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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글라이더는 NASA에서 탄생한 우주기술의 대표적인 부산물이다.


지난 4월 19일 버지니아주에 사는 6살 난 마이키 워커는 NASA로부터 값진 선물을 받았다. 그는 태양광선을 조금만 쬐어도 피부에 물집이 생기고 신경계가 마비되고 복통이 일어나는 선천성 포르피린병이란 고약한 병을 앓고 있었다. 그리 밝지 않은 40와트의 전구빛도 그에게는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마이키는 늘 어두운 방에 갇혀 생활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마이키는 대낮에도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됐다. 아무리 태양빛이 비춰도 이를 차단하는 옷을 NASA로부터 선물받았기 때문이다.

마이키가 선물받은 옷은 우주비행사들이 입는 우주복이었다. 우주공간에는 수많은 우주선(cosmic ray)이 있다. 이러한 우주선들은 지구대기의 보호를 받던 사람들이 그곳을 빠져나오면 무참히 공격한다. 우주복은 이러한 우주선의 공격을 차단해준다.

마이키가 태양광선(특히 자외선) 때문에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존슨우주센터에서는 우주복이라면 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이키가 입을 수 있도록 작은 우주복을 만들었다. 이는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영국에 살고 있는 2살난 카일과 4살난 라이언 역시 케네디우주센터를 방문해 우주복을 선물받았다. 그들은 빛을 쬐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이한 체질이었다.

형상기억합금 브래지어

NASA가 지난 40년간 습득한 우주기술은 엄청나게 많다. 이러한 기술들은 어느 틈엔가 우리 생활 속에 깊숙히 파고들고 있다.

1984년 LA올림픽은 살인적인 더위로 선수들을 골탕 먹이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여자의 몸으로 42.195km의 과열된 고속도로를 달린다는 것은 죽음을 자청하는 일과 다름 없었다. 그런데 여자마라톤 경기에 참가한 조안 베이노트는 2시간 24분 52초의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그러나 공(功)은 억울하게도 베이노트보다 NASA의 신기술로 돌아갔다. 그녀가 착용한 브래지어 때문이었다.

여자는 젖가슴이 크기 때문에 운동할 때 여러가지 불편을 겪는다. 우선 젖가슴 주위에는 땀샘이 많아 땀이 많이 난다. 또 출렁거리기 때문에 힘이 많이 소비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스포츠 브래지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 초기 스포츠 브래지어를 착용할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0% 정도 운동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이쯤되면 베이노트도 우수한 선수겠지만, 스포츠 브래지어의 역할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베이노트가 처음 착용한 스포츠 브래지어는 형상기억합금과 여성우주비행사가 착용했던 브래지어를 응용해 만든 것이다. 형상기억합금은 1963년 미해군 병기연구소(NWL)가 티탄과 니켈을 1대 1로 혼합해 만든 합금이다. 이것은 일정한 온도가 되면 원래 기억하고 있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형상기억합금은 1969년 인간을 최초로 달에 착륙시킨 아폴로 11호에서 처음 사용됐다. 지구와 통신하기 위해 아폴로 11호에 장착된 안테나는 평소에는 우산처럼 접혀있다가 달표면의 온도가 되면 지름 2.7m의 완벽한 파라볼라 안테나로 변신한다. 발사하거나 우주공간을 여행할 때는 휴대하기 편하게 접어두었다가 적당한 온도가 되면 원래 형태로 되돌아가는 안테나는 형상기억합급의 특징을 멋있게 활용한 것이다. 형상기억합금 안테나는 보이저 2호, 갈릴레오와 같은 행성탐사선에 계속 사용됐다.

여성 우주비행사가 우주선을 타고 올라갈 때는 엄청난 중력가속도 때문에 젖가슴 통증이 매우 심하다. 그래서 NASA는 여성을 위해 여러가지 브래지어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땀을 잘 배출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특수한 재질의 면(綿)도 개발했다.

형상기억합금은 젖가슴의 모양을 적당하게 유지하고, 젖가슴 전체의 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특수 재질의 면은 땀과 열을 배출하고 공기가 잘 통하도록 한다. 스포츠 브래지어는 두가지 기술을 응용해 만들어졌다.

비단 스포츠선수들만 NASA의 신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1986년 여성 속옷을 만드는 와코루사는 일반인들을 위한 형상기억합금 브래지어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젖가슴을 아름답게 보이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갔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자전거 경주는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것이 과제. 항공유체 공학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 줬다.


행글라이더 탄생

NASA의 신기술은 유독 스포츠 분야에 많이 이전됐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와 새로운 우주에 도전하는 우주비행이 비슷한 처지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스키어들이 착용하는 안경에는 우주선의 창에 바르는 방습도료가 발라져 있다. 우주공간은 매우 춥기 때문에 사람이 거주하는 우주선 내부와의 온도 차이가 매우 크다. 그래서 창에는 성에가 낀다. 또 우주비행사가 선외활동을 할 때 머리에 쓰는 헬멧에도 성에가 낀다. 그래서 NASA의 존슨우주센터는 수증기가 얼어붙지 않는 특수한 도료를 만들어야 했다. 성에 방지 도료는 곧바로 스키안경에 활용됐으며, 해안경비대의 쌍안경, 잠수용 마스크, 소방대원의 내화 헬멧, 자동차 서리방지용 유리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스키어들이 착용하는 신발도 비슷한 경우다. 우주복은 초진공, 초저온에서 우주비행사들을 보호한다. 이를 만들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관절부분이다. 이곳은 견고하면서도 운동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NASA의 기술자들은 그 기술을 뱀에게서 배웠다. 뱀의 몸은 수많은 고리가 몸을 감싸고 있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주복의 목, 어깨, 팔, 발 등 자유롭게 움직여야 하는 곳을 고리 모양으로 만듦으로써 운동성과 견고성이란 두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스키어의 신발도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NASA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다가 민간으로 넘어온 기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최근 항공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행글라이더의 경우 NASA가 1960년대에 검토했다가 폐기했던 기술이었다.

당시 항공기술을 연구하는 랭글리연구소(LaRC)에서는 제미니우주선과 아폴로우주선의 귀환선을 연구하고 있었다. 우주선이 귀환할 때 낙하산을 쓰면 목적지에 정확하게 떨어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가 몇시간 동안 실종돼 목숨을 잃을 뻔한 우주비행사도 있었다. 랭글리연구소에서는 낙하산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알루미늄과 나일론으로 활공 방식의 착륙장치를 만들어냈는데, 이것이 바로 행글라이더의 원조이다. 행글라이더는 목적지를 찾아가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으나, 낙하산에 비해 무겁고, 부피가 컸기 때문에 귀환장치로 선택되지 않았다.

NASA의 기술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는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 자전거, 멀리 나가는 골프공, 충격을 흡수하면서 가벼운 스포츠 신발 등 다양하다. 이들은 항공유체역학과 신소재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위스의 아미나이프


NASA 때문에 유명해진 제품들

한편 우주개발에 참여해 유명해진 회사들도 있다. 시계의 대명사 오메가, 카메라의 대명사 니콘, 휴대용 칼의 대명사 스위스의 빅토리녹스가 그런 회사들이다.

존슨우주센터의 우주시계담당자는 우주비행사들이 착용할 시계를 고르기 위해 몇가지 실험을 했다. 우주환경실험실은 1백50℃에서 영하 1백℃, 1백억분의 1기압, 지상의 12배에 달하는 중력가속도를 만들어냈다. 이 실험에서 유일하게 견딘 것은 오메가사에서 나온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이라는 시계였다. NASA는 이 시계를 1965년 제미니 3호에 처음 사용했다. 제미니 4호에 탑승한 에드워드 화이트는 우주유영을 할 때 이 시계를 차고 나갔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메가 시계가 위력을 발휘한 것은 아폴로 13호 때였다. 사령선 내의 모든 시계가 고장났을 때 손목에 찼던 오메가 시계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다. 그 이후 오메가 시계는 우주여행의 동반자로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러시아 우주비행사들도 이용한다고 한다. 지금은 우주왕복선 내에서 활동할 때는 어떤 시계든 상관없으나, 우주유영을 할 때만은 반드시 오메가시계를 착용해야 한다.

존 글렌이 머큐리를 타고 미국인 최초로 지구궤도를 돌 때 그는 지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때 사용한 카메라는 일본 미놀타의 몸체를 개조하고 독일 칼 차이스의 렌즈를 붙인 것이었다. 화이트가 우주유영을 할 때 우주선 밖으로 들고 나간 카메라는 일본의 니콘 카메라였다. 그후 초진공, 극저온 상황에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니콘 카메라는 우주카메라의 대명사가 됐다. 오직 아폴로계획 때에만 중형카메라의 대명사인 핫셀브라드의 독무대였다.

스위스 빅토리녹스가 만든 아미나이프(army knife)는 우주비행사들에게도 인기였다. NASA의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한 것은 아미나이프 5049로 칼, 드라이버(십자와 일자), 톱, 가위 등 20가지 기능을 발휘했다.

눈으로 작동하는 스위치

사람들은 NASA를 세계 최대의 발명가집단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NASA의 신기술이라고 하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본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눈으로 문자를 입력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기술은 아폴로 11호 때 처음 개발됐다. 우주선이 발사될 때 우주비행사들은 움직이지 못하도록 꽁꽁 묶임을 당한다. 만약 이때 사고라도 난다면 비상탈출을 어떻게 해야 할까. 손발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눈동자 뿐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NASA의 기술진들이 개발한 것은 눈으로 움직이는 스위치였다. 우주비행사들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지금도 안구를 움직여 스위치를 작동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레이저빔 기술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다. 레이저는 빛이 직진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기술이 처음 사용된 것도 아폴로계획 때였다. 아폴로 11호부터 아폴로 17호까지 달에 착륙한 우주선들은 달에 레이저빔 반사경을 설치했다. 그리고 20년 동안 과학자들은 달에 레이저빔을 쏘아 거리를 측정했다. 이러한 연구결과 달은 매년 3.8cm씩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레이저 기술은 곧바로 민간으로 이전돼 통신기기, 고경도물질의 가공, 미세한 구멍을 뚫는 장치, 의료기기, 화상해독장치, 인쇄장치, 조명장치, 가상현실실험, 각막수술 등에 폭넓게 쓰이게 됐다.

미국의 새로운 상품은 NASA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많은 기술을 NASA가 제공한다는 얘기다. NASA가 공식적으로 우주기술을 민간으로 이전하기 시작한 것은 1973년. 이때 민간으로 넘어간 기술로는 바이킹이 화성에서 사용했던 자동 박테리아 검출기가 대표적이다. 그로부터 NASA는 10개의 연구소에 기술이전센터와 창업인큐베이터를 설치해 운영해 왔다. 또 미국 내에는 6개의 지역별 기술이전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에 위치한 에임스연구센터는 1939년부터 비행기술을 연구해왔는데, 최근에는 정보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기술은 곧바로 이웃한 실리콘밸리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된 신기술이 NASA로 들어오기도 한다. 결국 NASA는 벤처기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기술의 신천지를 개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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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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