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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음료 광고의 허와 실

깨끗한 물 이미지 강조, 다이어트에는 도움 안돼

뜨거운 여름,솟아오르는 갈증.이를 풀어주는 다양한 음료들이 인기를 얻는다.그 중 최근에 인기가 급상승하는 물처럼 투명한 음료가 있다.투명함만큼이나 물과 비슷할까.


투명음료 광고의 한장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음료임을 강조한다.


미라: 나 목말라.
지현: 이거 마셔봐.
미라: 뭔데. 물이야?
지현: 물로 보지마.
미라: 꿀꺽꿀꺽. 복숭아물 같아. 이거 뭐야?
지현: 넌 그동안 물 먹었나보구나! 이런 맛을 모르다니….
 

투명음료 광고의 한장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음료임을 강조한다.


물은 아니면서 물처럼 마실 수 있다는 이슬처럼 투명한 음료가 음료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음료를 모른다면 감히 N세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존음료보다 덜 달면서 복숭아와 같은 과일맛이 나는 이 음료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단 성분부터 알아보자. 과일맛이 나니까 분명 과일성분이 포함된 듯하다. 투명음료의 과즙함유량은 종류에 따라 1-5%다. 과연 이 정도의 과즙만으로 맛을 낸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오렌지를 5%만 넣고 직접 주스를 만들어 맛을 보자. 너무 심심해서 오렌지주스의 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정도의 양으로는 과일맛을 내기 힘들다. 이 음료를 두고 ‘미과즙’(微果汁)음료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일맛을 내기 위해 어떤 성분이 첨가된 것일까.

우선 과일의 단맛을 내기 위해 포도당, 과당 그리고 설탕과 같은 당분이 첨가된다. 그리고 과일의 신맛을 위해 구연산과 같은 성분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들 2가지 성분으로는 단맛과 신맛을 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또다른 성분이 필요하다.


투명음료에 들어간 과즙은 1-5%.아무 맛도 내지 못한다.미과즙음료라고 부르는 이유다.


폼만 잡는 얼굴마담, 과즙

그것은 다름 아닌 향. 단맛과 신맛처럼 혀로 느끼는 맛과 함께 코에서 맡는 과일 특유의 향이 과일맛을 결정한다. 이를 두고 ‘풍미’라고 말한다. 미과즙음료가 복숭아맛인 경우 복숭아향이 재료에 포함돼 있다.

결국 미과즙음료의 성분은 실질적으로 맛내는데 기여하지 못하는 약간의 과즙, 단맛 성분, 신맛 성분, 그리고 과일향으로 구성돼 있다. 단지 과즙은 사람들에게 천연과일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얼굴마담 역할뿐. 음료용기 겉면의 제품 안내문에서 가장 큰 크기의 ‘복숭아과즙 5%’와 같은 내용의 글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어째 약간 속은 듯하다. 그리고 이런 구성은 양의 차이는 있지만 기존 과즙음료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과즙음료를 선전할 때 키포인트는 물을 대신한다는 점. 일본에서는 이 음료를 두고 물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니어워터(Near Water)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물을 대용할 만큼 이 음료는 물과 어떤 공통점을 가지는 것일까.

물은 투명하다. 이 점은 미과즙음료도 마찬가지다. 1996년 일본의 한 회사가 처음 이 음료를 개발해 출시했을 당시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재밌게도 캔용기로 출시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후 이 음료가 투명한 페트 용기로 모습을 바꿔 시장에 나왔을 때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물과 같은 깨끗한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통했던 것이다.

물은 아니다

물의 다른 특징은 중성이라는 점. 마시는 물의 pH 기준은 5.8-8.5. 그런데 국내 4제품을 대상으로 측정한 미과즙음료의 pH는 2.98-3.72, 즉 평균 3.3으로 비교적 강한 산성이다. pH 측면에서 미과즙음료가 물에 가깝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다른 물의 특징, 칼로리가 0. 아무리 물을 많이 마셔도 살이 찌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미과즙음료는 물처럼 칼로리가 0일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당분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미과즙음료의 광고 키포인트 중 하나가 열량이 낮다는 점인데, 과연 칼로리가 얼마나 될까. 미과즙음료는 스포츠음료와 비슷한 수준으로 1백mL당 20-35kcal가 포함돼 있다. 대부분 미과즙음료는 저열량 기준(국내 식품기준에 따르면, 저열량으로 명명할 수 있는 액체상태의 제품은 1백mL당 20kcal 이하인 경우에 해당된다)을 넘는다. 사실 다이어트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물을 마셔야하지 않을까. “날씬하면 좋지”라고 말하는 광고 속의 한 연예인이 손에 들어야 할 것은 미과즙음료가 아니라 물이다.

더운 여름, 갈증을 느끼는 때가 많은데 이처럼 당분과 산이 포함된 음료를 지나치게 마시면 치아에 상당한 손상을 준다는 것은 일반 상식이다. 이를 막기 위해 마시는 양을 조절하고, 마신 후 바로 양치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산소를 마신다?

무색, 중성, 무칼로리, 이 중에서 물과 비슷한 것은 무색일 뿐이다. 따라서 ‘미과즙음료는 물에 가깝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신체의 60-70%가 물로 채워져 있을 정도로 물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또한 체내 수분 중 1-2%만 부족해도 사람은 심한 갈증과 괴로움을 겪게 된다. 5%를 잃으면 혼수상태에 빠져 목숨을 잃을 정도다.

여기서 모 제품명이 유래됐다고 한다. ‘갈증을 느끼는 체내 수분 2% 부족시 이 음료를 마셔라’는 의미에서 제품명이 만들어진 것. 따라서 음료의 성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한편 미과즙음료 중 특이하게도 산소가 들어간 제품이 있다. 그렇다면 산소가 더 들어간 물을 마신다고 좋은 점이 있을까. 사람은 폐호흡을 통해 몸에 필요한 대부분의 산소를 얻는다. 그리고 피부호흡을 통해 전체 호흡의 0.6%가 이뤄진다. 폐와 피부가 접하는 산소와 비교할 때 작은 캔 속에 들어간 산소량은 ‘새 발의 피’라고 말할 수 있을 터인데, 이를 마신들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산소’ 하면 항상 좋은 이미지를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보다 깨끗한 느낌을 줄뿐, 사실은 별 효과가 없다.

미과즙음료는 단지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미지의 기호식품 중 하나일 뿐이다. “넌 그동안 물먹은 거야”라는 도발적인 표현으로 “이제 더 이상 물을 마시지 말고 이 음료를 마시라”고 광고하는 이 음료의 실체는 다른 음료와 별다를 바 없으며 물에 더 가깝지도 않다.

알칼리성 이온음료는 산성

소비자보호원이 올 6월에 발표한 '음료의 안정성 실태조사'에 따르면,조사대상 42종 음료의 ph분포는 2.4-6.2이다.이중 90.5%가 pH 5.5 미만이며 평균적으로는 pH 3.5다.종류별로 pH가 가장 낮은 것은 콜라류이고,가장 높은 것은 식혜음료다.놀라운 점은 알카리성 음료라고 선전하는 스포츠음료의 pH가 3.0으로 비교적 강한 산성이라는 것.알칼리성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어폐가 있는것 같다.물론 그 표현의 유래는 체액과 같은 알칼리성 이온이 포함돼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음료가 산성을 띠게 되는 이유는 음료에 포함된 구연산과 같은 산 성분 때문이다.캔 하나에 포함된 구연산의 양이 고작 0.5g만 돼도 그 물의 pH는 3정도로 낮다.

산소의 물에 대한 용해도

물에는 기본적으로 산소가 포함돼 있다.이 때 포함된 양을 DO(용존산소량)로 나타내는데 이것은 물의 깨끗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 중 하나다.기체의 물에 대한 용해도는 압력과 온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압력이 높을수록 온도가 낮을수록 용해되는 양이 많다.산소의 경우 1기압에서 녹는 양은 0℃때 물 1L에 14.16mg(14.16ppm),25℃때 8.11mg이다.수질검사기준에 따르면,마시는 물의 DO는 7.5ppm 이상이면 된다.산소음료에 포함된 산소량은 24-50ppm이므로 산소음료는 보통의 마시는 물보다 1L당 10mg이상의 산소가 더 추가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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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박해윤 기자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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