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2월 27일, 영국의 윌머트와 캠벨이 세계 최초로 체세포 유전자를 이용해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인류는 ‘인간복제의 현실화’라는 충격에 휩싸였다. ‘나와 똑같은 모습을 가진 사람이 나를 사칭한다면’과 같은 우려였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복제를 넘어서 자신의 머리를 타인의 신체에 이식하는 방법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늙은이의 머리와 젊은이의 몸을 합체시킨 인간이 탄생한다면 인간사회에 얼마나 더 큰 혼란이 일어날까.
인체 어디든 새 것으로 교체 가능?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인체에 못쓰게 된 장기를 사용가능한 것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로 불치병을 치료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실험동물을 이용한 최초의 장기이식은 1900년을 전후해 오스트리아의 울만에 의해 이뤄졌다. 그가 개의 신장을 떼어내 그 개의 목에 옮겨붙이는 수술을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개의 신장을 목에 이식하는 수술과 개의 신장을 염소에게 이식하는 경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신경세포의 염색법을 발견해 신경과학 연구의 포문을 연 프랑스의 카렐은 장기이식이 어려운 이유가 이식 후 혈액공급이 원활치 않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혈관을 봉합하는 기술을 고안했다. 그의 연구는 세월이 흐른 후 장기이식이 활성화되는데 밑바탕이 됐다.
장기이식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것은 면역학이 발전하면서부터다. 1923년 윌리엄슨은 장기를 이식할 때 거부반응이 있음을 알아냈다. 1950년대에 이식된 장기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 거부반응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홀만에 의해 발견되면서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방법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결실을 거두면서 장기이식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장기이식 수술은 현저히 발전해 현재는 신장, 간, 심장, 폐, 골수, 망막 등 많은 장기들의 이식이 가능해졌다. 뇌를 제외하고는 인체의 어떤 곳이든 새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원숭이 두마리 머리 교환 성공
돌리의 탄생 이후 인간복제에 대한 찬반논의에 묻혀 크게 다뤄지지 않은 사건이 하나 있다. 1997년 10월 영국의 슬랙이 개구리 배아의 유전자를 조작해 원하는 부위의 발생을 막는 기술을 개발해 머리 없는 올챙이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연구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신체 부위만을 인공적으로 배양하고 생산하는 기술이 가능할 것임을 보여 주었다. 뒤이어 1998년 5월, 미국의 화이트는 원숭이 두마리의 머리를 교환해 몸에 붙이는 수술에 성공함으로써 또 한번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위의 두 연구를 종합해보면 다음 내용을 상상할 수 있다. 어떤 부자가 나이가 들어 몸이 약하게 됐다. 그는 머리 없는 젊은이를 한 명 만들어달라고 인간복제 회사에 요청을 한다. 그리하여 태어난 머리 없는 인간에게 자신의 머리를 옮겨 붙이고 노화된 자신의 몸은 내버린다. 그래서 젊은 몸을 가지고 살다가 또 몸이 노화하면 새로운 몸에 자신의 머리를 옮겨 붙인다. 키 큰 몸이건, 근육질의 몸이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신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한편 1998년 11월에는 인간과 소의 세포를 융합시켜 자라게 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 기술은 상상에서만 가능하던 해괴한 동물의 탄생을 가능하게 해 생명체의 질서를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체의 특정부위만을 실험동물에서 얻는 일이 가능하게 돼 장기이식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세상이 정말로 무섭게 변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인간복제의 윤리∙종교∙철학의 관점에서 찬반양론을논의하는 동안 복제를 넘어서 몸을 바꾸거나 인체 일부를 실험동물에서 얻어내는 일들이 현실화되고있는 것이다. 미래의 인류는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일을 과학발전의 필수과정으로 받아들일까? 아니면 정도에서 벗어난 하나의 해프닝으로 받아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