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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과학기술 탈피해야

21세기를 준비하는 과학기

 

전 과기처장관 정근모
 

90년대는 21세기를 준비하는 10년일 뿐만아니라 인류 과학기술문명의 대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공통적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예측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획기적인 정치사회체제의 변화보다도 새로운 과학기술의 대두와 실용화에 따른 변화 때문이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지구촌의 일상생활화에 따른 '세계문화경제권'의 등장이다. 위성통신 방송기술 등의 발달로 세계는 다원화되면서도 공통분모를 갖는 하나의 문화권 경제권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단일문화경제권을 가능케한 원동력이 과학기술이며 또한 이러한 단일문화경제권에 의해 과학기술은 한층 높은 단계로 발전해가는 것이다.

둘째 단일문화경제권의 등장과 더불어 정치 경제를 통합하여 하나의 블럭으로 묶는 지역공동체의 결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즉 북미 남미를 잇는 연합공동체와 유럽공동체(EC) 등이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동구권과 아시아지역도 이에 대응하는 지역공동체 결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의 형성은 지금까지 국가단위로 개발했던 과학기술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국가단위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대담한 대단위 연구개발이 가능해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과학기술프로젝트에 대한 개념의 전환이 필요하게 됐다.

셋째 전문화의 급속한 진전과 정보화사회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지식과 정보의 교환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산업활동이나 사회문화부문에서 개인 또는 소그룹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개인 단위의 전문활동의 범위나 심도가 크게 확장됐다. 과학기술은 주로 개인의 창의력과 능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90년대에 활발해진 정보네트워크가 이들의 활동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정보화시대에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창의력과 혁신적인 능력을 어떻게 다른 전문인들과 연계시키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넷째 90년대 더나아가 21세기에는 과학기술자의 역할이 더욱 증대되고 과학기술능력은 시민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능력으로 간주될 것이다. 따라서 사회 교육 문화 경제전반에 걸쳐 과학기술의 영향을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일과 그에 따르는 투자 지원 육성 규제 등의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앞으로는 고립된 과학기술시스템이 아니라 핵심적인 기본요소시스템으로서의 과학기술을 다루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과학기술을 보는 관점과 정책수립에 있어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은 공산주의 경제 체제의 한계성을 노출시켜 동구권의 대변혁을 일으켰으며 재래식 국가개념에도 상당한 변화를 주었다. 과학기술은 미래사회를 구성하는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민족개념을 가져야하고 초국가적인 세계관을 지녀야하는 것이다.

이와같이 과학기술이 미래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몰고온다는 점을 감안할때, 우리는 현시점에서 올바른 계획을 세우고 제대로 된 투자를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에대해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 그지 없다. 당장의 현안에 급급하고 짧은 시야에 매몰되어있는 우리나라 우리민족으로서는 이러한 점을 하루바삐 인식해야 하겠다. '미래가 있는 나라' '미래가 있는 민족'으로서 올바른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1991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정근모 전 과기처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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