다.

만약 수분을 함유한 재료를 냉동시킨 다음 주위 압력을 낮춘다면 어떻게 될까. 쉽게 수분이 건조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커피와 의약품의 냉동건조법이다. 열에 의한 건조로 인해 날아가 버릴 커피의 향이나 약의 성분이 냉동건조법에서는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다.

한편 TV 브라운관도 초고진공상태다. 전자총을 떠난 전자가 도중에 다른 분자와 충돌해 없어지지 않고 스크린까지 나아가 명확한 상을 보여준다. 마치 가속기가 진공상태인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다방면으로 응용되는 진공기술에 대해 세계 각국은 어느 정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까. 초기 진공기술이 잉태된 유럽의 경우를 먼저 살펴보자. 유럽은 초기의 진공기술에 힘입어 산업과 기초과학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지금도 유럽은 여러가지 플라스마 코팅 등 응용산업에서 세계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전기산업의 발전과 제2차 세계대전, 우주개발, 토카막, 그리고 가속기 건설과 같은 국가적인 대형과제를 수행하면서 미국의 진공기술은 세계 최고로 성장했다. 이후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함께 세계 진공산업을 선도해가고 있다.

한편 일본은 진공기술에 있어서 후발주자지만 반도체 산업에 역점을 두면서 기반기술인 진공기술을 정책적으로 육성해 왔다. 히타치, 미츠비시 등과 같은 대기업부터 중견기업, 영세기업까지 고르게 진공기술 발전에 참여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인다. 현재는 극고진공 기술에 대해 범국가적으로 연구중이다.


생활 속에서 진공기술이 응용된 예를 쉽게 찾을 수 있 다. 진공청소기, 의약, TV 브라운관이 그렇다.


다른 나라 진공산업 살찌우는 우리 산업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국내의 진공장비 시장은 매년 수조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러나 국내 진공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0%. TV 브라운관, 안경 코팅, 램프 산업, 보온병 제작 등 저급 진공장비 시장만이 국내 진공산업을 지탱해주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반도체 D램과 TFT-LCD 등 세계 제1의 생산을 자랑하는 첨단제품 산업은 진공기술업체 육성을 외면하고 있다. 장비를 전량 수입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와 LCD 설비의 1/3 정도가 진공장비일 정도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는 진공장비 시장의 상당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진공응용산업의 발전은 남의 나라 진공산업을 살찌울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 이제까지는 첨단제품 생산시에 외국 장비를 수입해 들여와 외국에 AS를 맡기고도 수익이 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장비가 제공해야 하는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그와 함께 가격도 높아지기 때문에 수지에 맞지 않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제품 산업 수준이 높아져 외국과 공정개발을 놓고 선두다툼을 벌일 정도가 됐기 때문에 독자적인 공정 개발의 필요성이 생겼다. 이는 독자적인 진공 기반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최근 이같은 상황을 인식한 과학기술부는 1998년 말부터 1999년 초에 걸쳐 ‘진공기술기반구축 기획연구’를 수행했다. 하지만 국내기업의 품질에 대한 불신으로 국산 부품이나 장비가 제대로 판매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뿐 아니라 진공관련 종사자 간에도 단절이 돼 있는 상태다. 진공장비는 많은 분야가 전문적으로 분화돼 있고 이를 집약적으로 모여야 만들어진다. 세계적인 진공장비업체도 자체 조달하는 구성부품의 비율이 25% 미만일 정도다. 따라서 진공장비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관련된 분야의 기업, 대학교, 연구소의 종사자들이 서로 대화를 원활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에 걸쳐 총 1백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진공기술 종합평가센터’가 구축되고 있다.

우리가 21세기를 주도하기를 원한다면 진공이 핵융합, 우주과학, 신소재와 같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핵심 기술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둬야 한다.


(그림) 진공의 단계


현재 실험실에서 다루는 진공의 범위는 105(대기압)-${10}^{-11}$Pa(파스칼, 1Pa=${10}^{-5}$기압)로 16차수라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다. 분자(10nm)에서 지구(1만km)까지 크기가 15차수임을 생각한다면 진공이 한종류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진공은 보통 5개 영역으로 구분하며, 각 영역별로 진공발생, 계측방법 그리고 응용분야가 다르다.

| 극고진공 | ${10}^{-10}$Pa 이하 |
정지위성 궤도인 3만6천km 상공이 극고진공에 속한다. 이 영역부터는 수분을 제거한 후에도 소재내부로부터 계속해서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방출된다. 따라서 극고진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제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체 시스템을 3백50℃ 이상에서 장시간 가열해야 한다. 또한 조립 전에 모든 부품은 철저히 7백℃ 이상의 높은 온도로 구워 미리 소재 내부의 기체를 제거하고 소재 표면에 치밀한 산화피막이나 질화피막을 형성해 수소가 확산되는 일을 방지한다. 현재 측정 가능한 최하 압력은 10-11Pa이다. 고집적 반도체나 나노소자에 응용될 전망이다.

| 초고진공 | ${10}^{-5}$-${10}^{-10}$Pa |
단순히 기체분자를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만으로는 초고진공을 얻을 수 없다. 이와 함께 내부에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압력을 낮추는 방법이 쓰인다. 초고진공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펌프의 표면으로부터 방출되는 수분까지도 제거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전체 시스템을 1백50-2백℃ 정도로 가열한다. 이때부터는 진공을 담는 용기로 외부 기체가 새어 들어오는 탄성 오-링을 사용할 수 없고, 금속가스켓을 사용해야 한다. 고성능 전자현미경, 핵융합로, 방사광가속기, 표면과학, 우주과학 등의 첨단연구에 응용된다.

| 고진공 | ${10}^{-1}$-${10}^{-5}$Pa |
고진공 영역에서부터는 기체분자가 서로 충돌하는 일이 거의 없다. 따라서 유체가 아닌 개별적인 입자의 특성을 보인다. 고진공을 얻기 위해서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 진공펌프를 이용한다. 기체분자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1분에 수백-수천번 회전하는 펌프를 이용해서 기체분자를 배출구방향으로 향해 친다. 마치 야구의 타자가 날아오는 공을 쳐서 담장 밖으로 내보내는 홈런과 비슷하다. 이때의 압력 측정에는 기체분자를 이온화시키는 방법이 쓰인다. 용기 내 기체분자를 이온화시킴으로써 이온을 모으는 장치에서 이온전류를 측정함으로써 압력을 측정한다. 고진공은 고품위 박막제작에 사용된다.

| 중진공 | 1백-${10}^{-1}$Pa |
저진공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진공상태를 만든다. 중진공은 박막장비, 진공야금, 광학부품, 레이저, 전자산업 등에서 사용된다. 이때의 압력은 온도계가 연결된 필라멘트에 전류를 흘려서 뜨겁게 데운 후 진공용기 속에 넣으면 기체분자들이 필라멘트와 충돌하면서 열을 빼앗는 현상을 이용해 측정한다. 기체분자의 충돌에 비례해 온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다.

| 저진공 | 대기압-1백Pa |
게데가 발명한 회전펌프와 같은 진공펌프를 이용해 용기 안의 기체를 압축해서 밖으로 내보내는 방법으로 저진공상태를 만든다. 저진공은 냉동건조, 진공청소기 등에 쓰인다. 이때의 압력은 내부와 외부의 압력 차로 인한 힘에 의해 센서가 변형된 정도를 감지해 측정한다.

200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박현정
  • 정광화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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