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파랗게 물들어가는 하늘에 밝은 별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저 별들 사이에 초승달 하나를 그려 넣으면 얼마나 멋있을까. 4월에는 한폭의 그림같은 광경을 만날 수 있다.
4월 26일 초저녁 서쪽하늘 황소자리에는 밝은 별 알데바란과 함께 밝은 행성 목성과 토성이 화려한 빛을 뿌린다. 이 자리에 초승달이 운치를 더한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22일 새벽에는 거문고자리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자신의 소원을 빌 수 있다.
달과 세 ‘별’이 이룬 한폭의 그림
태양계 행성들은 지구공전궤도가 하늘에 투영된 황도 위를 움직이고, 지구의 달은 달의 공전궤도가 하늘에 그려진 백도를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황도와 백도가 매우 가깝게 위치하기 때문에 행성들과 달은 황도상의 별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 뿐만 아니라 행성들은 다른 행성과 마주치기도 하고 때로는 밝은 달과 마주치기도 한다.
오랜 옛날부터 달과 행성들, 그리고 밝은 별들의 만남은 매우 아름다운 광경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흥미를 끌어왔으며 매우 비중있게 다뤄지기도 했다. 이런 광경이 과거에 기록으로 남아있을 경우 과거사의 연대를 추적하는데 쓰이곤 했다.
4월 26일 밤 우리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달과 행성이 연출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날 저녁에는 밝은 별 셋과 갓 태어난 초승달 하나가 서로 어울려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한다. 밝은 세별 중 둘은 사실 별이 아니라 행성이다.
해가 진 후 어둠이 몰려올 무렵 월령 3일의 가느다란 초승달 하나가 하늘에 걸려 있다. 그 달 아래쪽에는 서쪽 지평선으로 약 8° 가량 떨어진 곳에 밝은 별 하나가 눈에 띈다. 이 ‘별’은 엄밀히 말하자면 태양 주변을 돌고 있는 행성의 하나인 토성이다. 8°라면 북두칠성의 국자를 이루는 별 사이의 거리보다 약간 더 멀리 떨어진 정도여서 하늘에서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다.
달의 바로 위쪽에는 더욱 밝은 별이 하나 있다. 이 별이 바로 이 무렵 서쪽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이다. 이 ‘별’은 달에서 위쪽으로 약 3° 가량 떨어져 있으며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이다.
달의 약간 왼쪽 옆에도 밝은 별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황소자리의 1등성인 알데바란이다. 그리고 그 아래쪽으로 푸른 별들이 모인 플레이아데스성단이 있다. 이들이 한곳에 어울리는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며,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하루 전인 4월 25일에나 하루 후인 27일에도 유사한 광경을 볼 수 있지만 26일만은 못하다.
달과 행성이 어우러진 광경은 천체사진가들에게 절호의 기회다.
거문고자리 유성군
까만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은 다른 말로 유성이라고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특정 시간에 특정 별자리 주변으로 다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 별자리 이름을 붙여 유성군(유성우)으로 명명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 22일 새벽하늘에서는 거문고자리를 시발점으로 해 방사상으로 떨어지는 유성을 볼 수 있다. 떨어지는 개수는 그리 많지 않아서 시간당 약 10개 정도다. 유성이 떨어지는 속도는 보통이며, 밝기는 비교적 밝다.
대부분의 유성군은 혜성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거문고자리 유성군은 태처라는 주기혜성(P/Thatcher)으로부터 지구궤도상에 뿌려진 물질이 지구대기로 빨려들면서 불타는 모습이다. 이 유성군은 때때로 예상치 못하게 많은 유성을 뿌리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1803년에 시간당 6백70개 가량이 떨어졌고, 최근에는 1982년에 시간당 약 1백개가 떨어진 적이 있다.
이처럼 돌발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해가 있기 때문에 이 유성군은 많은 관측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에는 달을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유성 관측에 가장 방해가 되는 달빛이 없다. 즉 하늘만 맑다면 유성을 보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새벽 동트기 전에 동쪽하늘을 수놓는 거문고자리를 향해 눈길을 돌려 별똥별을 향해 자신의 소원을 실어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