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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의 환각현상? 실재하는 비행체?

천문학자 칼 세이건과 정신의학자 존 맥의 공방

지난 10월초 UFO와 관련된 흥미로운 뉴스가 국내 언론에 보도됐다.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동중인 김병현 투수가 미 피닉스사막 부근에서 CF를 촬영하던중 UFO로 추정되는 타원형 물체가 필름에 찍혔다는 것.UFO는 과연 실재하는 것일까.지금부터 펼쳐질 권위자들의 가상대담을 지켜보면서 UFO의 수수께끼를 풀어보자.

 

천문의학자 칼 세이건


칼 세이건(Carl Sagan)

코넬대 천문학 및 우주과학 교수 역임. 1977년 ‘The Dragons of Eden’이라는 책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Cosmos’ 등 수많은 과학 저술로 과학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SETI 계획에 참여하는 등 우주 생물학 분야에도 큰 관심을 보였으며, 1996년 사망했다. 1960년대 말부터 미국 공군의 UFO 조사기관의 자문을 맡으면서 다양한 저서에 UFO에 관한 비판적인 글을 실었으며, 그 대표적인 책은 1995년에 쓴 ‘The Demon-Haunted World’다.

존 맥(John Mack)

하버드대 의과대학 정신병학 교수로 아동 및 성인 정신분석학 전문가다. 1977년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T.E. Lawrence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다룬 전기 ‘A Prince of Our Disorder’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1993년에 ‘초상현상 연구프로그램’(PEER, Program for Extraordinary Experience Research)이라는 연구센터를 개시했으며, 1994년 UFO에 의한 납치체험을 다룬 ‘Abduction’이란 책을 저술해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의료조사위원회에 회부되는 등 큰 논란을 일으켰다.

사회자 요즈음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물체)를 목격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외계인에게 납치됐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구요. 정말로 우주 저 멀리에서 UFO를 타고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들이 있을까요? 오늘 이 문제에 대해 가장 권위있는 말씀을 해주실 두분을 모셨습니다. 먼저 1969년 미국과학진보협회가 주관한 UFO 심포지엄의 공동회장을 맡으셨으며, SETI 계획과 ‘코스모스’란 책으로 여러분께 잘 알려진 코넬대 천문학과의 칼 세이건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다른 한분은 UFO와 외계인에 관한 ‘납치’란 책을 저술해 큰 화제가 됐던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존 맥 교수님입니다. 두분 모두 1970년대에 퓰리쳐상을 받으셨으며, 현대의 대표적 지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이번 가상대담에서는 UFO와 관련해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네가지 문제를 놓고 두분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소닉붐
 

정신의학자 존 맥


사회자 최근 UFO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 네티즌들은 ‘UFO는 정말 실재하는가’를 가장 궁금한 점으로 꼽았습니다. 두분께서는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칼 세이건 교수님부터 말씀해주십시오.

칼 세이건 저는 1960년대 말 미국 공군의 UFO 자문을 맡으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동안 제 연구조사 결과를 한마디로 말하면 ‘UFO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목격된 UFO는 기존 비행체나 자연현상의 착각, 또는 환각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존 맥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존 비행물체나 자연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으니까요. 지난 1990년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서 발생한 UFO 소동이 그 좋은 예가 되겠죠. UFO를 목격했다는 일반 시민들의 제보가 쇄도하자 2대의 공군 요격기가 출격했습니다. 이때 UFO는 지상 2백m 아래쪽에서 음속의 1.5배 이상으로 비행하면서도 소닉붐(sonic boom, 대기중에서 비행체가 음속을 돌파할 경우 내는 충격음)을 내지 않았어요. 이런 현상을 착각이나 환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칼 그것이 정말 비행체라고 해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죠. 혹시 어느 강대국에서 실험한 초고성능 비행기가 아니었을까요?

 대기 중에서 음속돌파를 하면서 충격음을 내지 않는 비행물체는 현재 지구상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고 봅니다.

 글쎄요. 저는 현재의 수준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자기파로 공기분자를 조절해 대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으니까요.

 만일 1950년대 이런 뛰어난 비행이 가능한 비행체가 목격됐다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1955년 6월 미국 뉴욕주의 유티카 근처 1km 상공을 비행하던 DC-3기의 조종사들은 지름 50m 가량의 둥근 UFO가 음속의 6배 속도로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 물체는 그 시각 같은 지역을 비행하던 두대의 다른 비행기 조종사들에 의해서도 목격됐구요. 또한 뉴욕주의 알바니 관제탑과 보스턴의 레이더 기지에도 포착됐죠. 놀라운 사실은 이 UFO가 소닉붐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 사건은 미국 공군사관학교에서 펴낸 ‘우주과학 입문’이란 교재에서도 “음속의 6배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로부터 소닉붐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존 비행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고, 현재의 물리법칙을 위반하는 것 같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UFO 현상이 현재 수준으로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렇다고 UFO가 외계인이 타고온 최첨단 우주선이라는 식의 주장을 수용할 수는 없어요. 아마 우리가 지구 대기 현상을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로스웰 UFO 추락사건
 

1975년 발생한 미국 UFO사건에서 트래비스 윌튼은 자신이 우주선에 납치돼 외계인에게 의학적 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사회자 UFO 문제와 관련해서 네티즌들이 두번째로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로스웰 UFO 추락사건입니다. 1947년 7월 어느날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이란 곳의 지역신문에 UFO가 추락했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죠. 곧 그것이 오보라는 정정기사도 나왔구요. UFO 연구가들은 이후에도 끈질기게 조사했고, 50년만에 다시 이 문제가 매스컴에 크게 보도됐습니다. 보도 내용은 UFO가 그곳에 추락해 미국정부가 외계인의 시체를 회수했고, 이를 조사하는 ‘MJ12’라는 비밀조직이 결성됐다는 것이죠. 두분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로스웰은 1940년대 미국의 핵폭탄과 관련한 비밀프로젝트가 진행되던 곳입니다. 따라서 그 UFO란 것은 아마도 이 극비 프로젝트와 관련됐겠죠. 실제로 미국 정부에서 최근에 ‘모굴 프로젝트’라는 암호명으로 옛소련의 핵실험 유무를 정탐하기 위해 띄운 비행선이 추락한 사건이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지역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매우 빠른 속도의 비행물체가 추락했다고 합니다. 비행선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비행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난 30여년 동안 공군 자문으로 일하면서 UFO를 목격했다는 일반인들의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 없는지 깨달았습니다. 특히 로스웰 문제는 루머의 발생과 전파과정의 연구에 무척이나 좋은 사례죠. 당시 UFO와 외계인 시체를 봤다고 주장한 개개인을 추적해보면 정말 중요한 목격자들은 모두 가공의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사건의 중요한 목격자로 공군기지내의 병원에서 우연히 외계인의 시체를 목격했다는 간호사가 등장하는데 그녀는 가공인물임이 밝혀졌어요. 또, 추락한 UFO에서 외계인들의 시체를 목격했다는 어느 대학의 고고학 발굴팀도 역시 가공의 단체임이 밝혀졌죠. 최근 외계인의 시체를 해부하는 내용을 담은 필름이 공개됐는데, 이 역시 조작된 가짜 필름임이 드러났습니다.

사회자 그렇다면 12명으로 구성된 미국 정부의 외계인 조사기구 ‘MJ12’라는 것도 결국 허구인 셈이군요.

 ‘MJ12’라는 극비문서에는 당시에 UFO와 외계인을 회수해 연구조사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문서의 출처가 의심스럽긴 하죠. 하지만 거기에는 UFO 연구가들이 미국 정보기관의 UFO 관련 극비문서를 공개하도록 촉구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귀중한 단서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아마도 미국 공군의 역정보팀이 만들어낸 것일테죠. 지금으로서는 정보가치가 없어진 핵실험 관련 사항이 일반 대중들에게 그릇된 방향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니까 당시 정보를 토대로 해서 대중 심리전에 관한 모종의 비밀스런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린다 코틸이 뉴욕 맨하탄의 아파트에서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것을 봤다고 주장한 목격자가 그린 상황도


3. 가축 절단사건

사회자 네티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또다른 문제로 가축 절단사건이 있습니다. 주로 미국에서 1970년대 이후 약 1만여 마리의 소가 외과적인 방법에 의해 도살돼 장기가 제거되고 혈액이 빠진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목격자들은 이런 사건이 UFO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로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아마도 미군의 비밀프로젝트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신문에선가 미군이 1940-50년대 핵실험의 후유증을 조사하기 위해 표본조사를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일 미군에서 극비리에 가축을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할 필요가 있었다면 좀더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가축 전염병 예방에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목축업자들의 협조 아래 쉽게 표본조사를 할 수 있겠죠. 구태여 밤에 몰래 침입해 그런 일을 저지를 이유가 없잖아요.

 어쩌면 그런 현상은 밀교집단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축의 장기와 혈액은 밀교의식에서 즐겨 사용되는 것이니까요.

 저도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축 절단사건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UFO를 목격했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UFO를 타고온 외계인이 소나 말의 사지를 절단하고 장기를 도려내는 과정을 생생히 담은 비디오 테잎을 보지 않으면 그 사건이 UFO에 의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조할 수 없어요.

4. 피랍사건

사회자 최근 외계인에 납치됐다는 사람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은 정말로 외계인이 인간들을 납치하는 것인가에 대해 긍금해 하고 있죠. 존 맥 교수께서 이런 사람들을 조사하신 후 ‘납치’란 책을 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일을 믿고 계십니까?

 나는 6년간의 조사 결과를 통해 외계인이 우리 세계에 뛰어들어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현재 우리의 과학 척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즉 과학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죠. 피랍자들은 실제 체험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만일 UFO를 타고 온 외계인들이 인간을 납치하고 있다면 왜 실종됐다는 확실한 사례가 없는 걸까요?

 1975년 발생한 미국의 UFO 사건에서 여섯명의 벌목공이 숲속에서 UFO를 목격했고, 그 중 한명이 UFO에 납치됐습니다. 당시 22살이었던 트래비스 월튼이란 젊은이가 이 피랍사건의 주인공이었죠. 많은 사람들이 숲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결국 5일이나 지나서 그가 다시 나타났는데, 그는 그동안 우주선에 납치돼 테이블 위에서 발가벗겨진 채 외계인에 의해 여러가지 의학적인 조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 사건이 납치 증거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쎄요. 혹시 여섯명의 벌목공들이 서로 짜고 벌인 사기극이 아닐까요? 1979년인가 프랑스 퐁트와즈라는 곳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죠. 세명의 젊은이가 UFO를 목격했고, 그중 한명인 프랑크 퐁텐이 실종됐다가 1주일 후에 나타났죠. 한동안 그는 UFO에 납치됐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자작극이라고 실토했습니다.

만일 이들이 자작극을 벌인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그것은 벼락이나 대기 중에 나타난 그밖의 전자기적인 요소에 의해 이들이 영향을 받았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겠죠. 아마 트래비스 월튼은 이런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테고, 무의식 상태에서 일행에서 떨어져 혼자 숲속을 헤맸겠죠. 눈에 띄지 않는 후미진 구석에 쓰러져 며칠동안 앓고 있었을 수도 있겠구요. 그가 봤다는 외계인과 우주선은 이런 혼수상태에서 본 헛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한꺼번에 납치됐다는 사람들의 몸에서 원인불명의 이상한 홍적반들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주장을 매우 그럴듯하게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증거로 채택될 수는 없겠죠. 이보다 더 그럴듯한 것은 어떤 사람이 UFO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순간 제3자가 그 현장을 객관적으로 관찰한 경우입니다.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물어서 지금까지 본격적인 논의대상이 될 수 없었는데, 최근 UFO 연구가 버드 홉킨스에 의해 보고됐습니다.

그에 따르면 린다 코틸이란 여성이 뉴욕 맨하탄의 아파트에서 납치되는 동안 여섯명이나 되는 독립적인 목격자가 그 지역 근처에서 UFO가 낮게 떠있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는 UFO에 의한 피랍체험의 실체가 증명된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그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글쎄요. 버드 홉킨스의 주장이 마치 형사사건의 알리바이처럼 확실한 것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죠. 우선 그와 린다 코틸이라는 UFO 피랍자와의 관계입니다. 둘은 결혼했죠. 이른바 그녀의 피랍체험 조사가 이뤄지고 있을 때엔 둘이서 사랑에 빠졌던 시기였구요.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졌을까요? 또 독립적인 다른 UFO 목격자들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요. 최초로 UFO 목격을 주장한 두사람은 린다 코틸의 관심을 끌려고 서로 싸웠다죠. 이 두사람은 어쩌면 처음부터 신문이나 그밖의 장소에서 그녀의 이야기와 얼굴을 보고서 그녀와 친해지고, 또 유명해지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꾸며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목격자들도 완벽한 알리바이를 제시하기엔 이런저런 결격 사유가 있어요. 특히, 맨 마지막에 나타난 목격자는 자신이 어느 해에 그것을 봤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린다 코틸의 사건과 그의 UFO 목격을 연관시킨 것은 버드 홉킨스의 작품인 셈이죠.

 피랍 체험의 물질적 증거에 대한 신빙성은 문제가 있음을 시인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비행기 조종사들과 레이더 관제탑 요원들이 현 지구상의 기술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모양과 비행 특성을 보여주는 UFO 목격을 보고했습니다.

대기 중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한 이들보다 더 지식과 경험이 많은 인력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목격담은 존중돼야 합니다. 만일 이들이 정말로 이상한 비행물체를 목격했다면, 그들의 말을 일단 믿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이 정도에서 토론을 마치고자 합니다.지금까지 두 토론자꼐서는 요즘 UFO현상과 관련해 일반인들에게 주목받는 몇몇 주제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UFO가 정말 실재하는지에 대한 두분의 의견이 무척 분분하군요.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놓겠습니다.

200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박현정
  • 진행

    장미경 기자
  • 맹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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