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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기술이 제조해 온 신기록의 변화

첨단장비 경연장 시드니 올림픽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도 어김없이 스포츠 첨단기술 열풍이 불었다.수영의 전신 수영복,육상의 전신 속도복,사이클의 뉴 슈퍼바이크등.신기록과 올림픽금메달을 위한 인간의 노력은 끝이 없다.경기장비에 접목된 신기술은 어떤 신기록의 변화를 가져왔을까.

시드니올림픽 수영경기장.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선수들의 경쟁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런데 남자선수가 입은 수영복이 여자의 원피스 수영복처럼 전신을 감싸고 있지 않은가. 이번 올림픽에 처음 등장한 전신 수영복은 이전까지 가능하면 작게 만들던 수영복과는 완전히 다르다. 종류에 따라 손목에서 발목까지, 목에서 발목까지, 또는 팔꿈치에서 무릎까지 감싸고 있다. ‘테플론’이라는 특수원단을 코팅한 전신 수영복은 연일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는데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람의 피부보다 매끄러운 테플론의 재질로 인해 물의 저항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넓적다리와 팔의 상부를 꼭 감싸서 근육의 떨림을 막고 피로를 덜어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육상에서도 전신 수영복과 비슷한 전신 속도복이 등장했다. 전신 속도복은 여러 미세섬유로 구성된 천으로 제작돼 선수의 근육온도를 적절히 유지시키고, 공기역학적인 설계로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

새로운 기록이 수립되고 이전보다 향상된 경기력이 발휘되는 스포츠 현장 뒤에는 항상 당시 최고의 스포츠과학기술이 숨어 있었다. 첨단기술의 변화에 따라 기록과 경기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자.


신기술이 제조해 온 신기록의 변화


다이빙보드에 머리 부딪히고도 살아난 이유

1988년 서울올림픽 스프링보드 다이빙에서 열연하던 미국의 다이빙 천재 그렉 루가니스. 그는 예선전에서 도약대에 머리를 부딪혀 8바늘이나 꿰매는 부상을 입었으나 영웅적 투혼을 발휘, 결국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를 서울올림픽의 영웅으로 만든 것은 운이 좋아서라기보다 부상, 특히 머리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된 스프링보드 가장자리의 저중량과 탄성 덕분이었다. 사실 스프링보드의 가장자리 5cm 정도의 무게는 4.5kg도 채 못된다.

다이빙의 스프링보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8년 새로운 디자인이 도입됐다. 항공산업의 영향으로 노만 벅이라는 기술자는 전쟁잉여물자였던 사각형 알루미늄관 3백개를 서로 맞물려 제작했다. ‘벅 보드’는 곧 좀더 강하고 가벼운 알루미늄합금으로 제작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1960년대에는 다이빙보드의 탄성이 향상돼 이전에는 3m 높이에서만 경기를 벌일 수 있던 것이 1m에서도 다이빙이 가능하게 됐다. 오늘날의 보드는 1960년대보다 15% 정도 더 높이 뛸 수 있을 정도로 탄성이 좋아졌다.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다이빙선수가 물에 들어간 후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수영장바닥에 설치된 공기탱크의 압축공기로 거품을 일으켜 충격을 줄이도록 했다.


다이빙보드는 부상을 막기위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으며 동시에 가장자리가 저중량으로 설계됐다.


방탄복보다 더 강한 펜싱 재킷

가장 위험한 스포츠 종목 중 하나가 펜싱이다. 1982년에는 옛소련의 펜싱선수가 경기 도중 펜싱 칼에 찔려 사망했다. 원인은 부러진 칼날이 그의 마스크를 뚫고 들어갔던 것이다. 이처럼 펜싱 경기 중 가장 위험한 상황은 격렬한 경기 도중 칼날이 부러져 선수의 보호장비를 뚫고 들어가는 경우에 발생한다. 펜싱 종목에서는 선수의 안전을 위해 장비의 성능을 향상시켜왔다. 요즘 펜싱용 칼은 보통 탄소 강철보다 더 강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 마레이징 강철(제트 전투기에 사용되는 합금 강철)을 사용해 만든다. 칼의 성능은 우수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증명됐다. 대개 일반 탄소강 칼이 50내지 1백개가 부러지는데 반해 마레이징강 칼은 단지 3개만 부러졌다. 마스크는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들어지는데 그물코는 이전보다 더 두껍고 짜임새는 구멍뚫기 테스트에서 허용되는 힘의 두배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조밀하다. 또한 선수보호용 재킷도 안전도표준이 더욱 강화돼 방탄용 강철보다 더 강한 합성섬유인 케블라로 만들고 있다.


펜싱 플러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김영호 선수.


가장자리 무거운 원반, U자로 휘는 역기

육상경기에서 초라해보이는 원반조차 장비의 변화로 신기록이 향상됐다. 1960년대 이전 원반은 금속 하키퍽을 중심에 두고 나머지는 나무로 만들었다. 원반의 질량 대부분을 중심부에 집중시켰다.

그후 원반의 재질과 질량분포가 변화된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 가장자리 나무를 속이 빈 플라스틱 외형으로 바꿨다. 그리고 납덩어리들을 가장자리 부분에 늘어 세움으로써 질량 대부분을 가장자리에 분포시켰다. 이것은 가장자리에 대부분의 질량이 분포하게 되면 원반이 날아갈 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1961년 미국의 제이 실베스터가 세운 세계기록은 60.56m였지만 현재의 세계신기록은 1986년 옛동독의 유겐 슐트가 세운 74.08m이다.

가장 무거운 물체를 드는 종목인 역도의 역기도 향상돼 왔다. 최근 역기의 바는 거의 U자로 구부러진 후 다시 제모습을 찾을 정도로 신축성이 뛰어난 ‘클락스프링 강철’로 만들어진다. 이런 점을 이용해 선수는 역기를 가슴 높이로 올린 후 아래로 처져있던 바의 가장자리가 다시 위로 움직일 때 역기를 머리 위까지 올려 마무리한다.

역기의 또다른 변혁은 바 둘레를 감싸는 나일론 슬리브관이다. 바가 슬리브관 내에서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는 역기를 좀더 쉽게 잡을 수 있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1972년 올림픽이래 역기의 무게추 둘레를 고무로 감쌌다. 이로써 선수는 역기를 안전하게 마루바닥에 떨어뜨릴 수 있고 다음 시기를 위해 힘을 저장할 수 있게 됐다.


1960년대 이전 대부분의 질량이 중심부에 있던 원반(위)은 그후 가장자리가 무거운 형태(오른쪽)로 바뀌었다.


낚싯대로 기록경신된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기술보다 장비의 향상으로 신기록이 쏟아진 대표적인 종목은 장대높이뛰기다. 하늘을 나는 새를 꿈꾸는 이 종목에서는 장대의 재료 변화에 따라 신기록이 변화됐다. 1960년 섬유유리 낚싯대 제작자인 허브 젠크스는 길이가 3m나 되고 지름이 2.5cm를 넘는 새로운 바다낚싯대를 제작했다. 당시 중학교 장대높이뛰기선수였던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신제품 낚싯대를 하나 빌려서 장대높이뛰기 연습을 시도했다. 놀랍게도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15cm나 더 높게 뛸 수 있었다.

그전까지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대나무 장대를 사용했고 착지장소에는 톱밥이 깔려 있었다. 높이 뛰는 일만큼 안전한 착지도 문제였다. 대나무 장대 이후 잠시 강철, 두랄루민, 알루미늄 등의 금속제 장대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곧 섬유유리 장대로 교체됐다.1960년대 세계기록은 고작 4m57cm였다. 반면 현재 세계최고기록은 1994년에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부브카가 작성한 6m14cm이다. 선수의 체중, 도약속도, 그리고 장대를 붙잡는 기술에 맞춰 만들고 탄성이 더 뛰어난 탄소화합물로 구성된 장대 덕분이다. 또한 착지장소에는 스펀지 고무나 에어쿠션이 깔려 있어 선수가 아무런 두려움없이 높이 뛸 수 있다.


섬유유리의 탁월한 탄력성은 더 높이 뛰고 장대를 잡은 곳보다 더 높이 몸을 밀어 올릴 수 있게 해준다.


강풍 이기는 화살 X-10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양궁경기에서는 우리나라 양궁 솜씨를 전세계에 알렸던 사건이 있었다. 김경욱 선수가 쏜 화살이 두번씩이나 과녁 한복판에 설치된 소형카메라렌즈를 깨뜨렸던 일이 그것이다. 양궁에서는 장비보다 기술이 더 중요하지만 그래도 양궁 장비의 변화도 기록 향상에 기여했다.

양궁의 활과 화살은 이전엔 나무로 만들었다. 1970년대 후반에는 활의 몸통과 양쪽날개를 분리할 수 있는 형태가 나오게 됐다. 몸통은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날개는 속대를 나무로 만들고 그 위에 탄소섬유의 일종인 카본-그래파이트를 코팅했다.

1980년대 중반에는 호이트 아처리 사에서 속대를 특수플라스틱의 일종인 신택틱 폼(syntactic foam)으로 이용해서 만든 활이 등장했다. 호이트 활은 나무속대인 활보다 습기나 온도에 덜 민감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활 반발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활줄은 원래 리넨으로 만들어졌는데 현재는 합성섬유의 일종인 다이니마가 사용되고 있다. 이로써 화살의 속도가 초속 2m나 빨라졌다.

현재 사용되는 화살은 속이 텅 비어 있는 형태인데 알루미늄만으로 이루어진 X-7과 알루미늄에 카본-그래파이트를 코팅한 형태가 있다. 속이 텅빈 알루미늄 화살이 등장함으로써 그전보다 화살의 속도가 초속 6m나 빨라졌다.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홈부시베이의 강풍을 이기기 위해 이에서 더 발전된 X-10이 등장했다. 화살몸통은 지름 0.5mm의 알루미늄에 카본-그래파이트가 코팅돼 있고 화살촉에는 강철보다 무거운 텅스텐이 사용됐다.


양궁남자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이끈 장용호선수.


바퀴만큼 돈 사이클 자전거

사이클 자전거만큼 형태가 여러번 바뀐 경기장비도 없다. 자전거는 어떤 형태로 향상되든 항상 논란의 대상이었다. 1911년 프랑스 디자이너 에뜨앤느 보노 바흘라는 바퀴 위에 유선형의 미니 비행기를 얹은 모양을 한 자전거를 특허 출원했다. 새로운 자전거는 경쟁자를 뒤로하고 그야말로 ‘날아갔다’.

하지만 3년 뒤 국제사이클협회에서는 단순히 유선형태만을 위해 다른 장치를 덧붙이는 행위를 금지했다. 1932년 프랑스 디자이너 샤를 모세는 뒤로 젖힐 수 있는 의자에 앉은 것처럼 뒤로 기댄 채 페달을 밟을 수 있는 형태의 자전거를 디자인했다. 모세의 자전거는 똑바로 앉아 타는 자전거보다 다리와 하체의 힘을 좀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류선수조차 이 자전거를 탈 경우 유럽의 모든 선수를 물리치고 즉각 새로운 세계기록을 세울 수 있을 만했다. 하지만 국제사이클협회는 즉각 새로운 자전거를 공식대회에서 금지시켰다.

1972년 벨기에의 위대한 사이클선수 에디 메르크스는 현대 사이클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신화적인 기록을 세웠다. 1972년 멕시코올림픽 사이클 번외 기록경기에서 1시간에 49.43km를 달렸던 것. 이 기록은 미국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가 세운 홈런기록에 비교될 정도로 당시 자전거로는 누구도 깰 수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1984년 이탈리아의 사이클선수 프란시스코 모서가 1시간에 50km가 넘는 거리를 주파하면서 메르크스의 신화적인 사이클기록을 깨뜨렸다. 모서의 위업 뒤에는 자국의 디자이너 안토니오 델몽뜨가 고안한 신형 자전거가 있었다. 다름아닌 원반형 바퀴를 장착한 자전거. 원반형 바퀴는 기존의 바큇살 대신 얇고 단단한 원반으로 타이어를 지지하는 형태였다. 기존의 바퀴는 공기 흐름이 바퀴의 진행방향 반대쪽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아 저항을 받았으나, 원반형 바퀴는 공기가 진행방향과 나란하게 흘러가 저항이 크게 줄기 때문에 기록 향상에 훨씬 유리했다.

원반형 바퀴는 크게 유행됐다. 모서의 바퀴는 6천달러였으나 유럽제작자들은 곧 가격을 내린 1천2백달러에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국제사이클협회와 마찰이 발생했다. 미국과 이탈리아 팀은 그해 올림픽에서 원반형 자전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을 협회에 강력히 요구했다. 결국 협회는 한발 물러섰고 올림픽 사이클경기에선 미국과 이탈리아가 메달을 쓸어갔다.

원반형 바퀴에도 결점은 있다. 옆에서 바람이 불어올 경우 제어하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원반형 뒷바퀴에 평범한 앞바퀴를 장착한 자전거였다. 이를 개량한 자전거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개량 자전거는 평범한 앞바퀴를 바꾼 형태인데, 바큇살의 개수를 줄이고 남은 바큇살도 얇은 칼날처럼 납작하게 만들어서 저항을 줄인 채 공기 속을 가르듯이 달릴 수 있었다.

바퀴의 테두리는 달걀 형태로 새롭게 만들어 바퀴 주변으로 공기 흐름이 좀더 원활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공기역학적 핸들이라는 기술혁신을 이뤄냈다. 이 경우 손잡이가 가까이 붙은 채 핸들이 앞바퀴보다 훨씬 앞으로 위치하기 때문에 신형 핸들은 선수의 몸을 앞으로 구부린 자세로 만든다. 물론 선수의 팔은 기도하는 모습처럼 앞으로 뻗게 된다. 달릴 때 공기 저항을 줄이는데 안성맞춤이었다. 사이클경기의 시작 이래 가장 큰 기술혁신 중의 하나인 공기역학적 핸들은 미국 스키팀 코치인 그렉 레몬드가 개발했다. 신형 핸들은 처음 트라이애슬론(수영, 마라톤, 사이클로 이뤄진 경기)에 도입돼 40km 사이클 경기에서 3분의 기록을 단축할 수 있었다.

사이클에서 하드웨어적인 기술혁신은 계속됐다. 선수가 머리에 쓰는 헬멧은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고 안면 가리개를 덧붙였다. 또 원하는 강도까지 펌프질해서 부풀릴 수 있는 공기주머니 덕분에 머리 크기에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선수복도 새롭게 바뀌었다. 땀을 발산할 수 있는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선수복에는 어깨와 등에 실리콘 줄을 덧붙여 공기 흐름이 몸의 자연스런 곡선을 따라 이뤄질 수 있게 했다. 사실 공기 저항은 몸 에너지의 90%를 소비하게 할 만큼 커다란 장벽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수퍼바이크'라는 이름의 자전거가 등장했다.앞바퀴는 작아지고 골격은 굉장히 가벼운 케플라를 사용했으며 체인은 종이처럼 얇게 만들었다.핸들도 이전보다 더 앞에 위치해 공기 저항을 줄였다.슈퍼바이크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극소수의 팀만이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국제사이클협회에서는 이를 금지시켰다.그래서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 사용된 자전거는 다시 과거의 형태로 돌아갔다.자전거 골격은 다이아몬드 형태여야 하고 앞·뒷바퀴는 같은 크기여야 하며 핸들은 곧바로 선 채 잡을 수 있을 정도여야 했다.미국은 이런 규정에 벗어나지 않은 채 최대한 개량된 '뉴 슈퍼바이크'를 만들어 사용했다.겉보기에는 과거의 자전거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크 타이어는 18kg/㎠정도로 공기압을 늘렸고 프레임은 이전보다 더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됐다.


현재 사이클경기에서 사용되는 자전거는 경기의 종류나 바람에 따라 여러 형태가 사용된다.이때 자전거에는 얇은 살이 달린 바퀴와 원반형 바퀴가 적절히 결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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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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