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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학도로서 연구자 평가제도 다각화에 기여하고파”_박충권

    탈북공학도

    2023년 12월, 국민의힘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겨냥한 1차 영입인재를 발표했을 때 박충권 현대제철 연구개발본부 책임연구원은 남다른 이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북한 함경남도 함흥 출생으로 군사 무기 개발에 특화된 김정은국방종합대학 화학재료공학부를 졸업했다. 3월 4일 국회 앞 카페에서 만나  그가 어떤 계기로 탈북을 하고 한국 국회의원 선거에까지 도전하게 됐는지 들어봤다.

     

    Q 대기업 연구원이란 편안한 삶을 놓고 정치를 선택한 이유는

    국민의힘 입당 제안을 받고 제 삶의 궤적을 돌아봤습니다. 제가 탈북할 때부터 북한을 변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어요.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도 남북 관계, 통일, 정치 현안 등을 토론하고 연구하는 남북한 청년 지식인 모임에 많이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이)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북한 내부에서 사회주의 시스템의 문제를 몸소 체득했고, 무기 개발 분야 전공자로서 북한 정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해야 될 일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더불어 공학도이자 과학자로서, 한국의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좋은 과학기술 정책을 입안하는 일이라면 잘할 수 있겠다 생각해 입당 및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Q 2009년 탈북을 했다. 북한 이공계 최상위 엘리트였는데 왜 탈북을 결심했나

    한국의 영재학교와 비슷한 개념인 북한의 제1고등학교를 전교 3위로 졸업하고 김정은국방종합대학(국방대)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김정일 정권이 군사력 강화를 최우선하는 선군정치를 모토로 내걸면서 군 관련 분야의 대학이 가장 우위에 있었어요. 국방대에는 8개의 학부가 있었는데, 각각의 학부에서 다루는 기술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무기를 만드는 기술과 관련이 깊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한 후 3학년 때 학생 간부를 하면서 북한의 체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대학에서는 학생 간부의 권력이 세요. 정치 사상 교육, 조직 생활 통제, 평가 등을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니 북한 체제가 돌아가는 본질을 깨닫게 됐습니다. 점차 북한의 사상 교육과 현실 간의 괴리를 느꼈습니다. 그 후 나름 탄탄대로던 저의 미래가 암담한 길로 보이고 꿈도 희망도 다 사라져서 탈북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Q 서울대 재료공학부 학위 과정은 어떤 시간이었나

    한국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학원 지도교수님이셨던 강신후 전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님의 배려로 연구실 인턴을 경험하고 대학원 입학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에 처음 갔을 땐 완전히 부서지는 느낌이었어요. 북한에서 손꼽히는 대학을 나왔으니 나름 자부심이 컸는데, 국방대는 무기 쪽에 특화돼 있어 아직까지 배우지 못한 학과 기초과학 과목이 너무 많았습니다. 다시 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남들보다 두 배 이상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석사 시절 학부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하루 24시간 중에 4시간도 채 안 자며 공부했습니다.

    강 교수님은 제게 부모님 같은 분입니다. 교수님은 사회적 약자인 연구자들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오셨어요. 대학원 학생을 받을 때 다른 교수님들이라면 받을지 고민을 했을 학생들을 1,2년에 한 명 정도는 꼭 받으셨습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출신 학생을 비롯해 신장위구르 지역 학생도 있었죠. 이런 학생들이 한국에서 취직하거나 자신의 국가로 돌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부분은 한 사람의 재량이 아닌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공학도로서 어떤 제도 및 정책에 관심이 있는가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먼저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몇 년간 산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한국의 기업 규제가 너무 과도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없다는 거예요. 이것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많은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경제가 큰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에 민첩하면서도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과학 연구자들의 평가 시스템을 보완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평가 기준이 논문에 치중돼 있어서 성과를 내기 위해 연구자들은 임팩트 팩터(IF)가 높은 논문을 쓰는 데에 집중합니다. IF가 높은 논문을 쓰려면 새로우면서도 핫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해야 하다보니 대학원생의 전공이 한국 제조업 기반 기업들의 기술과 많이 동떨어져 있습니다. 반도체를 전공하는 연구실이 몇 개 없는 것도 한 예죠. 그래서 기술 이전 실적, 창업 실적, 특허 실적 등을 평가 기준에 비중 있게 반영해 다각도로 연구를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이공계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정계 입문을 결심하기 전, 저의 목표는 제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처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장학금 등으로 도움의 손을 뻗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더 큰 크기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학자로 살아가고 있음에도 사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과학에 깊게 파고들수록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넓은 시야를 갖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의 방향과 주변 세상을 둘러보면서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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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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