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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고유종의 '멋진 신세계' 마다가스카르

아프리카 대륙 동쪽 인도양 한가운데에 있는 섬 마다가스카르. 이 섬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이지만, 지구상에 있는 5개 대륙과 남극대륙에 이어 ‘제7의 대륙’이라고 불린다. 그 이유는 세계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생물이 마다가스카르에 많이 살기 때문이다.

약 1억 6000만 년 전 아프리카 본토에서 분리되기 시작한 마다가스카르 섬에는 수많은 생물이 독립된 생태계를 이루며 진화했다. 이 섬에 사는 생물 25만 여종 가운데 70%가 이 섬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이다. 게다가 해마다 많은 종이 새로 발견되고 있어 생물학자에게는 아직 개척되지 않은 금맥이나 다름없다.

지구의 또 다른 생태계, 마다가스카르로 떠나보자.

 

마다가스카르 서쪽 지역 건조한 숲에 사는 양털여우원숭이. 멸종위기종이다.


원숭이 없는 섬에 여우원숭이가 왕

77종의 영장류가 서식하고 있는 마다가스카르는 브라질 다음으로 가장 다양한 영장류 종이 사는 곳이다. 특히 마다가스카르는 여우원숭이들의 천국이다. 다람쥐와 개를 섞어 놓은 듯 특이한 생김새를 지닌 여우원숭이는 이 섬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분류학적으로 총 33종의 여우원숭이가 알려져 있는데 30g의 ‘피그미 마우스 여우원숭이’부터 10kg정도의 ‘인드리 여우원숭이’까지 다양하다. 최근 독일 하노버대 수의대 연구진이 14개월간의 조사 끝에 마우스 여우원숭이 3종을 추가로 발견하기도 했다.

이들은 생김새뿐만 아니라 행동양식도 독특하다. 예를 들어 인드리 여우원숭이는 공습경보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처럼 고음을 낸다. 이 소리는 2km 밖에서도 들을 수 있을 만큼 크다. ‘시파카 여우원숭이’는 몸을 곧추 세우고 옆으로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나무를 타고 위아래로 이동하는 데만 익숙하기 때문에 땅에서는 마치 꽃게가 옆으로 기어 다니듯 걸을 수 있도록 신체구조가 변했다.

여우원숭이를 뜻하는 ‘리머’(Lemur)는 ‘귀신’이라는 뜻의 라틴어 ‘리머리스’(Lemures)에서 온 말인데, 크고 동그란 눈과 기이한 울음소리가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여우원숭이는 원숭이와 같은 영장목에 속하지만, 다른 원숭이과 동물들과 달리 꼬리로 물건을 감아쥐지 못하고 주둥이 끝 부분에 털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마다가스카르 섬에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원숭이와 유인원 종은 전혀 볼 수 없다. 반대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여우원숭이 종이 거의 없다. 어떻게 두 종이 나뉘게 됐을까.

화석 기록에 따르면 6000만 년 전 아프리카 전역에 여우원숭이가 살았다. 하지만 대륙에 원숭이가 출현할 즈음 섬이 대륙에서 분리되기 시작했고 마다가스카르 섬에 원숭이 종이 도착하기 전에 섬은 완전히 분리됐다.

대륙 본토는 영민하고 적응력이 높은 원숭이 종이 여우원숭이가 차지했던 생태적 위치를 재빠르게 점유했다. 결국 아프리카 대륙에는 부시베이비, 로리스, 포토 같은 여우원숭이와 유사한 종만 살아남았다. 이들은 야행성으로 단독생활을 하거나 곤충을 주식으로 삼는 생존 전략을 만들어 원숭이 종과 생존경쟁을 피했기 때문이다.
 

큰나무잎꼬리 게코도마뱀. 적에게 위협을 받으면 입을 크게 벌리고‘꽥꽥’소리를 지른다.


혀로 눈알 닦는 게코도마뱀

마다가스카르에는 260종이 넘는 파충류가 있다. 그 가운데 90% 이상이 이 섬에만 사는 고유종으로, 특이한 생김새를 지닌 뱀과 도마뱀, 바다거북, 그리고 악어가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 카멜레온은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파충류 종이다. 카멜레온은 자신의 몸 색깔을 시시각각 바꾸는 독특한 특성으로 유명한데, 흔히 알려진 내용처럼 주변 환경에 몸을 숨기려고 색깔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감정 상태에 따라 색깔을 바꾼다.

카멜레온의 재미있는 특성 중 하나는 툭 불거져 나온 눈이 제각기 움직인다는 점이다. 때문에 마다가스카르에는 ‘카멜레온처럼 한 눈은 미래에, 다른 한쪽 눈은 과거에 둔다’는 속담이 있다. 주행성이며 단독생활을 주로 해 다른 카멜레온에게도 공격적인 성향을 띤다. 그래서인지 마다가스카르 섬에는 카멜레온이 불운을 가져다준다는 미신이 있다.

게코도마뱀은 카멜레온만큼 외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파충류다. 마다가스카르 동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30cm 크기의 ‘큰나무잎꼬리 게코도마뱀’은 꼬리와 머리를 세우고 ‘꽥꽥’ 소리를 지른다. 눈꺼풀이 없어 혀로 눈알에 묻은 먼지를 닦아내는 모습은 외계 생명체를 연상시킨다.

특이하게도 양서류는 마다가스카르 섬에 단 1종류만 산다. 개구리가 유일한 양서류로 두꺼비나 도롱뇽은 살지 않는다.

하지만 섬에는 300종이 넘을 정도로 다양한 개구리가 살고 있으며 99%가 섬의 고유종이다.

마다가스카르 섬은 겉모습이 두꺼비와 비슷한 ‘토마토 개구리’의 보금자리다. 토마토 개구리는 천적인 뱀이나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끈끈한 물질을 분비해 자신을 보호한다.

이 섬에 서식하는 파충류와 양서류는 화려하고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애완동물 거래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만텔라 개구리’는 애완동물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다.
 

마다가스카르 초록 게코도마뱀은 주로 건조한 지역의 숲에서 곤충을 먹고 산다.


제2의 ‘코끼리 새’, 더 이상 없기를

마다가스카르 섬은 방대한 종류의 곤충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 곤충 종이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다. 벌과 나방은 수천 종에 이르며 거미는 1000여 종, 바퀴벌레도 100종이 넘는다.

‘긴목기린 바구미’는 몸통은 보통 바구미와 비슷하지만 가늘고 길게 나온 목과 머리가 특징이다. 큰 크기와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아크리옵테라 대벌레’는 가시가 삐죽 솟은 갑옷을 입은 듯 당당하다.

하지만 우아한 목을 자랑하는 긴목기린 바구미도, 아크리옵테라 대벌레도 수십 년 뒤에는 이 섬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지난 수백 년 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포획과 산림 벌채로 씨가 마른 대형 동물들처럼 말이다.

무게가 500kg에 몸높이가 3m에 이르는 대형 육상조류인 ‘코끼리 새’는 마다가스카르 섬에 살다가 멸종한 동물의 대표적인 예다. 영국의 동물학자 머빈 브라운 박사의 1978년 논문에 따르면 코끼리 새는 알의 무게만 10kg이 넘어 그걸로 150인분의 오믈렛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 만 그 큰 몸집의 새는 현재 지구상에 없다.

코끼리 새 뿐만 아니라 자이언트 육상거북과 피그미 하마도 1970년대 이후 진행된 마다가스카르 숲의 무분별한 벌채로 삶의 터전을 잃고 멸종했다. 마다가스카르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나무를 태워 경작지를 만들고 거기에 농사를 짓는 주민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마다가스카르 전체 숲의 약 18%정도만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남았다.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며 살아온 마다가스카르 섬의 생물을 지키기 위해 과학자들이 나섰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의 보전생물학자 클레어 크래먼 교수팀은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는 2300종이 넘는 다양한 생물의 분포지도를 만들어 지난 4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앞으로 이 지도를 바탕으로 멸종 위기 종을 보호하는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마다가스카르 섬은 살아있는 진화의 실험장으로서 큰 의미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당장 생계를 잇기 어려운 주민들의 생존권도 중요하다. 따라서 극빈층의 주민들에게 직업교육과 일자리를 주는 등의 지원책과 더불어 정확한 멸종위기종 보호전략을 토대로 생태 보호대상지역을 선정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마다가스카르 붉은날개 메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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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안정화 박사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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