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 이상기상에 의한 자연재해는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의 도래와 함께 인류가 풀어야 할 21세기의 난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산업과 경제활동을 촉진시켰으나, 반대로 인류에게 대기오염과 기후변화, 기상이변이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겨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공업화의 시작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급속한 경제발전과 도시의 인구 집중화 영향으로 인위적인 대기오염과 이상기상 현상 등이 심화되고 있다.
블로킹 현상이 13일 주기 만들어
올해 겨울 미국 동부 지역이나 동유럽에 폭설과 한파가 몰아닥쳐 이례적인 기상재해를 초래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난히 눈이 많은 겨울'‘13일 주기의 기온변화’‘14년 동안 지속되는 난동’ 등의 이상 기후가 나타나 전지구적인 기후패턴의 변화에서 한반도만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에는 보통 시베리아 대륙에서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해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남하하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춥다가 이 고기압이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질되면서 맑고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날씨를 흔히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고 해서 ‘3한4온’이라 한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 겨울철 기온 변화는 전형적인 시베리아 고기압보다는, 중앙아시아에서 발달하는 저지고기압이라고 하는 블로킹(Blocking) 현상의 영향으로 예년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로킹이란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서 기류의 흐름이 정체상태를 보일 때 소규모 기류들의 흐름이 교란되고 이 에너지가 모여서 규모가 큰 고기압을 형성해 발달했다 소멸하는 것을 말한다.
금년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중앙아시아의 블로킹은 약 13일의 주기를 가지고 발달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블로킹의 서쪽에는 고온다습한 기류가 북쪽으로 수송되고 동쪽에는 차가운 공기가 남하해 동아시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서울의 1일 평균기온 변화를 살펴보면 중앙아시아에서 발달하는 블로킹의 13일 주기를 뚜렷이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3일 정도는 차가운 날씨가 이어지지만 나머지 10일은 매우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는 이른바 ‘3한 10온’의 새로운 패턴이 감지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북대서양, 동태평양 지역은 겨울철에 북위 60도 선을 중심으로 블로킹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지만 올해처럼 세 곳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로 인해 북대서양 블로킹의 동쪽에 위치한 동유럽 지역은 한파와 폭설에 시달렸으며, 미국의 서부 지역에 블로킹이 발달하면서 눈이 적었던 동부지역에도 한파와 폭설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블로킹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동유럽과 미국 동부지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한파와 폭설의 강도가 약했던 이유는 한반도 주변을 비롯한 북태평양 중위도 해역에 형성돼 있는 고수온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태평양 중위도 해역의 고수온대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했으며, 또한 이 고수온대는 2년 전부터 지속되면서 1997년, 1998년 겨울철 난동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그림2).
적도지역의 엘니뇨, 라니냐 현상과 우리나라 주변에 2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북태평양 중위도 지역 고수온 현상 등을 나타내고있다.
서태평양 바닷물 따뜻해져
해양과 대기는 상호 에너지를 교환하며, 해수온도는 기압계의 형성과 기상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고 우리나라의 기상에 영향을 주고 있는 '라마마 현상’(그림2)또한 북태평양의 수온변화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는 엘니뇨나 라니냐와는 또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라마마(La Mama)는 스페인어 ‘La’(여성명사에 붙이는 정관사)와 ‘Mama’(어머니)의 합성어이다. 라마마는 엘니뇨나 라니냐와 달리 태평양의 북쪽에서 서쪽, 그리고 남쪽으로 이어져 나타나는 C자형 또는 말굽 형태의 고수온대가 태평양 동쪽의 저수온대를 감싸고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용어는 현재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JPL)가 사용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지 않은 용어이다.
라마마 주범인가 공범인가
이 라마마 현상은 한반도와 근접한 서태평양 지역의 수온변화이기 때문에 특히 우리나라의 기상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라니냐를 감싸는 듯한 말굽형의 고수온대는 엘니뇨 시기였던 1997년 12월부터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 고수온대는 제트기류와 동아시아 상층기압골의 발달에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에도 고온현상을 초래하는 등 세계적인 이상기상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현재 많은 기상학자들은 태평양의 수위 변화, 수온 변화들과 관련해 여러 형태의 기후 변동성(계절내, 1년, 수십년)을 주장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 현상과 더불어 우리나라도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난 14년 동안의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했으며,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지난 10년(1990-1999)간의 1월 평균기온은 서울이 -1.8℃로 평년(1961-1990) 기온 -3.4℃에 비해 1.6℃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온상승(특히 최저기온)은 지구온난화의 영향뿐만 아니라, 온도관측지점 주변이 도시화됨에 따른 열섬 효과의 영향도 많이 받고 있다. 따라서 지난 10년 간의 우리나라 기온 상승경향은 뚜렷하기는 하지만, 이것이 도시화, 지구온난화, 기후변동성 또는 1990년 이후 자주 발생하고있는 엘니뇨의 영향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여러 요소들 중 어떠한 것이 주된 원인인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좀 더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카오스(Chaos)라는 개념이 기상학에서 유래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기후나 기상은 단순한 한두 가지의 요소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매일 경험하는 기상현상 뒤에는 천체, 대기, 해양, 대륙의 상호작용과 복잡한 역학 및 대기화학작용이 연관돼 있다. 더구나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기후 시스템에 환경파괴, 대기오염 등 지구의 자정능력을 넘는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기 때문에 그 예측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