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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별 여행을 실현시킬 미래의 추진기술

파이어니어와 보이저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인간의 손에 잡히는 공간도 그만큼 넓어졌다. 그러나 인간의 우주선 중에서 가장 빠른 보이저(시속 약 6만km)도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센타우르스자리 알파별(거리 4.3광년)까지 가는데 무려 8만년이나 걸린다. 이곳에 10년 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광속의 2분의 1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주선은 광속에 접근함에 따라 질량이 늘어나게 돼 추진력을 증가시켜도 별로 가속되지 않는다.

이처럼 멀고 먼 항성간 우주비행에 필요한 에너지는 지금까지의 우주비행에서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항성간 우주비행에 기존의 화학로켓을 사용한다는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강력한 추진력을 낼 수 있는 우주추진시스템이 연구돼야 한다. 현재 심우주 추진 기술로 광자로켓에서 반물질추진 로켓까지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기준으로 새로운 세기에 등장할 미래의 우주추진기술에 꿈을 실어보자.

핵폭탄을 로켓으로
 

다이달로스 우주선^영국 행성간 우주협회에서 제안한 핵융합 추진 우주선이다.2단계 추진을 통해 광속의 12-13%까지 낼 수 있다.


세계 2차 대전이 2개의 원자탄으로 막을 내리자 과학자들은 원자탄의 또 다른 가능성에 매료됐다. 1958년과 1959년 사이에 미국 프리스턴 연구소의 프리맨 다이손을 포함한 일단의 과학자들은 원자탄을 항성간 우주선의 추진 장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제안했다. ‘오리온계획’이라 명명된 이 계획은 매초 수 개의 원자탄을 우주선 후미에서 폭발시키고, 이 폭발 에너지로 추진판을 밀어내 우주선을 추진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이손 등은 1959년 화약을 이용한 실험로켓 ‘핫 로드’를 수백m 비행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여기에 고무된 이들은 1970년까지 토성을 향해 실제 우주선을 발사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으나, 대기중 핵실험 금지조약에 묶여 1965년 중단되고 말았다.

다이손은 1968년 오리온 계획을 수정해 수소폭탄을 이용하는 계획을 다시 발표했다. 수소폭탄 우주선은 최대 광속의 3% 속도로 날 수 있고, 센타우르스 알파별까지는 1백30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

폭발력을 이용하는 방법과 달리 원자로에서 만들어지는 열로 추진제를 가열해 배출하면서 추진하는 핵열로켓도 구상되고 있다. 핵열로켓이 다른 화학로켓보다 뛰어난 이유는 이 시스템이 화학로켓과 같은 온도나 저온에서도 화학로켓보다 훨씬 큰 배기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수소와 산소 연료를 쓰는(우주왕복선 엔진이 이에 속함) 로켓엔진의 온도는 약 2천7백℃, 비추력은 약 4백50초이다. 이에 비해 핵열로켓은 추진제인 수소를 직접 배출하기 때문에 비추력은 9백초 이상 된다. 로켓의 성능이 2배로 향상되는 것이다.

비추력: 1kg의 연료가 1kg의 추력을 계속 낼 수 있는 시간을 초로 나타낸 것이다. 비추력이 높을수록 추진력이 좋다. 현재의 화학로켓엔진으로는 5백초 이상을 내기 어렵다.

실제로 핵열로켓추진을 위해 1960년대에 NASA에서 시험용 엔진이 제작됐다. 1968년과 1969년 네바다 사막에서 이루어진 분사실험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자, 추력 약 34t, 비추력 8백25초의 비행용 엔진을 설계하게 된다. 그러나 1973년 또다시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 정부에 의해 중단됐다.

최근들어 다시 핵열추진에 주목하는 것은 핵폭탄을 이용하는 기술만큼 기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미래의 추진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30년 전에 시험을 해봤으며, 그 동안 원자로 제작 기술이 더욱 향상돼 왔다. 최초의 핵열로켓엔진의 시험용 원자로 이름은 키위(Kiwi)였다. 날개가 도태돼 날지 못하는 새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데, 21세기 키위는 날개를 달고 심우주를 날게 될지 모른다.

핵융합 우주선 다이달로스

1973년부터 1977년까지 영국의 행성간 우주협회는 핵융합기술을 이용한 ‘다이달로스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이름을 딴 무인우주선 다이달로스의 중량은 출발시 약 5만4천t으로 연료중량 5만t(중수소 2만t, 헬륨 3만t), 탐사기 본체 4백t 이상으로 계획됐다. 아폴로우주선의 발사 총중량 2만9천13t이나 우주왕복선 2천41t에 비교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순항속도는 광속의 12-13%, 순항가능기간 50-1백년, 도달가능거리 약 10광년이다. 추진시스템은 중수소와 헬륨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약 3백억개의 직경 3cm 수소폭탄을 반응실에서 강력한 레이저광선으로 매초 2백50개의 비율로 폭발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4년 동안 광속의 12%까지 가속할 수 있다.

출발은 목성 위성 칼리스토에 있는 우주기지에서, 도착지는 5.9광년 떨어진 버나드별이다. 제1단계 추진기간은 2년, 다시 약 2년간 제2단 추진한다. 총 3.8년의 추진이 끝나면 광속의 12-13%에 달하며 이후에는 이미 얻은 속도로 관성비행을 한다. 관성비행은 약 40년간 계속된다. 그사이 필요에 따라 궤도수정을 하며 관측활동이 계속된다. 이 동안 다이달로스에 이상이 발생(우주먼지와 충돌해 외부구조물이 파손되는 등)하면 앞부분에 탑재한 감시 로봇이 발진해 고장 부분을 발견, 기계팔을 사용해 수리한다. 지구로부터 원격조작이 미치지 못하므로 우주선 스스로 의사결정해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를 내장하고 있다.

다이달로스는 무수한 별들만 보면서 암흑의 공간을 일직선으로 약 40년 여행하면 겨우 버나드별과 1광년의 거리에 도달한다. 만약 거대한 행성이 발견되면 앞 머리부분에 방사상으로 배치한 소형로봇을 발진시켜 독자적으로 조사를 실시토록 한다. 또한 버나드별과의 거리가 0.3광년 정도에 이르면 지구 정도 크기의 행성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다시 조사 로봇을 발진시킨다. 그 후 수년간에 걸쳐 버나드별 주변의 데이터를 마이크로파를 통해 태양계의 중계기지로 송신한다.
 

항성간 램제트 우주선의 구조^성간에 존재하는 수소를 자기장 흡입기를 통해 빨아들여 연료로 사용한다.연료를 여행하는 공간에서 조달하므로 우주선의 중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주에서 연료조달, 항성간 램제트

1960년대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버사르드는 뉴멕시코에 있는 로스알라모스 실험실에서 ‘항성간 램제트’의 개념을 고안해 냈다. 항성간 램제트는 핵융합에 필요한 연료를 우주공간에서 채취한다는 것을 기본 개념으로 한다. 다이달로스호도 기존의 로켓처럼 필요한 연료를 처음부터 싣고 떠나야 하기 때문에 가속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램제트는 로켓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거대한 크기의 연료탱크를 없앨 수 있다. 현재의 로켓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연료와 연료탱크를 가속하는데 소비하고 만다. 로켓엔지니어들의 꿈은 가는 동안 연료를 해결하는 자급자족형 엔진을 개발해내는 것이다. 공급할 연료를 찾을 수 있는 한 우주선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연료로서 주목받는 것은 항성간 공간에 퍼져 있는 수소이다. 은하계 내에 존재하는 수소가스의 양은 1천억개의 별을 만들만큼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밀도이다. 1㎤당 몇 개의 원자밖에는 안될 정도로 너무 엷게 존재한다. 버사르드는 수천t 무게의 우주선이라도 지름 4만km 정도의 흡입기를 설치한다면 융합엔진을 가동시킬 만큼의 충분한 수소를 빨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비록 별과 별 사이에 어마어마한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우주선이 4만km 고체구조물을 끌고 날아갈 수는 없다.

버사르드는 흡입기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강력한 자기장 발생기를 생각했다. 그래도 1천t의 우주선을 가속할만한 충분한 연료를 모으기 위해서는 지름 50km 이상의 흡입구가 필요하다. 과연 이번 세기에 거대한 입으로 우주의 물질을 빨아들이며 광속으로 비행할 램제트 우주선이 실현될 수 있을까.


오리온 계획의 우주선^우주선 외부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그 충격으로 추진하는 구조다.


돛을 단 우주선

1960년대 초 미국의 과학자 로버트 포워드는 거대한 알루미늄박으로 된 돛으로 태양풍을 받아 비행하는 우주범선인 ‘솔라 세일’(solar sail)구상을 다듬기 시작했다. 태양에서 끊임없이 방출되고 있는 하전입자의 흐름을 타고 비행하게 된다는 이른바 ‘무임승차’다. 솔라 세일도 연료를 우주에서 해결할 수 있어 추진력을 무한히 제공할 수 있다.

1990년 국제우주항공연맹회의에서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3개국을 대상으로 달까지 국제우주범선경기를 열자고 제한했다. 달 뒤쪽에 도달해 먼저 사진을 찍어 보내오는 쪽이 우승한다는 규칙이었다. 태양을 향해 수직으로 세운 1㎢의 면에 대해 대략 9N 정도의 광압이 작용한다. 이것은 넓이 1㎢, 무게 1kg의 돛이 1초당 9m/초²에 가까운 가속도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의 MIT 등에서는 지름 2백76m의 거대한 원형 태양돛이면 화성까지 약 1년이면 도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그러나 태양돛은 태양계를 벗어난 시점부터 입자의 흐름이 희박해지므로 우주선의 운행은 불가능하다. 태양돛은 태양에서 멀어지면 추진력이 저하된다. 만약 태양계의 밖으로 나가서도 어느 정도 유효한 비행속도를 유지하려면 태양 대신에 무엇인가 강력한 광원을 이용해 범선을 추진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서 구상된 것이 인공적으로 빛을 만들어 보내는 레이저광 추진범선 ‘라이트 세일’(Light sail)이다.

태양계 내에 강력한 레이저발진 기지를 설치해 항성간 공간까지 진출한 라이트 세일에 레이저빔을 계속해서 보내자는 것이다. 레이저빔이 일정할 때 라이트 세일이 얼마나 장시간 추진을 유지하느냐 하는 것은 돛이 받아낼 수 있을 만큼 광선의 퍼짐을 억제하는 기술에 달려 있다. 만약 특별한 렌즈를 이용해 1Å(${10}^{-10}$m)의 X선 레이저를 5광년 후에 최대 사방 10km 이내로 머물게 할 수 있다면, 태양계로부터 5광년에 걸쳐 라이트 세일의 가속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된다. 우주범선은 무엇보다도 연료를 실을 필요가 없으므로 우주선을 가볍게 만들 수 있어 광속에 가깝게 가속할 수 있다.


돛을 단 우주선


왕복비행도 가능

문제는 범선을 정지시키는데 있다. 한 방향으로만 레이저빔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안이 라이트 세일을 2단 혹은 3단으로 분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목표지점에 접근한 시점에서 돛의 맨 바깥쪽 부분을 떼 낸 후, 바깥쪽 부분을 우주선의 앞쪽으로 이동시킨다. 앞쪽으로 이동시킨 돛이 레이저빔을 반사해 뒤쪽의 돛에 강력한 빛을 내리쪼여 우주선에 제동을 건다. 물론 뒤쪽에서 레이저빔을 쬐고 있기 때문에 추진력도 작용한다. 그러나 바깥쪽 돛의 넓이가 월등히 크기 때문에 추진력보다는 제어력이 강력하게 작용하게 된다. 같은 원리를 이용해 3단식 돛을 이용할 경우 제1단을 태양계로 귀환시키는 왕복비행도 가능하다.

라이트 세일에 의한 최초의 유인탐사비행의 목적지는 10.8광년 떨어진 에리다누스자리 엡실론별. 이 비행에 사용하는 라이트 세일은 3단식으로 돛의 외경은 1천km이고 총중량은 7만 8천t에 달한다. 추진용 레이저 기지는 대량의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수성의 궤도에 두게 된다. 이 궤도상에 다수의 레이저 발진장치가 설치되며 여기서 만들어진 레이저는 레이저통합장치에 보내져서 하나의 빔이 된다. 이 빔은 토성과 천왕성의 중간에 떠있는 중계렌즈를 통해 라이트 세일에 보내지게 된다. 라이트 세일은 이 레이저빔을 받아 20년 후에는 광속의 약 50%에 달한다.

목적한 곳에 가까워지면 레이저의 출력을 증강해 외측의 제1단과 내측의 제2단을 따로 떼어 제2단을 감속시킨다. 제2단은 목적지에 정지해 탐사를 개시한다. 그리고 귀환시에는 제2단과 제일 안쪽의 3단을 따로 떼어 다시 태양계로부터 레이저 조사를 개시한다. 제2단은 목표지점을 통과해 날아가며 이 제2단에 의해 반사되는 빛을 받은 제3단은 광속 50%의 속도로 태양계를 향해 돌아온다. 이 왕복비행에 걸리는 시간은 약 51년이다. 어마어마한 가속도와 우주의 방사능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우주비행사들을 안전하게 생존시킬 수 있다면, 이들은 지구로 돌아와 그들이 보고 느꼈던 것을 우리에게 들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해 12월 화성극지착륙선 마르스 폴라 랜더의 실종사건에서 보듯 인류는 아직 태양계 안도 자유롭게 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에도 인간은 계속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갈 것이고, 태양계 너머 깊고 깊은 우주에 도전할 것이다. 다음 세기 인간이 별과 별 사이 항성간 비행에 성공할 수 있다면, 우주의 시작과 발전,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 등 우주의 수수께끼를 해명할 새로운 열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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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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