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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 생산성 향상은 뒷전으로 밀려

미국 경제의 타락─투기 성행

미국의 과학·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가 상대적으로 퇴조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투기, 회사 경영권 매입, 주식의 내부자거래 등 불건전한 머니 게임이 성행,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뉴욕타임즈 매거진 등 여러 보도기관에 따르면 이런 와중에서 큰 돈을 번 사람들은 ‘월’가(街)에서 맴도는 일부 브로커, 변호사, 투기꾼, 상업은행들 뿐이며 건전하게 기술개발을 통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불경기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고.

RJR 나비스코(2백50억 달러)의 매입에서 보듯 대부분의 경영권 매입은 돈많은 새로운 기업가의 기업인수가 아니라 은행이나 몇사람의 투기사, 사기꾼 등이 결탁, 일시적으로 돈을 모아 기업을 샀다가 되파는 등 회사를 노름판위에 올려 놓고 장난질을 치고 있는 것.

물론 경영합리화를 위한 회사의 통합이나 분할은 과거부터 있었던 일이고 또 권장할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이런 목적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도박이나 음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개탄할만한 일은 외부의 투기꾼과 결탁한 내부 경영자가 있다는 것.

이들 일확 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은 자금이 풍부한 은행을 끌어들이거나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개인 투자가들을 유혹해서 일단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멋대로 처분하고 있으며 이가운데는 물론 사기꾼들도 상당수 끼어 있다.
 

일확 천금을 노리는 기관투자가, 개인 투기꾼들이 건전한 기업경영의 풍토를 어지럽히고 있다.


통폐합은 대부분 실패작

이런 투기꾼들 중에는 기업의 통폐합 또는 분할이 사회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는 예가 많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즉 우수한 연구인력이나 시설 등 잠재력은 있지만 경영사정이 나쁜 회사를 사들여 자금 여유있는 회사와 통합시키면 잠재력 있는 회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얘기는 미국의 경우 지난 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전혀 사실이 아님이 실증되었다고 뉴욕타임즈는 실토하고 있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예컨대 '85년 거대기업 R.J.레이놀즈(담배제조)가 역시 거대 기업인 나비스코(식품가공)와 통합했을 때 이것은 사양길의 담배회사를 업종 다양화를 통해 회생시킬 수 있는 ‘뛰어난 전략’이라고 통합 추진자들은 선전했다. 그러나 3년만에 기관투자가들과 회사측의 의견이 맞지 않아 다시 해체하고 말았다.

또한 투기꾼들의 기업매입작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에서 주장하듯 신규자금이 월 스트리트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80년대의 면밀한 조사에서 신규자금은 겨우 1%밖에 안됐고 나머지 99%의 자금은 이미 증권시장에 들어온 돈이 이리저리 회전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이와 같은 악순환이 확대돼 되풀이 된다면 미국 경제는 심각한 국면에 빠질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한 은행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정도로 충분하다. 더 이상 투기가 성행하면 장기투자가들이 증시에서 빠져나가 기업 자금사정을 더욱 어렵게 할 뿐아니라 정부가 개입해서 쓸데없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지난해 이미 미국 정부는 기업매입을 위한 은행융자를 제한하려고 했으나 월가의 반대로 철회되었고 그 대신 월가에서는 선거자금을 많이 내놨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회나 행정부가 이런 사태를 방관치 않을 것은 명백하다. 상원의 ‘돌’의원이나 연방준비이사회의 ‘그린스팬’ 등이 금융·세제면에서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앞으로 월가의 자제가 사태 진전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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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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