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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후와 토양

타이가 기후는 포드졸토를 만든다

기후와 토양은 바늘과 실의 관계. 기온과 수분양은 전혀 다른 흙을 만들어 낸다.

세계의 곳곳을 여행하거나 영상매체를 통해 이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제는 '아마존'하면 수목으로 빽빽이 들어찬 열대우림의 정글을, '케냐'하면 얼룩말과 기린이 풀을 뜯고 있는 사바나의 동물 왕국을, 그리고 '만주'하면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지대 등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세계 여러 지역의 경관들이 각기 다른 모습을 가지는 것은 그 지역의 기후 식생 지형 문화 등이 독특하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토양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경관 특성들과는 달리 지역에 따른 차이를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세계의 토양은 기후나 식생의 종류에 못지 않게 다양하며, 그것도 기후 및 식생, 지형 등과 상당한 연관을 가지고 나타난다.

토양은 암석의 풍화에 의해 형성되는데 모암의 종류, 지형, 형성에 필요한 시간, 기후, 생물활동 등에 따라 그 특성이 다양하다. 이들 가운데 특히 기후와 식생은 직간접으로 토양의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레바퀴의 양축

수분과 기온은 토양의 성질을 지배하는 기후의 가장 중요한 두 요소다. 물은 토양내의 수분을 좌우하고, 이 수분의 양에 따라 토양중에서의 화학적 풍화작용이나 생물적 작용의 진행과정이 변하게 된다. 예를 들면 물은 강수량이 많은 지역에서는 토양 중의 가용성 물질을 용해하여 용탈(溶脫)현상을 일으킨다. 고온다우의 열대지방에서는 칼슘 칼륨 마그네슘 등의 염기(鹽基)가 용탈돼 일반적으로 척박한 흙이 만들어진다.

한편 비가 적고 증발이 왕성한 기후에서는 깊은 층의 수분까지 증발되고, 그것이 증발한 후에는 수분 속에 녹아 있었던 염기가 토양 속에 남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딱딱하고 척박한 흙이 형성된다.

기온은 토양내의 화학적, 생화학적인 작용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모암의 화학적 풍화는 고온하에서 왕성하고 기계적 풍화는 저온하에서 활발하다. 기온은 식물과 동물의 생장에 영향을 주므로 간접적으로 토양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기후가 같은 지역이라고 해서 같은 토양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기후와 식생 이외에도 다른 영향, 특히 모암의 영향을 반영하는 국지적인 토양이 형성될 수도 있다. 기후는 점이적으로 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토양의 성질도 매우 다양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의 토양을 모두 이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한 일이므로, 여기서는 기후의 영향을 가장 잘 반영하는 대표적인 몇가지 토양의 예를 들어 그 지역의 환경과 토양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림1) 토양의 형성과 기후


■열대우림지역/점성이 낮고 다공질

위도상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위 10º에 이르는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고온다습한 곳이다. 이 곳은 가장 추운 달의 평균기온이 18 이상으로 연중고온이며, 연강수량은 2천㎜ 이상이다. 이러한 지역들은 식물경관의 특색 때문에 열대우림기후지역이라 불린다. 콩고분지, 아마존 분지, 동남아시아의 말레이 반도 및 필리핀, 인도네시아의 도서지역이 이곳에 속한다.

이 지역은 연중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강수량이 많으므로 강력한 화학적 풍화와 용탈에 의해 토양이 형성된다. 표층에서는 유기물이 빠르게 분해돼 거의 집적되지 않고, A층에서는 용탈이 우세하여 염기와 규산이 제거된다. B층은 A층에서 용탈된 철과 알루미늄 광물이 집적되며, 철의 산화에 의해 붉은 색을 띤다.

이와 같은 토양형성과정을 라테라이트화 작용(laterization)이라고 하며, 이때 형성된 토양을 라테라이트토라고 한다. 라테라이트토는 점토와 같은 미세한 물질들이 용탈돼 있으므로 점성이 낮고 다공질(多孔質)이어서 빗물이 잘 스며든다. 또한 유기물의 분해가 빠르고 과도한 용탈로 인해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영양염류들은 표층부분에 국한된다.

따라서 이러한 토양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면 비옥도가 빨리 떨어진다. 이전에는 산림에 불을 지르고 그곳에 2~3년간 곡물을 재배한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형식의 농업이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비료분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고무 카카오 등의 수목농업이 부분적으로 행해진다.
라테라이트층은 물을 머금으면 삽으로 쉽게 팔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지만, 대기에 노출되면 벽돌처럼 단단하게 굳는다.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하여 동남아시아에서는 일찍부터 라테라이트토를 벽돌크기로 잘라 건축자재로 사용하였다. 라테라이트(laterite)는 라틴어의 벽돌을 의미하는 later에서 온 말인데, 그 색과 굳기가 벽돌과 같은 데서 유래됐다.
 

(그림2) 라테라이트화 작용


■열대 및 아열대의 건조기후지역/유기물이 풍부

세계의 기압대나 풍향대는 여름에는 북쪽으로 겨울에는 남쪽으로 이동한다. 따라서 열대우림의 외곽지역에서는 우계와 건계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열대사바나 기후가 나타난다. 사바나 지역에서는 우계에는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지만, 건계에는 풀이 말라 표층에 쌓이므로 토양내의 유기물이 풍부하다.

사바나 초지가 끝나는 위도15~35º사이는 대체로 남북회귀선부근에 핵심을 둔 열대 대륙성기단의 발원지이고, 이 기단의 영향으로 넓은 사막들이 형성돼 있다. 이 부근의 건조지대는 건조도에 따라 완전히 건조한 사막과 반건조의 스텝으로 구분되는데, 대체로 사막지역은 연강수량이 40㎜ 이하이며, 스텝은 40~1백20㎜ 내외다. 사막지역은 식생의 피복이 빈약하고 수분이 적기 때문에 연교차에 비해 일교차가 매우 큰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사하라 사막의 한 지역에서는 밤최고 기온이 -0.6℃, 낮최고기온이 37.2℃로, 일교차가 37.8에 달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 지역의 토양은 대부분의 염기들이 토양층에 집적되는 석회화작용(石灰化作用)에 의해 회색을 띠나, 수분의 정도에 따라 라테라이트화 작용이 첨가되어 적색을 띠기도 한다. 반건조지역에서는 강우량이 칼슘(Ca) 칼륨(K) 마그네슘(Mg) 나트륨(Na) 등의 염기를 용탈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으므로, 이와 같은 염기는 토양층 중에 남는다. 즉 우계에 수분이 토양으로 침투할 때에는 염기가 씻겨서 아래로 내려가지만, 건계에 토양이 마를 때는 염기가 모세관수를 따라 다시 위로 올라온다. 이같은 과정이 계절적으로 반복되므로 염기는 A층에서 순환된다.

초본식물도 석회화작용을 돕는다. 풀은 매년 고사하는 줄기와 잎으로도 유기물을 공급하지만, 뿌리의 형태로 토양층에 직접 추가하는 유기물의 양도 적지않다. 건조기후하에서는 미생물의 활동이 부진하여 유기물의 분해속도가 느리므로 부식(腐植)이 풍부하게 집적된다.

따라서 이 지역의 토양은 표층이 적갈색을 띠고 밑으로 내려가면서 흐리멍덩한 적색 또는 적갈색으로 변한다. 그 다음에는 탄산칼슘의 집적층이 나타난다. 비옥도는 그리 나쁘지 않아 주로 방목지로 이용되고 있으나, 관개에 의해서 집약적 농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도 있다.
 

(그림3) 석회화 작용


■온대 건조기후/흙토를 형성

온대건조기후지역은 강수량이 2백~2백50㎜ 내외고, 열대건조기후지역에 비해 연교차가 크고 겨울의 기온이 한랭하다. 또한 완전히 건조한 사막보다는 반건조의 스텝지역이 더 넓게 펼쳐져 있다. 반건조 기후에서는 자연식생으로 초원이 형성되는데, 그 명칭이나 종류는 각 대륙에 따라 서로 다르다.

기온이 낮고 비가 적은 지역에서는 10~15㎝ 정도의 짧은 풀이 자라는 스텝(step)이 형성되며, 스텝보다 강우량이 더 많은 지역에서는 1~3m 정도의 키 큰 풀이 자라는 프레이리(prairie)가 형성된다. 이들의 분포지역은 유라시아대륙에서는 흑해에서 몽고 만주에 이르는 지역이고, 아메리카대륙에서는 미국의 중부 대평원지역과 프레이리지역, 아르헨티나에서 우루구아이에 걸친 라플라타강 유역의 팜파지방이다.

이 지역은 세계의 곡창지대라고 불릴 만큼 곡물농업에 가장 유리한 비옥한 온대초원지역의 토양을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지방이나 프레이리 지방의 농업은 거의 비료 없이 이루어지는데, 이와 같이 초원의 흙이 비옥한 것은 기온과 풀의 성장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토양이 얼어서 유기물의 분해가 진행되지 않지만 봄에는 융빙수(融氷水)와 함께 초본류가 빠르게 자란다. 건조한 여름이 되면 초본류의 일부는 말라 죽지만 분해는 심하지 않고, 가을이 되면 한랭한 겨울이 되기 전까지 점차 유기물이 집적된다. 따라서 토양중의 부식함량이 매우 높아져 20% 정도에 달하게 되며, 색깔도 흑색을 띠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 의해 형성된 흑색토를 체르노젬토(Chernozem土)라고 하는데, 체르노젬은 러시아어로 흑토(黑土)를 의미한다.

프레이리 초원보다 더 건조한 스텝지역에서는 겨울이 몹시 춥고 건조하며 여름이 무덥기 때문에, 토양내에서는 수분의 부족으로 용탈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 층화가 불량한 율색토(栗色土)가 발달한다. 이 지역의 토양도 주로 석회화작용에 의해서 발달되므로 칼슘층이 지표 가까이에 있으며, 유기물의 함량은 3~5% 정도다. 표토의 색깔은 엷은 갈색이 되며 하층으로 갈수록 연해진다. 스텝 토양의 일부에는 알칼리성의 경향이 높아지고 염기가 집적되어 사막의 토양과 비슷한 특색을 나타내는 곳도 있다.

체르노젬보다 습윤한 지역에는 갈색삼림토와의 중간에 발달하는 프레이리토가 형성된다. A층은 부식을 함유하여 흑갈색을 띠나 하층일수록 색깔이 연하며, B층은 부식이 적고, 알루미늄과 철분의 집적이 일어나지 않는 갈색을 띠고, C층은 연한 갈색을 띠고 있다. 강우량이 다소 많아 가용성 염기는 C층에 집적돼 있다. 이 지역에는 일반적으로 뿌리가 깊은 초본류가 무성하여 대평원을 이루고 있으며, 토양의 생산력도 높아서 주로 유축농업(가축사육과 농작물의 재배를 동시에 함)에 이용되고 있다.

■냉온대의 혼합림 기후 지역/농경지로 적격

북위 40-55º사이의 북아메리카 및 아시아 대륙의 넓은 지역은 그 북부가 대륙성 한대기단의 발원지이고, 남부와 남동부는 해양성 및 대륙성 열대기단의 발원지가 되고 있다. 따라서 겨울에는 대륙성 한대기단이 탁월하여 한랭한 날씨가 되며, 여름에는 열대기단이 우세하여 고온이 된다. 이 지역은 연교차가 매우 큰 대륙성기후를 나타내며,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5백~1천㎜에 이른다.

이 지역은 보통 혼합림(混合林)이 형성되고 있어 이 기후를 혼합림 기후라고도 한다. 그러나 비교적 비가 적은 곳은 초원을 이루고, 남쪽으로는 혼합림 또는 활엽수가 자라며, 북쪽으로 갈수록 침엽수가 많아진다. 혼합림은 활엽수와 침엽수가 혼합된 삼림인데, 이 삼림을 주로 형성하는 것은 겨울에 낙엽이 떨어지는 하록(夏綠)활엽림으로 온대낙엽림(溫帶落葉林)이라고도 불린다. 냉온대 습윤대륙성 기후와 그것에 따라 형성된 하록활엽림하에서는 토양은 포드졸화작용(podzolization)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여름의 고온으로 포드졸화작용은 약화돼 토양은 회갈색토에 속하게 된다. 또한 북쪽으로 가면 포드졸에 가까워지고 남쪽으로 가면 라테라이트에 가까워져 적황색토로 변해간다. 또 내륙쪽으로 가면 강수량이 적어 초지로 변하기 때문에 토양은 프레이리토나 흑토와 유사한 흑갈색토에 가까워진다.

일반적으로 하록활엽림에는 낙엽이 두껍게 쌓여 토양은 부식이 풍부해진다. 이 지역에서는 토양의 비옥도가 높고 인구밀도가 높아서 일찍부터 삼림을 개척하여 농경지로 이용하였기 때문에, 현재는 원래의 삼림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성대토양(成帶土壤)인 갈색삼림토는 회갈색 포드졸토와 유사하나 포드졸화 작용을 약하게 받은 토양으로서 토양반응은 산성을 나타낸다. A층은 암색을 띠고, B층은 산화철로 착색돼 갈색을 띠는데, 일반적으로 층화(層化)가 불량하다.

■타이가 기후지역/포드졸토가 발달

위도상 60º를 중심으로 유라시아에서 북아메리카 대륙까지 동서로 뻗은 이 지역은 타이가라고 불리는 침엽수림의 대삼림대를 이룬다. 이 지역은 여름이 짧아 작물의 생육기간이 50~70일에 불과하지만, 낮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식물이 자랄 수 있다. 강수량은 3백㎜ 내외이나 낮은 기온으로 증발량이 적어 습윤한 편이다.

이 지역에서 발달하는 토양은 포드졸토(Podzol土)다. 포드졸이란 잿빛흙이라는 의미의 러시아어다.

포드졸토양이 형성되려면 충분한 강수량과 한랭한 겨울이 필요하다. 포드졸의 토양단면은 토층이 뚜렷한 것이 특색이다. 토양의 표면은 분해가 불완전한 강산성의 유기물로 덮여 있다. 이 산성의 유기물층은 ${A}_{0}$층이라고 불리는데, 일반적으로 산성환경에서는 유기물의 활동이 둔화돼 부식이 거의 형성되지 않는다. 대신에 가용성 염기가 토양으로부터 용탈되는 것이 쉬워진다.

${A}_{0}$층 아래에 나타나는 ${A}_{1}$층은 산성의 엷은 토층으로서 부식이 풍부하며, 회색에서 황갈색을 거쳐 적갈색에 이르기까지 그 빛깔이 다양하다. ${A}_{1}$층 밑의 ${A}_{2}$층은 콜로이드와 염기가 심하게 용탈된 층으로, 산화철과 부식콜로이드와 같은 착색물질이 제거되고 규산(${SiO}_{2}$)성분만 남아 있어서 표백을 한 것 같은 회백색을 띤다. ${A}_{2}$층은 표백층 혹은 포드졸층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러한 용탈을 거쳐 규산이 B층에 집적되는 과정을 포드졸화 작용이라고 한다.

포드졸토는 비옥도가 낮은 산성토양이다. 식물에 필요한 중요한 영양소가 용탈되었기 때문에 주로 침엽수가 자란다. 침엽수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인산 등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같은 염기를 토양에 되돌려 보내지도 않는다. 포드졸 토양에서의 농업은 기온이 높은 남쪽 주변부에서 상당한 양의 석회와 기타 비료를 투입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경작이 가능한 농작물로는 생육기간이 짧은 곡물이 적합하다.
 

(그림4) 포드졸화 작용


■툰드라 지역/토탄의 형태로 집적

툰드라 토양은 북극지방에 넓게 분포돼 있으나 농업에는 별로 가치가 없다. 툰드라 지역은 연강수량이 2백~4백㎜에 불과하지만, 온도가 낮고 증발량이 적으므로 습윤하다. 이 지대에서는 눈이 녹는 여름철의 짧은 기간에만 선태류 지의류 관목 등의 생육이 가능하다. 이 기간이 지나면 이들의 유체가 불완전분해물인 토탄(土炭)의 형태로 표면에 집적되는데, 상층에 퇴적된 토탄층의 두께는 40~70㎝ 정도다.

표층의 하부에는 수분으로 포화된 상태에서 산화제2철이 부분적으로 산화제1철의 형태로 환원된 청회색의 점착성이 강한 글라이층이 존재한다. 즉 이 토양은 글라이화작용에 의해서 발달된 것이고, 연중 동결돼 있을 정도로 한랭한 기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주로 물리적 풍화작용이 우세하고, 화학적 풍화나 미생물의 작용은 아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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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서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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