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의 임무 중에 하나는 인간을 보다 편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고민을 해결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러나 발명의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사용자가 인간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는 거부 반응이 생겨 보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냄새 없는 마늘과 씨 없는 수박이다.
냄새 없는 마늘이 성공했을까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조미료 중에 하나는 마늘이다. 마늘은 아시아 거의 전지역과 유럽의 지중해연안은 물론 미국, 오스트렐리아 등지에서도 많이 재배된다.
마늘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알리닌이 들어있다. 마늘을 다져 알리닌을 파괴하면 알리신으로 바뀌는데, 이것이 힘을 만드는 비타민 B1과 결합한다. 따라서 마늘은 강장제 효과를 나타내고, 신경안정 작용도 있어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마늘에 있는 알릴설파이드는 살균 효과는 물론 동맥경화나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마늘은 고기의 비린내를 없애고 맛을 좋게 하며 단백질을 응고시켜, 위에 대한 자극을 적게 해 소화를 도와주는 작용도 한다.
그러나 마늘은 알리신의 특유한 냄새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멀리하는 비운의 조미료이기도 하다. 서양인들이 싫어하는 김치 냄새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마늘이다. 또 독일인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스페인 남부 사람을 경멸할 때 마늘을 먹는다고 비아냥거린다.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유가 마늘을 유럽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마늘이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냄새 못지 않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마늘은 몸에 좋은 데다가, 음식의 맛을 내는데도 일품이다.
발명가가 이 사실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리 없다. 바로 냄새가 나지 않는 마늘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결국 일본인에 의해서 실현됐다. 처음 냄새 없는 마늘이 일본 시장에 나왔을 때, 가격이 일반 마늘의 5-10배나 됐음에도 폭발적으로 판매됐으며 전세계를 석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현재 냄새 없는 마늘이 냄새나는 마늘을 쫓아냈다는 말은 없다.
그 이유는 가격이 비싼 점도 있지만 사람들이 오히려 거부반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마늘의 독특한 냄새가 없으면 음식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더구나 냄새 없는 마늘의 효과를 확신하기도 어렵다. 냄새를 없앤 대가로 몸에 좋다는 효력까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고객 심리까지 읽어야
씨 없는 수박도 비슷한 경우다. 한참 더울 때 시원 하게 먹어야 할 수박의 씨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그러므로 씨 없는 수박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아이디어다.
그러나 씨 없는 수박도 보급에 실패했다. 시중에서 씨 없는 수박을 쉽게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씨 없는 수박은 씨가 없으므로‘자연산’씨 없는 수박을 만들 수 없다. 즉 씨 없는 수박은 여러차례의 인공적인 접종을 통해 만드는데, 매번 씨 없는 수박을 만들 때마다 접종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만큼 생산 단가가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사람이다. 씨 없는 수박이 먹기에 편리하므로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씨가 다소 있지만 가격이 싼 수박을 사겠다고 한다. 즉 시장성이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수박 씨는 먹기에 불편하지만 막상 수박에서 빠지면 서운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냄새 없는 마늘이나 씨 없는 수박이 외면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발명품을 사용하는 대상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의 심리와 습성, 그리고 생활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발명품은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결국 실패하고 만다. 발명가는 자신의 제품이 생산됐을 때의 고객 심리까지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발명은 역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