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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온도 감지 비밀을 벗긴다

풍성한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아침 저녁으로 추위가 느껴지는 계절이다. 온도의 변화를 알아챈 우리 몸은 두터운 외투를 찾게 만든다. 찬바람을 쐰 후 실내에 들어와 난방기를 켜면 훈훈함이 마음속까지 전달된다. 누구나 경험하는 이런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몸은 마치 온도계처럼 주변 온도에 반응하고 있다.

초파리 모델로 인간 이해 시도


깁재섭 교수(앞줄 왼쪽에서 2 번째)가 이끄는 신경네트워크 연구실에서는 온도감지 메커 니즘을 밝히는 신경생리학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항상 37℃라는 체온을 유지하고 있다. 체온은 단지 몇℃의 변화만 일어나도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체는 항상 주변의 온도를 감지하고 있으며, 여기에 적절하게 반응을 한다. 인체 장기는 대사과정을 통해 필요한 열을 생산하고, 남는 열은 피부와 호흡 등을 통해 바깥으로 배출하는 것이다. 인체는 과연 외부 온도를 어떻게 감지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인체의 온도에 대한 연구는 주로 해부학 방법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그 결과 온도를 감지하는 신경조직이 무엇인지는 밝혀졌다. 인간이 속하는 척추동물의 경우 뇌의 시상하부가 온도감지와 체온조절의 중추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온도 감지 메커니즘은 완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KAIST 생물과학과 김재섭 교수의 신경네트워크 연구실은 분자적인 수준에서 온도감지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온도를 감지하는데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고, 감각신경은 실제 어떻게 온도를 감지하며, 어떤 신경망을 이용해 온도신호를 전달하고, 뇌는 이를 어떻게 해독해 판단하는지가 주요 연구주제다.

온도를 감지하는데 필요한 유전자를 밝히는데는 생명체의 특정 유전자를 돌연변이시키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관심이 가는 유전자를 고장낸 다음 실제 생체에서 어떻게 잘못되는지 추적하는 것이다. 신경네트워크 연구실에서는 초파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파리는 유전자 조작이 쉽고, 많은 개체를 만들 수 있으며, 한 세대가 10여일 정도로 짧다. 또한 관련된 연구가 많이 진행돼 있어서 어떤 유전자가 어떤
신경세포와 상호작용하는지 밝히기가 쉽다.

더욱이 초파리는 인간 유전자의 약 70%에 해당하는 상동유전자를 갖고 있다. 믿기 어렵지만 인간과 초파리는 놀랄 만큼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팔과 다리가 생성되는 메커니즘은 초파리에서의 날개와 다리가 생성되는 메커니즘과 아주 유사하다. 김 교수는“초파리에서 온도감지 해석과정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만들면 이를 바탕으로 인간을 포함한 고등동물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험실에서 유망 벤처가 탄생


연구실에서는 초파리를 대상으 로 한 돌연변이 실험을 주로 한 다. 초파리를 통해 만들어진 모 델은 인간에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네트워크 연구실에서 진행중인 온도 감지에 대한 분자적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는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단계다. 김 교수는“전세계적으로도 이와 관련된 연구논문이 거의 발표되지 않은 아주 새로운 연구분야다”며“신경생리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인만큼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생명현상을 이해하려는 과학자라면 이처럼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대부분 연구의 경우 성공하면 교과서에서 한줄 내지 한쪽으로 소개되지만, 이 분야의 경우 교과서에 새로운 장(chapter)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도 감지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연구가 이제 시작 단계여서 구체적인 활용분야를 말하기는 이르다면서 대략적인 가능성을 제시한다. 온도 감지에 대한 이해는 인체의 체온을 정확히 이해하는 기초가 되며, 체온을 제대로 이해하면 체온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국 인체의 대사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예를 들어 수술을 할 때 얼음에 넣어 체온을 낮춰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체온을 낮춰야 인체의 대사속도가 줄고, 산소 요구량이 줄어 뇌조직이 파괴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인체의 온도 감지 기능을 조절해 적절한 체온으로 유지되게 만들 수 있으면 수술 성공률이 높아진다. 한편 대사속도 조절은 비만인 사람의 체중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신경네트워크 연구실의 자랑중 하나는 연구실에서 유망한 벤처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초파리전문 생명공학벤처‘제넥셀’을 설립해 10만여종의 유전자변환 초파리를 만들고 이들의 유전자 지도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초파리 게놈의 모든 유전자를 자유롭게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네트워크 연구실의 김재섭 교수는 2000년 젊은 과학자상, 2001년 과학기술진흥 유공훈장을 받으면서 연구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연구실에서는 현재 연구교수 1명, 박사후과정 1명과 함께 박사과정5명, 석사과정 3명의 학생들이 온도 감지 메커니즘의비밀을 밝히기 위해 땀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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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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