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자회사 NEC, 하메지 기술연구소의 신지 마쯔수이 교수 연구팀, 그리고 세이코 기계회사는 공동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와인잔을 만들어냈다고 지난해 12월 7일 NEC가 발표했다. 잔의 크기는 외부지름이 2천7백50nm(나노미터, 1nm=${10}^{-9}$m)로 나노단위다.
이 와인잔을 만드는데 쓰인 기술은 최정밀 3차원 나노 공정기술로 현재 반도체 기술이 직면하고 있는 집적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현재 일반적인 반도체 공정에는 레이저를 이용하는 광학 리소그래피(표면 박피 기술)가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레이저 빛을 광학적인 방법으로는 μm(미크론, 1μm=${10}^{-6}$m) 단위보다 더 작게 모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 방법을 사용하는 현 반도체 기술은 나노단계까지 반도체를 집적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표면에 새겨지는 깊이와 넓이의 비율이 같아 깊이를 요구하는 초소형 정밀기기에는 부적합하다.
이런 이유로 여러가지 차세대 리소그래피 기술이 고려되고 있다. 그 중에서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기술이 이온빔 리소그래피이다. 나노단위 수준으로 미세하게 표면에 칩을 새길 수 있을 뿐더러 3차원 기하구조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잔을 만드는데도 바로 이 기술이 적용됐다. 지름 10nm의 갈륨 이온빔을 주사해서 탄소표면에 와인잔 모양을 구현한 것이다.
이 실험의 성공으로 생체의 혈관 속에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바이오센서와 같은 초미니 기기들과 반도체의 집적화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으며, 나노기술 분야가 기대만큼 성과를 보여준 결과라고 연구팀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