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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대 박사 양성하는 과학영재교육

군대 복무 면제 되는 직통생

북한에도 남한의 과학고에 해당하는 최고의 과학영재를 위한 교육기관이 있다. 제1고등중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는 과학영재를 어떻게 발굴해서 교육시키는 것일까.

매년 북한에서는 이맘때가 되면 남한의 서울대에 해당하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과학경연대회'가 열린다. 마치 남한에서의 수학과학경시대회처럼 말이다. 군에서 1차, 도에서 2차의 선발전을 거친 북한 최고의 과학영재 1천여명이 이 최종대회에 참가하는데, 대상과목으로는 수학, 물리, 화학, 그리고 특이하게도 영어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두각을 드러내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특정학교 출신이다. 바로 평양제1고등중학교다. 과연 어떤 학교일까.


평양제1고등중학교를 졸업하 면, 군대의무 없이 바로 대학에 진 학하는 특혜를 받는다.


과학고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

이를 알아보기 전에 우선 북한의 학제를 살펴보자. 북한은 1975년부터 5살부터 16살까지 11년 의무교육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유치원부터 시작된다는 점이다. 유치원은 4살의 낮은반과 5살의 높은반으로 구성되는데, 높은반부터 의무교육에 속한다. 6살부터는 남한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인민학교에서 4년 동안 배우고, 10살부터 6년 동안 남한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고등중학교에서 교육받는다.
그렇다면 평양제1고등중학교가 남한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학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학교 이름이 왜 하필 '평양제1'일까. 혹시 평양에서 제일 머리 좋은 학생들만 가는 학교는 아닐까. 더군다나 이 학교의 학생이 과학경연대회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낸다는데….

북한에는 평양제1고등중학교를 비롯해 '제1'이 붙은 고등중학교가 여럿 있다. 이런 학교는 다름 아닌 남한의 과학고에 해당하는 최고의 과학영재학교다. 그래서 '제1'이 고등중학교 앞에 붙여진 것이다. 북한은 1984년에 '20대 준박사(남한의 석사학위에 해당한다),박사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고등중학교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제1고등중학교제도를 마련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평양제1고등중학교 개교를 시작으로 그 이듬해에는 각도 소재지에 제1고등중학교가 신설됐다. 1999년에는 평양의 각 행정구역마다 제1고등중학교가 신설돼 평양에만도 23개교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각 지방에도 지역 사정에 맞게 추가 신설돼 영재교육체계가 확장돼 나가고 있다.

북한의 이와 같은 과학영재교육제도는 시기상으로 남한 과학고의 탄생과 맞물린다. 남한 역시 1981년 '20대 박사 배출과 과학 두뇌 양성을 통한 노벨과학상 수상'을 목표로 경북 구미에 과학 시범고등학교를 설립했다. 그리고 1983년부터 광주과학고를 필두로 1999년 제주과학고까지 국민의 비상한 관심 속에서 총 16개의 과학고가 각 시도마다 태어났다. 마치 서로 경쟁하듯이 남북한 모두 1980년대 들어서야 실질적인 과학영재교육이 이뤄진 것이다.

학교장 추천이 기본

제1고등중학교에는 어떤 학생이 선발되는 것일까. 우선 각 인민학교 학교장이 과학과 수학에 뛰어난 졸업생을 추천한다. 추천을 받아야 제1고등중학교의 선발시험을 치를 수 있다. 제1고등중학교 시험문제는 웬만한 실력으로는 몇문제 풀지도 못할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제1고등중학교 같은 특수학교를 제외하고는 11년 의무교육 기간동안 입시가 없다.

한편 편입제도도 마련돼 있다. 보통의 고등중학교 3학년 때에 제1고등중학교 4학년으로의 편입시험이 실시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1고등중학교 사이에도 편입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것은 여러 제1고등중학교 사이에 서열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양의 경우 보통의 고등중학교 위에 각 행정구역마다의 제1고등중학교, 그리고 그 위에는 다시 만경대, 모란봉, 창덕제1고등중학교, 그리고 제일 위에는 평양제1고등중학교로 순위가 매겨져 있다. 평양제1고등중학교는 왕중왕인 셈이다. 하위의 제1고등중학교들은 편입 시험을 통해 상위 제1고등중학교로 옮기려고 노력한다.

또한 특례입학도 가능하다. 1993년 9월 여섯살의 전광석 군이 인민학교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남포제1고등중학교에 입학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3살때 30분만에 한글을 깨우치고, 5살 무렵에는 인민학교 졸업생의 실력을 보인 천재소년이다.

과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이같은 조기속성 영재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이는 3살부터 탁아소를 시작으로 일찍부터 국가가 아동을 책임지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어린이 보육교양법에는 '모든 어린이들을 탁아소 유치원에서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키운다'라는 규정이 있다.

북한이 실제로 유아교육에서부터 영재교육을 실시한다는 증거는 1987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일본의 마이니찌신문 기자 이시가와가 쓴 '불타는 나라, 주체'라는 책에서 볼 수 있다. 1981년생인 오운별 양은 동양화에 특기를 가졌는데, 1985년 전국 청소년 미술·수공예 출품전에서 특상을 수상했고,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세계청년학생제전의 미술작품전에서 호평을 받았다. 사실 북한은 음악, 무용, 체육, 조형 등 예체능분야에 대한 영재교육을 과학교육보다 빠른 1960년대부터 실시했다.
 

컴퓨터는 최근 북한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교과목 중 하나다. 한 여학생이 컴퓨터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주당 6시간 차지하는 컴퓨터 과목

제 1고등중학교의 교육은 어떻게 이뤄질까. 1-2학년은 학생 개개인의 지적 능력을 주로 평가하고, 3-6학년에는 개별 학생의 능력에 맞게 개별 지도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학교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등 자연과학계통의 학과목에 힘을 기울인다. 그러나 이들 학교의 교육과정 편제에 대한 자료가 없어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과학관련 학과목에 집중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반 고등중학교의 경우를 살펴보고 그 정도를 가늠해볼 뿐이다.

북한의 일반 고등중학교에 개설된 과학과목에는 수학을 포함해서 물리, 화학, 생물 그리고 특이하게 지리가 있다. 북한의 지리과목은 남한의 지구과학 교과목의 상당 부분과 내용이 일치한다. 그런데 전체 과목에서 이들 과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반 고등중학교에서만도 무려 44%를 차지한다. 수학을 제외하고도 24%로, 이는 남한의 14.1%보다 무려 10%가 높다. 이를 보면 가히 제1고등중학교의 수학과 과학의 집중도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로 남한 과학고의 경우 수학과 과학의 비율이 약 55%를 차지하고 있다.

과학 외에도 제1고등중학교에서 주요 과목으로는 외국어가 있다. 평양제1고등중학교의 경우 제1외국어로 영어, 러시아어, 독일어 중에서 하나, 그리고 제2외국어로는 일본어로 두가지 이상의 외국어 습득이 의무화돼 있다.

그리고 최근에 특히 중요시되고 있는 과목은 컴퓨터다. 3학년까지는 총 10단위(주당 1시간씩 1학기 동안 지도하는 것을 1단위로 함), 4학년부터 총 36단위를 배운다. 만약 4-6학년까지 학기마다 컴퓨터 과목의 단위를 6단위씩 나눴다면, 4학년부터 매주마다 6시간의 컴퓨터 수업이 시간표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한편 교재는 수재용으로 별도 마련된다. 그런데 여기서도 최근 북한의 어려운 상황을 볼 수 있다. 활자나 구성, 삽화가 거칠고, 종이가 부서질 정도로 질이 나쁘다. 또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교시가 교과서 맨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도 여느 교과서와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제1고등중학교 화학4에는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대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였다. <;가장 초보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배워나아가면 나중에는 높은 리론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라고.

그러나 일반 교과서에는 없는 내용이 있다. 수재용 과학 교과서 마지막 부분에 포함돼 있는 실험이 그것이다. 실험교육이 제1고등중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이다. 이들 학교는 현대적인 과학실험 기구실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육받은 제1고등중학교 졸업생은 어느대학에 진학하게 될까. 또 대학진학시 어떤 혜택을 받게 될까. 남한 과학고 학생들은 3학년에 내신으로 한국과학기술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1년을 단축하는 셈이다. 그러나 일반 대학을 가게 되는 경우 어떤 혜택도 없다. 오히려 요즘에는 1996년에 비교내신제의 폐지로 일반계 고등학생보다 대학진학에서 불리하다.

이에 비해 제1고등중학교 졸업생은 행복한 편이다. 북한에서 대학에 진학하려면 먼저 3년 이상의 군복무나 5년 이상의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제1고등중학교 졸업생은 이 의무를 거치지 않고도 곧바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이들을 가리켜 '직통생'이라고 부른다.

특히 평양제1고등중학교의 졸업생은 북한 최고의 명문대인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대학, 그리고 리과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 또한 대학 1년의 예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과로 진학한다. 이같은 혜택때문에 평양제1고등중학교는 권력과 뇌물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는 신문기사도 실렸었다.

그렇다면 제1고등중학교 졸업생이 아니면 직통생이 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북한은 제1고등중학교와 같은 직접적인 방법 외에도 과학경연대회와 같은 경쟁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연재를 발굴한다.

매년 1월 초에 열리는 과학경연대회에서 1·2·3등에 뽑힌 학생에게는 자연과학 분야의 어느 대학에나 입학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20-30명의 우수 학생에게는 모범상과 함께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그리고 리과대학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입학시험에서 가산점을 얻기 때문에 이들의 합격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1994년에 탈북한 이충국씨는 1984년 이 경연대회에서 양강도 대표로 나가 모범상을 받고 리과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양강도 후창군 출신으로 보잘것 없는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오직 실력 하나로 북 최고의 자연과학대학에 당당히 진학했다.

최근 들어 북한이 과학분야의 영재교육에 큰 비중을 두는 이유는 좀더 실용적이고 인민들의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성과를 얻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 발전 방향이 점점 실사구시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의미다.


최고의 교육기관인 평양제1고등중학교의 수업 모습. 어려운 시 험을 통해 선발된 영재들이다.


북한의 과학기술 명문대

북한을 대표하는 대학으로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그리고 리과대학이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은 소위 북한 권력의 산실이다. 실제로 현재 북한 고위간부의 70% 이상이 이 대학 출신일 정도다. 여기에 입학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준은 출신 성분. 재학생 가운데 특권층 자제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기관은 예비과정을 포함해 사회과학분야가 5년제, 자연과학분야가 6년제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은 원자로공학과, 지구물리탐사학과, 금속재료학과 등 19개 공과계열 학과로 구성된 종합공과대학이다.

​리과대학은 남한의 과학기술대학에 해당하는 7년제 자연과학대학이다.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고, 직통생만 입학할 수 있다. 특히 최연소 박사를 배출한 곳으로 유명한데, 그 주인공은 1986년 21세의 나이로 학위를 받은 김
서인 박사다. 그는 중등과정을 월반해 10대 초반에 이 대학을 입학한 수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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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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