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회로의 크기를 1백분의 1로 줄인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화학자 조나단 린세이 박사와 연구팀은 차세대 컴퓨터의 탄생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5개의 분자로 이루어진 와이어로 길이가 9nm(1nm=${10}^{-9}$m) 밖에 되지 않아 회로의 크기를 대폭 줄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컴퓨터는 회로가 작을수록 그 속도가 증가한다.
기존의 회로와 달리 이번에 개발된 와이어는 전기를 전도하지도 않고 광섬유도 아니다. 엽록소와 유사한 일련의 색소가 연결돼 있어 식물의 광합성과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즉 와이어가 한쪽 끝에서 청록색의 빛을 흡수하면 전자에 의해 반대쪽으로 빛에너지가 보내진다. 도달한 신호는 형광염료에 의해 붉은 빛으로 발산된다. 원리는 과학자들 사이에 이미 알려져 있었으나 관건은 와이어를 따라 흐르는 에너지의 속도를 어떻게 증가시키느냐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에너지의 흐름은 4가지 요인에 의해 조절된다고 여겨져 왔다. 분자 사이의 거리, 배열돼 있는 방향, 에너지, 그리고 환경.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비슷한 분자 사이에서도 에너지 흐름의 속도는 때때로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자 오비탈이라는 5번째 요인이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자밀도에 따라 에너지의 흐름 속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큰 덩어리의 물질을 작게 쪼갬으로써 회로의 크기를 줄이는 현재의 접근법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린세이는 “수십년 내에 컴퓨터 회로는 분자 수준의 차원으로 접어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