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어증 환자들이 보통 사람보다 거짓말을 잘 알아챈다는 연구결과가 5월 10일 미국 ABC뉴스에 보도됐다.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심리학자 낸시 엣코프 박사는 거짓말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한 후 이를 4개 그룹(실어증 환자, 우측뇌 손상자, 학생, 건강한 성인)에게 보여주고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맞춰보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실어증 환자그룹의 경우 다른 그룹에 비해 정확도가 높았다.
흔히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고 느낄 수 있는 단서는 얼굴표정과 음성의 변화에서 포착된다. 실험에서 얼굴표정만을 보면서 거짓말을 구분하는 경우, 다른 그룹들의 거짓말 탐지 비율이 50%인데 비해 실어증 환자그룹은 73%를 기록했다. 그런데 얼굴표정과 음성을 모두 제공할 경우, 실어증 환자그룹은 타 그룹에 비해 정확도가 15% 정도 높았다. 즉 실어증 환자에게 음성보다 얼굴표정이 거짓말을 알아차리는데 중요한 단서로 작용했다.
실어증은 보통 충격, 사고 또는 종양에 의해 좌측 뇌에 손상을 입었을 때 나타난다. 연구팀은 실어증 환자의 경우 뇌가 손상된 부위의 기능을 스스로 보완하는 과정에서 이런 효과가 나타났다고 추측하고 있다. 연구팀은 조만간 첨단기기로 실어증 환자 뇌의 활동상을 파악함으로써 거짓말을 탐지하는 뇌의 능력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에 돌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