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사이의 움직임 따라가기
우리는 흔히 ‘지구는 둥글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구가 둥근 모습을 보지 못한 채 평평한 지면으로만 보인다. 코페르니쿠스 덕분에 지구는 태양 주위를 1년에 한번씩 공전하면서 자신도 자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느낄 수 없다. 또한 지구가 공전하는 것도 느끼지 못 한다. 단지 역사와 과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그렇다고 알고, 믿고 있을 뿐이다. 만일 자신이 역사 속으로 되돌아간다면 지구가 둥글고,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사실을 남들에게 증명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상식으로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실제로 왜 그러한지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2000년 1월호부터 ‘역사 속의 천문실험실’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처음 발견할 때는 얼마나 어려웠을까, 과연 어떤 원리로 그것을 발견했을까 하는 질문들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하늘에는 태양과 달, 그리고 아홉 행성이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은 아예 맨눈에 보이지도 않고, 나머지 다섯 행성들도 모습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행성이 실제로 어느 별인지 가리키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그저 지식만을 지니고 있었을 뿐이다.
흔히 태양은 황도를 따라 이동한다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태양이 이동하는 황도는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의 오행성이 있다는데, 그렇다면 고대인들은 어떻게 다섯 행성을 밤하늘에서 찾아냈을까. 그리고 수성과 금성이 서로 다른 별이라는 것을 또 어떻게 알았을까.
붙박이별과 떠돌이 별
밤하늘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어느 양치기가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 별을 보기에 알맞은 너른 들판에 누워 밤새워 양을 지키다 보면 별은 자연스레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양치기가 본 하늘에는 보석처럼 빛나는 별이 박혀있다. 밤하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진 이들은 하늘의 변화를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을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별 사이를 움직여 다니는 특별한 별들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온 하늘에 걸쳐 맨눈으로 볼 수 있는 8천여 개의 별 가운데 5개의 밝은 별은 다른 별 사이를 움직여 간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래서 다섯 별에 ‘방랑자’라는 뜻의 ‘PLANET’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것이 떠돌이별 ‘행성’이다. 실제로 행성은 스스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고 덩달아 지구도 공전하고 있으므로 이 둘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행성의 움직임은 매우 복잡하다. 고대인들은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예측하려 애썼다.
기원전 3200-560년 사이의 바빌로니아인들은 5개의 행성을 관측해 움직임을 자세히 기록했고, 복잡한 운동을 미리 짐작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500년부터 매우 정밀한 관측으로 행성에 관한 기록을 남겼고, 기원전 4세기에는 29개의 혜성을 형태에 따라 분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고대인들은 어떻게 행성을 찾아냈을까.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행성들이 다른 별들과 달리 하늘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금성은 지구 안쪽을 돌고 있는 내행성으로 공전주기가 비교적 짧아서 하늘에서의 이동량도 크다. 그래서 보름 정도만 지나도 하늘에서의 위치는 많이 변한다. 계속해서 약 10일 정도 관측을 하면 붙박이별들의 위치는 서로 변하지 않는데, 행성은 별들 사이를 계속 움직여간 것을 알 수 있다. 왼쪽 페이지의 그림은 1월 한달 동안 별 사이를 움직여 가는 화성의 자취이다. 따라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매일 화성의 위치를 기록해두면 움직인 자취를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매일 하늘과 벗삼았던 고대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아내고는 호기심에 가득 찰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주의 깊게 살핀다면 하늘에서 조금씩 움직여 가는 별들이 다섯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고대인들은 움직이는 속도로 이들을 구별했을 것이다. 좀더 오래도록 관찰하고 눈썰미가 매운 사람들은 행성들의 밝기와 색깔만 보고도 금방 이들을 구별할 수 있었다. 화성과 수성은 작고 붉은 기운이 돌고, 금성과 목성은 조금 크고 밝다. 그리고 수성과 금성은 초저녁이나 새벽에만 보이며 깊은 밤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황도를 움직이는 태양
해가 뜨고 지는 일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적인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조그만 차이가 있다는 걸 이미 고대인들은 알고 있었다. 계절에 따라 태양의 고도, 즉 태양의 높낮이가 달라져 기온이 틀려지는 것을 알았다. 이러한 감각적인 느낌 외에도 지평선에서 태양이 지거나 떠오르는 지점이 매일 조금씩 바뀐다는 것을 알아냈다. 고대인이 이러한 사실을 관측으로 알았다는 것은 스톤헨지와 같은 유적을 통해 알 수 있다. 스톤헨지는 태양뿐만 아니라 달의 움직임과 일식과 월식까지 예측하는데 사용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고대인들은 일출과 일몰 위치의 변화와 함께 행성들과 마찬가지로 태양도 별 사이를 움직여 간다는 걸 알아냈다. 태양은 매일 다른 별에 대해 동쪽으로 1도 가량 움직여 간다. 이렇게 움직여 간 자취를 이으면 하늘을 두르는 큰 원을 그릴 수 있는데, 이것을 태양이 지나는 길이란 뜻의 ‘황도’라고 불렀다. 나중에는 황도가 지나가는 12개의 별자리를 특별히 ‘황도 12궁’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태양이 별 사이를 움직이는 황도를 어떻게 알아낼까. 매일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진 직후 보이는 서쪽 하늘의 별자리를 살펴보면 된다. 이 별자리로부터 방금 지평선 아래로 내려간 태양의 위치를 대략 짐작해 태양이 현재 어떤 별자리의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며칠을 관측하면 태양이 별자리 사이를 지나가는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와 동지 찾기
하지나 동지를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달력을 보는 것이다. 달력이 만들어지기 전 고대인들은 어떻게 하지, 동지를 알아내었을까? 해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고대인이 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
해가 뜨는 시간에 나무 그림자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을 정한다. 며칠을 간격으로 해가 뜰 때의 나무 그림자 방향을 기록해 보면 그 위치가 조금씩 변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일년 동안 지켜보면 하지나 동지를 전후로 그림자가 이동하는 방향이 반대로 바뀌는 것도 알 수 있는데 이것으로 동지나 하지 때의 태양이 떠오르는 곳을 정할 수 있다.
태양이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지점은 매일 바뀐다. 점점 북동쪽으로 이동하다 하지가 되면 방향을 바꾸어 동남쪽으로 움직이며 동지가 될 때 다시 방향을 바꾼다.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해의 움직임을 보고 고대인은 아마 대자연의 법칙을 발견한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하지나 동지 때 해 뜨는 곳에 스톤헨지와 같이 거석을 세워 그 지점을 표시해 두었을 것이다.
차고 기우는 달
가끔씩 달 근처에 밝은 별이나 행성이 올 때가 있다. 이런 날을 골라 먼저 달과 밝은 별 사이의 거리와 위치를 기억해 두자. 그리고 2-3시간 후 둘 사이의 위치 변화를 조심스레 관찰해 보자. 분명 달이 동쪽으로 이동해 가며 둘 사이가 멀어지거나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계속 관측을 해가면 달이 기준별에서 다시 이 별까지 오는 시간이 27.3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달의 실제 공전 주기인 항성월이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속도는 매우 빨라 하루 동안에도 대략 12도 가량을 성큼성큼 움직여 간다. 그런데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을 잘 살피면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까지의 주기가 29.5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고대인들은 삭망월이라고 불렀다. 항성월과 삭망월의 차이는 지구의 공전 때문에 생긴다.
밤하늘의 구역정리
행성이나 달,태양의 움직임을 쫓아가야 했던 고대의 천문학자들에게 무질서하게 흩어진 빛의 점들은 어떤 식으로든 알기 쉽게 정리되어야 했을 것이다.그래야 다음날 관측이 쉬워지고 다른 사람에게 그 위치를 설명하기도 쉬웠을 것이다.그래서 밤하늘을 펼쳐 별들을 어떤 모양에 따라 짜 맞추기 시작했다.이것이 오랫동안 전통으로 굳어지면서 별자리가 정해졌다.별자리 가운데에는 매일 뜨고 지는 것들도 있지만 북극성 주변처럼 항상 하늘 북쪽에 머물러 있는 것이 있다.나침반이 없던 고대의 뱃사람은 북극성과 같이 항상 볼 수 있고 방향을 알려주는 이런 별을 이용해 항해를 했다.망망대해에서 선원들은 북극성 주변의 카시오페이아처럼 찾기 쉬운 별자리를 보고 길을 찾았다.태평양의 폴리네시아인은 별을 이용해 태평양을 건너 먼 섬까지 다녔다고 한다.