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게놈의 염기서열이 거의 결정됐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유전자의 개수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지난 5월 2째주 미국 뉴욕에 있는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에서 개최된 학회에서는 바로 이 문제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과학자들은 3만에서 15만까지 다양한 수치를 제시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가장 근사한 수치를 제시한 과학자에게 상금을 주기로 한 일이다. 여러 과학자들이 제시한 개수에 대한 당첨 여부는 유전자의 개수가 대략적으로 밝혀질 2003년에 결정될 예정이다. 또 당첨자는 상금과 함께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상을 수상한 제임스 왓슨의 사인이 들어있는 ‘이중 나선’이라는 책을 받는다.
현재 일반적으로 사람 유전자 개수는 8만-10만개로 추산되고 있지만 참석자들이 제시한 수는 3만에서 15만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인간 유전자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는 주장은 버클리 대학 초파리 게놈연구 책임자인 제럴드 루빈 박사가 초파리(Drosophila)의 유전자 개수가 선충(C. elegans)보다 5천개 정도 적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시작됐다. 즉 초파리는 선충보다 더 고등하지만 유전자의 개수가 적은 점을 고려할 때 생물체의 복잡성이 유전자의 개수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인간게놈의 유전자가 하등 생물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모델생물로 인간 유전자 개수 규명
유전자 개수 추정은 이미 염기서열이 모두 밝혀진 모델생물의 전체 게놈의 비교, 그리고 일부 인간 염색체를 통해 이뤄졌다. 독일 분자생물공학 연구소의 로젠탈 박사는 본문에서 설명한 것처럼 염색체 21번과 22번의 유전자 개수를 이용한 계산으로 사람의 유전자는 4만개 이하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러한 수치에 대해 과학자들은 생물의 복잡성이 단순히 유전자 개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 조절의 복잡성에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공동 참가국인 프랑스 지노스코프의 크롤리우스 박사는 인간과 복어의 염기서열을 비교해보면 그 숫자는 더 작아진다고 주장했다. 두 염기서열을 비교해서 동일한 유전자가 포함된 부분을 찾아내는 형식으로 계산했더니 인간의 유전자 개수는 2만7천7백-3만4천3백개로 추정됐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필 그린 박사 역시 이와 유사한 수치를 제시했다. 심지어 미국 국립 인간게놈 연구소의 콜린스 박사는 4만8천11개라는 매우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고등한 만큼 더욱 많은 유전자를 가졌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과학자들도 있다.미국 게놈연구소(TIGR,The Institute for Genomic Research)의 쿼켄부시 박사는 유전자 개수를 11만8천2백59개로 추정했다.쿼켄부시 박사의 주장 역시 모델생물의 게놈분석에서 근거를 찾았는데,미생물의 경우를 보면 항상 처음에 알려져 있던 유전자들 외에 다른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미국 인사이트 지노믹스사의 라브리 박사는 유전자의 개수는 최소한 14만개 이상,구체적으로는 15만3천4백78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