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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새는 공룡이다?

시조새 발견 150년

지난 7월 28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실렸다. ‘시조새’가 새의 조상이 아니라 깃털 달린 ‘공룡’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였다. 시조새와 깃털공룡을 연구해 온 중국학술원 척추고생물 및 고인류학과 수싱 박사가 새로 발굴한 깃털공룡 화석을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물론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게 학계의 반응이다. 과연 150년 동안 ‘새의 조상’ 지위를 누려 온 시조새는 새가 아닌 공룡으로 다시 태어나게 될까.


[아르카에오프테릭스 Archaeopteryx lithographica(좌측) 일명 시조새. 1861년 독일에서 최초 발굴. 약 1억 5000만 년 전 생존. 새의 최초 조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수각류 발톱공룡의 일종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임 / 샤오팅기아 Xiaotingia zhengi(우측) 중국 랴오닝성 발굴. 1억 6000만~1억 4500만 년 전 생존. 2011년 7월 연구 결과 수각류 발톱공룡 데이노니코사우르류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 상위 분류군인 시조새류도 함께 옮겨야 하는지 논란 중.]

1997년 중국 랴오닝 성에서 깃털공룡이 처음 발견된 이후, 오늘날까지 깃털공룡과 중생대 원시 조류(새) 화석이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깃털공룡은 오랜 발굴 및 연구 역사를 지닌 공룡 분야에서도 최신 분야다.

지난 7월 ‘네이처’를 통해 정체가 드러난 ‘샤오팅기아(Xiaotingia)’라는 이름의 깃털공룡은 공룡과 새의 진화 이론에 이전에 없던 새로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샤오팅기아 깃털공룡은 닭보다 작은 소형 공룡으로, 언뜻 봐서는 이전에 발견된 깃털을 가진 수각류(육식공룡. 예를 들어 벨로키랍토르)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작은 깃털공룡을 연구한 결과 지난 150년이라는 세월 동안 ‘새의 조상’으로 불리던 ‘아르카에오프테릭스(Archaeopteryx, 이하 시조새)’의 지위가 위협받게 됐다. 시조새를 원시조류가 아닌 깃털공룡의 일종으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공룡과 새 사이의 관계는 물론, 새의 진화 과정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샤오팅기아와 데이노니코사우르류 사이의 공동파생형질(공통점) 종 사이의 연관관계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형태학적, 해부학적 특징이 같아야 한다. 수각류 발톱공룡인 데이노니코사우르류와 시조새류의 유사점을 살펴봤다. 일러스트는 이번에 수싱 박사팀이 공개한 샤오팅기아의 골격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시조새를 둘러싼 논란들

시조새는 독일의 고생물학자 크리스티안 에리히 폰 마이어가 1861년 이름을 지어 공개한 종이다. 그러니까 학계에 등장한 지 정확히 150년이 된 셈이다. 그런데 이 종은 ‘시조새’라는 별명에도 불구하고 조류가 아닌 공룡이라는 주장이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새와 공룡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논쟁이 더 활발해졌다. 깃털을 가진 소형 수각류와 중생대 백악기 초에 살았던 조류 화석들이 여럿 발견되면서부터다. 전통적으로 공룡과 조류를 구분하던 가장 확실한 기준은 첫째가 깃털의 여부, 둘째가 오늘날의 조류와 형태나 해부학적 특징이 비슷한지 여부였다. 그런데 ‘깃털이 달린 공룡’과, ‘조류와 비슷한 특징을 지닌 공룡’, 그리고 반대로 ‘공룡과 비슷한 형태를 지닌 중생대 조류’들이 여럿 발견되자 이런 전통적인 구분법으로 구별하기 애매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 구분법을 근거로 ‘새의 조상’이 됐던 시조새의 정체가 그 어느 때보다 논란에 휩싸인 것은 물론이다.

[수싱 박사팀이 공개한 샤오팅기아의 화석.]



하지만 깃털공룡이 발견된 뒤 10여 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시조새가 새의 조상이라는 주장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결정타’에 해당하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때문이다. 사정이 달라진 것은 샤오팅기아가 공개되면서부터다.

샤오팅기아 화석은 랴오닝 성 서쪽 지앙창 지역의 쥐라기 후기(약 1억 60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다. 골반, 뒷다리와 꼬리 일부를 제외하고는 보존 상태가 대단히 좋고 깃털 흔적까지 남아있는 훌륭한 화석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골격 요소들을 바탕으로 연구해 보면, 크기는 닭보다 약간 작고 무게는 약 0.82kg정도였다. 학자들은 이 공룡의 골격에서 나타나는 세부적인 특징들을 바탕으로 진화 계통관계를 밝혔다.

보통 동물의 계통도를 밝힐 때는 비슷한 특징을 갖춘 대조군을 찾아 서로 신체 특징(형질)을 비교한다. 계통도에서 서로 연관관계에 있다면 형질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 이를 ‘공동파생형질’이라고 한다. 공동파생형질을 많이 지닌 동물일수록 서로 사촌지간, 즉 같은 계통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연구팀은 조류와 비슷한 다른 공룡들(오비랍토로사우르류와 데이노니코사우르류)과 시조새, 그리고 그 외 다양한 원시 조류들을 대조군으로 삼았다(왼쪽 분류표 참조). 그런 뒤 다양한 해부학적 특징을 비교 분석해 목록을 만들었다. 이 자료를 컴퓨터로 처리해 형질 비교 자료의 집합인 ‘데이터매트릭스’를 완성했다. 예를 들어 치골의 위치가 같은지, 날개의 길이가 일치하는지, 두개골의 모양이 닮았는지 등을 각각 조사해 두 종의 연관 관계를 정리하는 식이다.

그 결과 시조새와 ‘사촌’지간인 샤오팅기아는 두개골의 모양이나 눈구멍(안와)의 모양과 크기, 비공의 위치, 치골의 형태와 방향, 어깨뼈의 길이, 발가락의 모양과 상대적 길이 등 형태학적, 해부학적 특징이 조류보다는 공룡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그림 참조). 특히 ‘드로마에오사우르류(벨로키랍토르가 속하는 분류군)’와 ‘트로오돈티드류’ 중에서 크기가 작고 깃털 흔적을 지닌 가장 원시적인 종들과 대단히 비슷하다. 드로마에오사우르류와 트로오돈티드류는 모두 갈고리 발톱을 갖춘 수각류 공룡들의 무리인 ‘데이노니코사우르류’에 속하는 종. 샤오팅기아가 현생 조류까지 포함되는 분류군인 ‘에이비알래(Avialae, ‘조익류’라고도 부른다)보다는 수각류 발톱공룡에 더 가깝다는 뜻이다.

이런 연구 결과를 따른다면 샤오팅기아가 속한 상위 분류군인 ‘아르카에오프테리기드류(Archaeopterygydae, 이하 시조새류)’ 역시 데이노니코사우르류로 ‘소속’을 옮겨야 한다. 연구팀은 기존 화석을 통해 시조새의 특징도 재검토 했는데, 이 종과 샤오팅기아, 안키오르니스, 벨른호페리아 등에 일치하는 특성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시조새류 전체가 데이노니코사우르류의 하위 분류군으로 들어
가는 게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분류군에 속하는 시조새 역시 조류가 아닌 공룡이 됐다.
 

[유명한 시조새의 화석. 전신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다 뚜렷한 깃털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직 풀어야 할 문제 많아

사실 샤오팅기아를 발견하기 전에도 새와 수각류 공룡들의 분류는 늘 혼란스러운 문제였다. ‘자리’가 바뀐 종들도 이미 여럿 있었다. 벨른호페리아는 시조새와 동일한 종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시조새보다 크기가 크고 골격이 작아서 다른 속으로 분류됐다. 안키오르니스는 처음 발견됐을 때 에이비알래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후 연구 결과 트로오돈티드류에 속하게 됐다가 샤오팅기아가 발견된 뒤 함께 데이노니코사우르류로 옮겨졌다.

이번 연구의 결론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먼저 연구 방법에 문제가 있다. 데이터매트릭스를 구하는 데 핵심인 대조군 선정에 학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한다. 이 때문에 특정한 계통도가 여러 학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아직까지 대단히 드물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결정적인 증거’인 샤오팅기아를 일부러 제외시킨다면 아르카에오프테릭스는 다시 기존의 에이비알래로 돌아가 새가 된다. 또다른 가능성으로 상위 분류인 데이노니코사우르류 자체를 원시조류로 재분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한 논쟁이 필요한 문제로, 지금으로서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떤 연구가 더 필요할까.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계통관계 말고는 샤오팅기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공룡이 어디에 살고 어떤 환경을 좋아했는지, 식성이 어땠는지, 날았는지 등 여러 궁금증이 아직 남아 있다. 이들을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공룡이 조류의 조상이라는 가정은 아직 유효하므로, 최초의 조류가 언제 나타났을지에 대한 연구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와 정황을 바탕으로 보면 수각류가 본격적으로 분화한 시기인 쥐라기 초, 중기에 조류의 직계 조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어떠한 학자들은 조류의 직계 조상이 나타난 시기가 트라이아스기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다. 만약 조류의 직계 조상이 쥐라기 초, 중기에 나타났다면 최초의 조류는 늦어도 쥐라기 중기에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으나 아직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화석의 발견과 이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고생물학 연구에서 영원한 답이란 없다. 더 많은 연구와 논쟁으로 공룡과 새의 진화 과정에 대한 비밀에 한발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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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허민 전남대 교수·한국공룡연구센터 소장, 김정균 한국공룡연구센터 연구원 | 에디터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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